함기석의 시집 ‘국어선생은 달팽이‘가 복간되어 나왔다. 걷는사람 출판사 의 복간시집시리즈..
시집이 있었다. 누군가 빌려갔는데 돌아오지 않은 채 절판이 되어 아쉬워했었다.
점점 짧아지는 절판/품절. 책의 유통기한이란게 거의 유제품급이다.
태풍이 불던 날.함기석의 시산문을 꺼내 읽다가 생각이 났다.
중고라도 사볼까 싶어 뒤짐질(요즘 뒤짐질이 트랜드다)을 하다보니 복간본이 나와 있다.
그럼 그렇지. 있어야 할 것은 사라졌다가도 다시 나타나는거야.
수학을 전공한것도 아니고 대단한 수학자도 아니지만 수학을 업으로 삼고 있어서 그런가 함기석의 시는 잘 읽히고 재밌고 기발하며 심오하다.
불편할 수 있을만큼 도발적이며 공격적이기도 한 시들도 있지만 타협을 배우지 못한 ‘소년‘의 적극적 항변이라면 한편 수긍이 되기도 한다.
실수임에도 허수를 만난탓에 허수로 분류되는, 다시는 실수의 담장을 넘지 못하게 변이 된 우울은 어떤 색일까 생각한다.
이런 터무니 없는 공상이 비비적대기 좋은 시집.
함기석.

다시 읽을 수 있어 다행이다.
뭔가 횡재한 기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외롭고 고독한 날 시를 써요 천장에 누워 시를 써
요 내 코를 먹으면서 내 눈알을 귤처럼 까먹으며 시
를 써요 면도칼을 먹으며 시를 써요 병든 당신을 생
각하며 시를 써요 항구에서 도시에서 허공에서 쓸
쓸히 죽어가는 짐승들과 인간과 행성들을 생각하며
시를 써요 외롭고 고독한 날 사물들은 언어들은 나
의 무릎쯤에서 죽어가고 나는 무릎으로 시를 써요
무릎에서 쏟아져 나오는 검은 파도 검은 물고기로
시를 써요 검은 새 검은 피로 시를 써요 밤늦도록 방바닥에서 아파하는 나를 내려다보며 시를 써요 검은잉크병 검은 관으로 변해가는 나를 내려다보며 시를 써요 불면에 시달리며 신음하는 시를 써요 천장에누워 시를 써요 아니 천장이 시를 써요 천장이 내무릎으로 시를 써요.

(천장에 누워 시를 써요. 중)

이상한 질문

19시 26분 37초에
지금은 19시 26분 37초다.
라고 써놓고 보니지금은 19시 26분 50초다 그러니
지금은 19시 26분 37초다는 거짓이고
지금은 19시 26분 50초다는 참이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지금은 19시 27분 15초다.
그러니 지금은 없다.
지금은 없다고 써놓고 보니
지금은 19시 27분 29초다.
그러니 지금은 있다.
그러니 지금은 있다고 써놓고 보니
지금은 19시 27분 44초다.
그러니 지금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그런데 없기도 하고 있기도 한 건 없다.
그런데 <없기도 하고 있기도 하다>라는 말은 있다.
지금은 없다( )
지금은 있다( )
틀린 말에 ○표를 하시오

(전문)

거울과 거울이 마주 보고 있다.
나는 거울과 거울 사이로 들어간다.
그에게 하얀 꽃을 내밀며 휴전을 신청한다.
거울 속엔 거울 속의 그가 9인으로 복제되고 있다.
모두 다 등을 돌린 채 나를 모른다고 한다.


거울과의 싸움에 휴전은 없다.

(거울과의 싸움. 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침에 깨어보면 사물들은 모두 제자리에 있지만
나는 안다 밤새 그들이 얼마나 괴로워했는지 얼마나
방황했고 얼마나 고독했는지 나는 안다 그들도 살아
있음을 치열하게 숨쉬고 번민하고 사랑하고 아파한
다는 것을

(내가 잠들면. 중)

소년은 의자처럼 우울했다.
그런 날이면 소년은 한 송이 개나리를 살해했다.
죽은 개나리꽃 입에 물고 거울에 갔다.
거울 속의 소년을 찾아갔다.
거울 속에 피 흘리는 꽃들이 없었다.
비명하는 하늘도 무너진 집도 응급실도 없었다.
 거울 속은 언제나 평온했고 고요했지만 
거울 속의 소년도 몹시 외로워했다.

(거울 속의 소년. 중)

새소리가 교실 가득 울려퍼진다
아이들이 새소리에 따라 합창하기 시작한다.
삼삼은 앵무새 삼사는 지하철
요 말썽꾸러기 놈들!
선생이 씩씩거리며 교단을 오가는 동안
삼오는 흰 구름 삼육은 자전거
유리창은 모래밭이 되고
천장은 하늘이 되어 둥글게 둥글게 솟아오른다.
칠판은 벼랑이 되고,
책상은 물고기가 되고
아이들은 구름을 통과하는 비행기가 된다.
삼칠은 선인장 삼팔은 코뿔소
선생이 귀를 틀어막으며 교실을 나가버린다.
벽들은 물이 되어 흘러내리고 아이들이
하늘과 땅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뛰어놀기 시작한다

(산수시간. 중)

