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구 어디에 묘지가 아닌 곳이 어디 있으랴. 모든 일상의 삶터는 묘지이다. 사막이 우리의 일상이고 열대림이 광야가 대도시가 태양계가 우주가 우리의 일상인 것처럼, 팽창하는 모든 것은 새로운 우주를 만들어낸다. 고립된 인간은 팽창을 거듭한다.

목에서 빠져나가지 않는 울음은 이 저녁에 내 목에 갇혀있다. 내 목은 내 울음의 감옥이다. 내가 나를 달랠 때 초록은 초록의 몸을 버리고 붉은 쪽으로 간다. 사랑하는 사람아,
당신의 울음이 내는 발자국마다 내 생애의 여관이 선다.

- 내가 언제나 멀리 있다는 것을 알게 될 때 나는 다시 떠나는 것이다.

혼자서 스스로에게 말을 걸며 말을 주고받는 행위 역시 대 화에 속한다. 모국어로 말하지 못하는 순간들이 늘어나면 날수록 나는 내 속에 수많은 타인을 만들어낸다. 이 세상의 많은 좋은 시는 완벽한 모놀로그를 다이알로그로 만들 때 탄생한다고 나는 믿는다. 그 믿음이 없다면 내가 쓸 수 있는 시는 이 지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한 시인의 탄생은 데뷔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그가 일찍죽거나 일찍 시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전 일생을 통틀어 시인은 탄생을 거듭한다. 시인은 매 시기마다 자신의 탄생을경험한다. 그 도저한 탄생의 고통이 시인의 탄생이다. 결국첫 탄생에서 거듭 반복되는 불규칙한 탄생이 시인의 고통의질을 완성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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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신조는 혼자서 말라가지 않는 거예요.
슬픔도 지그시 누르는 거예요.
부어오른 뺨처럼 누르는 거예요.

인간이 건설한 자연이 천박하면 할수록 그리고 그 천박함에 목이 메면 그럴수록 당신의 손을 생각한다. 그 위대한손, 이 문명의 절망은 시인만이 이끌고 간다.

마당에 모란이 너무나 찬란하게 피었다. 찬란한 모란 앞에서말을 찾는 것은 무의미하다. 시적인 진술들은 극적인 사실 앞에서 침묵당한다. 그때 일어나야 한다. 모든 시적인 것의 비밀은 그 침묵 뒤에 발생한다. 

- 시간을 정확하게 해체할 수 없는 순간에 시는 온다. 어떤시간을 정확하게 정의할 수 없는 그 망설임의 순간에 시는오는 것이다.

분열이 글에서 보이지 않으니 나도 늙어가나봐. 그런데 분열이 보여서 어떡하겠니, 분열이 아니라 분열의 뒤가 보여야지. 분열과 갈망의 뒤가 보이는 글을 써야 한다. 너의 모습이 아니라 너의 뒷모습이 보이는 시를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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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반소는 여성이 스스로를 위해 복종하고 희생해야 한다고 충고하며 표면적으로는 여성에게 순종의 미덕을 가르치는 듯하지만, 최근에 《여계》에 대해서 새로운 해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즉 《여계가 시집온 여성들이 시댁에서 겪는 난관을 이겨내고,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음모를 극복하고 살아남게 하며, 궁정의 여성 역시 오래 버텨서마침내 스스로 권력을 행사하는 데까지 이끄는 극히 세련된 전략을 지도층여성에게 가르치는 책이라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드 피장은 여성의 지적 잠재력을공식적으로 옹호했던 최초의 발언자이자, 여권을 주장한 최초의 십자군‘
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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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여성의 몇 안 되는 공식 활동‘ 중 하나는 시를 쓰는 것이었다. 하지만 매우 가부장적인 로마 사회에서 여성의 시는 작품의 질과 관계없이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림 속 여인의 자세가 묘사된 방식으로 미루어보아 프로쿨루스의 아내는 시인이다. 이른바 사포로 불리는 여인의 벽화.처럼 시인을 상징하는 사물인 철침과 왁스로 만든 명판을 지니고 있으므로,
우리는 그녀가 시를 썼다고 판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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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든 남성이든, 중세 유럽에서 글을 읽고 쓰는 일은 오로지 종교적인문헌에 관련해서만 사용되었다. 

중세 여성들이 책을 접할 방법은 수녀원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당시에 귀족 가문에서 딸을 수도회에서 운영하는 수녀원에 보내는 것은 매우 일반적인 관행이었다. 

중세에 많은 여성 저술가들이 수녀원장을 맡긴 했지만, 힐데가르트는 이에 그치지 않고 유럽 최초로 대중을 직접 가르치고 설교한 수녀였다. 그녀는 인간을 정신과 육체가 합쳐진 총체적 존재로 파악했다. 때문에 그녀와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눈에는 그녀가 삶의 여러 측면을 파악할 수 있는 권위자로 비쳤다. 힐데가르트는 독일 전역을 돌며 평생 대중 곁에서 다가가고자했다. 

 책은 희귀하고 손에 넣기 어려운 물건이었으므로, 책 읽기란 여전히 귀족의 특권에 가까웠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1454년에 인쇄기가 발명되며 상황이 바뀌었다. 물론 활자로 인쇄하는 기술은 중국에서 문화가 발전했던송宋 왕조(960~1279년) 때 이미 발명되었다. 또한 고려 시대의 문인 이규보(1168~1241년)가 지은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을 보면 요하네스 구텐베르크가 성경을 인쇄하기 200년 전인 1234년에 《상정고금예문 詳定古今禮文》이라는 책이 뽕나무 종이 (상백지)에 금속 활자로 인쇄되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하지만 이것이 구텐베르크의 인쇄기가 독자적인 발명품이 아니라는 뜻은 아니다.

기록물 출판이 점차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이론상으로는 가난한 사람들도 책을 소유하고 읽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실제로 성경과 몇몇 교훈집, 시집을 제외한 책 대부분은 여성은 말할 것도 없고 평민 남성들도 손에넣기 힘들었다. 그 당시 그려진 그림들은 신앙과 기도라는 맥락 안에서 책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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