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구 어디에 묘지가 아닌 곳이 어디 있으랴. 모든 일상의 삶터는 묘지이다. 사막이 우리의 일상이고 열대림이 광야가 대도시가 태양계가 우주가 우리의 일상인 것처럼, 팽창하는 모든 것은 새로운 우주를 만들어낸다. 고립된 인간은 팽창을 거듭한다.
목에서 빠져나가지 않는 울음은 이 저녁에 내 목에 갇혀있다. 내 목은 내 울음의 감옥이다. 내가 나를 달랠 때 초록은 초록의 몸을 버리고 붉은 쪽으로 간다. 사랑하는 사람아, 당신의 울음이 내는 발자국마다 내 생애의 여관이 선다.
- 내가 언제나 멀리 있다는 것을 알게 될 때 나는 다시 떠나는 것이다.
혼자서 스스로에게 말을 걸며 말을 주고받는 행위 역시 대 화에 속한다. 모국어로 말하지 못하는 순간들이 늘어나면 날수록 나는 내 속에 수많은 타인을 만들어낸다. 이 세상의 많은 좋은 시는 완벽한 모놀로그를 다이알로그로 만들 때 탄생한다고 나는 믿는다. 그 믿음이 없다면 내가 쓸 수 있는 시는 이 지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한 시인의 탄생은 데뷔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그가 일찍죽거나 일찍 시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전 일생을 통틀어 시인은 탄생을 거듭한다. 시인은 매 시기마다 자신의 탄생을경험한다. 그 도저한 탄생의 고통이 시인의 탄생이다. 결국첫 탄생에서 거듭 반복되는 불규칙한 탄생이 시인의 고통의질을 완성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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