무엇이든 파는 가게

구두를 벗어주면 구름을 파는 양말을 벗어주면,
양배추를 파는 아름다운 가게가 있어요 여주인은
아주 예뻐요 꽁치처럼 예뻐요. 당신이 시계를 벗어 
주면 주전자를 팔아요 뚜껑을 열면 천 년 전의 초원 
과 하늘이 보이는 아라비아 주전자를 팔아요 당신이 
두 눈을 뽑아주면 맑고 투명한 아이의 눈알을 팔아
요 해도 팔고 달도 팔아요 구름으로 만든 소파도 팔
아요 한 칸 한 칸 서랍을 열 때마다 당신의 꿈이 보
이는 책상도 팔아요 당신이 그림자를 벗어주면 새를
팔아요 지친 당신을 태우고 창공으로 높이높이 날아
가는 날개 달린 빗자루도 팔아요 봄도 팔고 봄밤의
라일락 꽃향기도 팔아요 한 알만 먹으면 우울도 불
면도 일순간에 사라지는 알사탕도 팔아요 에드바르
트 뭉크가 쓰던 피 흘리는 붓도 팔고 그의 잘린 손도
팔아요 시간도 팔고 죽음도 팔아요. 해골도 팔고 성
기도 팔아요 관도 팔아요 그린 가게가 있어요 동해
안에 있어요 바닷가 자살 바위 아래에 있어요 파헤
쳐진 시체처럼 있어요 이번 주말에 갈 거예요 혼자
서 갈 거예요 기차 타고 갈 거예요 염소 타고 갈 거예


(전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종의 기원 톺아보기
찰스 로버트 다윈 지음, 신현철 옮김 / 소명출판 / 201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자연선택의 탄생 넓은 의미로 사용된 용어 기하급수적 증가의 힘 - 야생화 된 동식물의 급격한 증가- 증가를 억제하는 속성 -보편적인 경쟁 -기후의 결과- 개체들을 보호- 자연에 있는 동식물의 복잡한 연관성 -같은 종에 속하는 개체들과 변종들 사이에서벌어지는 가장 심각한 살려는 몸부림, 같은 속에 속하는 종들 사이에서 때때로 벌어지는 심각한 몸부림 -모든 연관성 중에서 가장 중요 한 생명체와 생명체 사이의 연관성

나는 이러한 원리를 선택을 하는 사람의 힘과 연관을 지어 자연선택이라는 용어로 부른다. 사람이 선택을 통해 확실하게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을 우리는 보았다. 또한 자연이 작동해서 사람에게 만들어 준 사소하지만 유용한 변이들을 사람이 축적해가면서 생명체들을 자신의 용도에적응시킬 수 있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자연선택은 끊임없이 작동할 준비가 되어 있다. 또한 자연이 만든 작품이 예술 작품보다 뛰어난 것처럼 자연선택은 사람이 하는 미약한 노력보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힘을지녔다. 

다윈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struggle for existence)과 살려는 몸부림(struggle for life)을 『종의 기원』에서 구분해서 썼다. 다윈은『종의 기원』 62쪽에 "한 생명체가 다른 생명체에 의존하는 관계와 (이보다는 더 중요하게) 개체들의 일생뿐만 아니라 자손들을 성공적으로 남기는 것을 포함하는 넓은 의미로 은유적으로"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라는 용어를 썼다고 설명했다. 살려는 몸부림은 2장에서 설명한 ‘살아가는 조건‘에 따른 몸부림으로 먹이를 구하는 경쟁, 좋은 토양을 확보하는 몸부림 등 좋은 일생을 유지하는 데필요한 조건들을 확보하려는 몸부림을 의미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야만인들이 너무나 미개하여 자신들이 사육하는 동물의 자손들이 지닌 유전 특징들을 결코 생각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자신들에게 특히 유용한 어떤 한 동물을, 어떤 특별한 목적으로,
기근이나 기타 사고가 발생해도 야만인들은 책임감을 가지고조심스럽게 보존했을 것이고, 이러한 최고의 동물은 일반적으로 열악한 동물보다 더 많은 자손을 생산했을 것이다.
 따라서 이런 사례에서도 무의식적 선택이 계속 일어났던 것이다. 우리는동물에게 보다 높은 가치를 부여한 경우를 볼 수 있는데, 티에라델푸에고섬에 살고 있는 야만인들은 식량이 부족해지면 자신들의 개보다 가치가 적다고 생각되는 늙은 노파를 죽이거나 잡아먹었다.  

종풍부도가 매우 높은 지역에 어떤 유용한 식물들의 토종 무리들이 아주 이상하게 없었던 것이 아니라, 선택을 반복하면서 자생식물들이 아주 옛날부터 문명화된 지역에서 자라는 식물들의유용성과 비교할 때 완벽함이라는 수준까지 지속적으로 개량되지 않았을 뿐이다.

지금까지 설명한 것처럼 사람이 행한 선택이 가장 중요한역할을 한다는 여기에서의 견해에 따르면, 우리의 생육 재래종들이 자신들의 구조나 습성을 인간의 욕구나 취향에 맞추어 어떻게 해서 적응했는지가 바로 명백해진다. 또한 생육 재래종들에서 빈번하게 비정상적인 형질들이 나타나는 점과 마찬가지로외부 형질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나 내부 부위나 기관에서는 상대적으로 차이가 작았던 점을 우리가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나 는 생각한다. 

이러한 견해들은 이따금 주목을 받아왔던 사항, 즉 생육해 온그 어떤 품종일지라도 그들의 역사나 기원에 대해 우리가 거의알지 못한다는 점을 설명해 주는 것으로 나는 생각한다. 그러나말에도 사투리가 있듯이, 실제로는 한 품종에 정확한 기원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사람들은 구조에 조금은 사소한 편이가생긴 한 개체로부터 만들어진 품종을 번식시키거나 자신들이가지고 있는 최고의 동물과 일치하는 개체들을 평소보다 더 잘보살펴 이들을 개량했다. 그리고 개량된 개체들은 바로 이웃에있는 사람들에게 서서히 퍼져 나갔다. 그러나 이런 개체들에는이름이 거의 없었을 것이고, 아직은 가치가 매우 적었기 때문에 이들의 역사는 등한시되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