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라스뮈스는 단지 암기를 위한 암기나 사실 관계를 잊어버리지 않기 의궤무턱대고 외우는 식의 암기를 추천하지는 않았다. 그에게 암기란 단순한 저장의 의미 이상이었다. 종합의 과정을 위한 첫 번째 단계였고, 독서에 대한 더 깊고 개인적인 이해로 이끄는 과정이다. 그는 고전 역사학자인 에리카 럼멜Erika Rummel이 설명했듯이 사람은 "배우고 곰곰이 생각한 대상에 대해 스스로 요약하거나 내면화해야지, 모델로 삼은 작가의 바람직한 면을 무조건 재생산해서는 안 된다"고믿었다. 에라스뮈스가 말하는 암기는 기계적이거나 무의식적인 과정과는 거리가 멀며, 완전하게 사고를 이용하는 것이다. 

에빙하우스의 실험 결과는 1890년 윌리어제임스로 하여금 기억에는 두 종류가 있다는 결론을 내리도록 했다.
이 두 가지란 영감을 가져다준 사건 직후 마음속에서 증발해버리는
‘주 기억 Primary Memory‘과 뇌가 무기한으로 저장할 수 있는 보조 기억Secondary Memory‘ 이다. 

이 회로들은 심리학자들이 ‘암묵 기억Implicit Memory‘ 이라고 부르는 저장과 관련이 있는데, 암묵 기억이란학습한 기술을 반복하거나 반사적인 행동을 행할 때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과거의 경험에 대한 무의식적 기억을 말한다. 달팽이는 아가미를 수축할 때 이 암묵 기억에 의존한다. 

우리의 뇌는 망각에 익숙해지고 기억에는 미숙해진다. 웹의 정보저장에 대한 높아지는 의존도는 사실 저절로 계속되고, 저절로 증폭되는 순환 고리의 산물이다. 인터넷 사용으로 생물학적인 기억 장치에 정보를 저장하는 일이 더 어려워지면서 우리는 피상적으로 사고하게 됨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의 광활하고, 쉽게 검색 가능한 인공지능에 더더욱 의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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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1-08-27 0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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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와 기계식 시계에 대한 이야기가 보여주듯 지적 기술은 보편적으로 사용될 경우 새로운 사고의 방식을 만들어내거나 소수의엘리트 그룹에만 국한되어 있던 사고방식을 대중에게 확산시킨다.
달리 말해, 모든 지적 기술은 지적 윤리, 인간의 사고가 어떤 식으로작용하고 작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구현하고 있다. 지도와 시계는 비슷한 윤리를 공유하고 있다. 양쪽 다 측정과 추상적 개념, 인식과 정의하는 방식, 명백한 감각 그 너머에서 일어나는 과정 등을새롭게 강조하고 있다.

읽기와 쓰기가 우리의 정체성과 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되면서 우리는 쉽게 이 같은 기술을 타고난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그렇지 않다. 읽기와 쓰기는 자연스러운 행동이 아니며, 의도적인아파벤의 개발과 다른 많은 기술들로 인해 가능해졌다. 우리의 사고는 이 상징적인 문자를 이해 가능한 언어로 변환하는 법을 배워야했다. 읽기와 쓰기는 가르침과 연습, 계획적인 뇌의 성형을 필요로한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은 사고의 과정을 연습해야을 의미했고 하나의 정적인 대상에 대한 지속적이고 방해받지 않는집중을 요하는 일이었다. 독자들은 엘리엇.S. Eliot이 「4개의 4중주Four Quartets」에서 말한 "변하는 세상 속 정적인 지점"이라 부르는 곳에 이르러야 했다. 독자들은 뇌로 하여금 모든 주변 상황을 무시하고 하나의 감각 신호에서 다른 것으로 관심이 옮겨가려는 욕구를 물리치도록 해야 했다. 또한 본능적인 산만함에 대항하기 위해 더 강력한 "위에서 아래로의 통제 방식을 적용하면서 필요한 신경 연결망을 구축하거나 강화해야 했다. 

 책을 읽는 것은 깊이 생각하는 행위지 마음을 비우는 행위가 아니었다. 오히려 마음을 채우고 보충하는 행위였다. 독자들은 글과 생각, 내부적인 감각 흐름에 더 깊이 빠져들기 위해 주변에 산재한 자극에 관심을 주지 않았다. 이는 깊이 읽기가 지닌 독특한 정신적 과정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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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1-08-27 0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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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체의 산문은 보다. 축약되고 간결해졌다. 새로운 힘이 느껴졌다. 마치 일종의 불가사의하면서 초자연적 힘을 통해 기계의 힘이 종이에 찍히는 단어로전이되는 듯했다. 쾨젤리츠는 편지에 "아마도 이 기기를 이용하면서 새로운 언어를 갖게 될 것이네" 라고 쓰면서 자신의 작업에 대해서는 "음악과 언어에 대한 나의 생각들은 펜과 종이의 질에 의해 종종 좌우되지" 라고 말했다.
니체는 이에 대해 "자네의 말이 옳아. 우리의 글쓰기용 도구는 우리의 사고를 형성하는 데 한몫하지"라고 답했다.

우리의 유전자는 뉴런들 사이의 연결, 즉 어떤 뉴런이 다른 뉴런과 언제 시냅스 간 연결을 형성하는지에 관해 상당 부분을 지정한다. 유전적으로 정해진 이같은 연결들은 칸트가 말하는 선천적 원형, 즉 뇌의 기본적 구조와통한다. 하지만 우리의 경험은 이 같은 연결의 힘, 곧 ‘장기적 효력‘
을 규제하며 로크가 말한 대로 사고의 재형성과 ‘새로운 형태의 행동에 대한 표현‘을 가능케 한다. 경험주의자와 이성주의자들의 상반되는 철학은 시냅스에서 공통분모를 찾는다. 뉴욕대학교의 신경과학자인 조지프 르두Joseph LeDoUV는 『시냅스와 자아 Synaptic Self, 라는책에서 천성과 양육은 실상, 같은 이야기라고 적었다. 양쪽 모두는궁극적으로 뇌의 시냅스 조직 형성을 통해 정신적·행동적인 영향을 받는다. 

다시 말하자면 유연하다는 것이 곧 탄력적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우리의 신경 회로가 고무줄처럼 이전 단계로 되돌아가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이 신경들은 변화된 상태를 유지하며, 새로운 형태가 더났다는 보장도 없다. 나쁜 습관은 좋은 습관만큼이나 빨리 우리의 뉴런을 파고든다. 

시계는 단순히 더욱 정확하고 화려해졌을 뿐 아니라 더 작아지고저렴해졌다. 소형화 기술의 발달로 집 안에 놓거나 또는 들고 다닐수 있는 저렴한 시계가 탄생했다. 공공 시계의 확산 덕분에 시계 없이는 더욱 통제된 사회의 일원으로 살았을 이들의 일과 쇼핑, 여가활용 방식에 변화가 생긴 한편 벽시계, 회중시계, 손목시계 등 시간을 재는 개인 도구의 확산은 더욱 본질적인 변화들을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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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1-08-27 0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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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책이나 긴 기사에 쉽게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나의사고력은 일부러 꼬아놓은 서사 구조나 논거의 변화 등을 쉽게 따라갈수 있었고, 수시간 동안 긴 산문 속을 헤매고 다닐 수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는 좀처럼 그러기가 쉽지 않다. 한두 쪽만 읽어도집중력이 흐트러지기 시작한다. 그러다 안절부절못하고 문맥을 놓쳐버리고 곧 다른 할 일을 찾아 나서기 시작한다. 나는 다루기 어려운 뇌를 잡아끌어 다시 글에 집중시키려 애쓴다. 예전처럼 독서에집중하던 행위는 어느새 투쟁이 되어버렸다.

맥루한이 예견한 대로 우리는 서로 다른 두 사고방식의 모드 전환순간이라 할 수 있는, 지적·문화적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단계에이른 듯하다. 우리가 인터넷이 주는 풍요로움과 교환한 것은 카프가언급한 "우리의 구식 선형적 사고방식이다(아주 괴팍한 사람이나 이풍요로움을 거부할 것이다). 조용하고 집중적이면서도 산만하지 않은선형적 사고는 간결하고 해체된, 때로는 보다 신속하고 축약된 정보의 흡수를 원하고 필요로 하는 식의 사고방식에 밀려났다

수만 권의 책에 둘러싸여 있었지만 당시 나는 오늘날 ‘정보 과부하‘라 부르는 증상과 같은 불안감을 느껴본 기억이 없다. 그 수많은책들이 보여주는 과묵함 덕에, 또 이 책들은 자신들을 정확히 필요로 하는 독자가 다가와 서고 내 고정석에서 자신들을 빼내줄 때까지수년 또는 수십 년을 기꺼이 기다릴 것이라는 점에서 나는 마음의평안을 느꼈다. 책들은 마치 먼지가 자욱하게 깔린 목소리로 "서두를 것 없어. 우리는 어디에도 가지 않아" 라고 속삭이는 것만 같았다.

나의 뇌는 굶주려 있었다. 뇌는 인터넷이 제공하는 방식으로 정보가 제공되기를 바랐고, 더 많은 정보가 주어질수록 더 허기를 느끼게 된 것이다. 나는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을 때조차도 이메일을 확인하고, 링크를 클릭하고, 구글에서 무언가를 검색하고 싶어 했다.
‘나는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었다. 마이크로소프트 워드는 내게 살과피와 같은 워드프로세서가 되었고 인터넷은 나를 초고속 데이터 처리 기기 같은 물건으로 바꾸어놓았다. 나는 마치 인간의 모습을 한할처럼 변해가고 있었다.
나는 이전의 뇌를 잃어버린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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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1-08-27 06: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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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사진을 찍은 다음 날 남편은 눈이 잘 안 보인다고 말했다. 전날 사진을 찍을 때부터 그랬다고. 사진 속 그이는평소 좋아하지 않았던 검은색 모자를 쓰고 잘 보이지 않는눈으로 애써 미소 짓고 있다. 그 마음을 생각하면 미안해서사진을 볼 수 없다. 자신의 죽음을 느끼면서, 가족을 위해 마지막 힘을 다했구나.  


한 손은 아이를 잡고 한 손은 그이를 잡고 있었다. 한 손으 탄생에 가깝고 한 손은 죽음에 가깝다. 어쩌다 나는 이인연 사이에 들어와 있을까? 감상적인 생각은 현실에 도움 이 되지 않는다. 정신을 차리고 그 둘을 힘껏 잡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었다.

 이제는 내 나이가 너무 많게 느껴져,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 여러운 듯하다. 생각 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기도 어렵고 만나도 친해지는 일이번거롭다. 애쓰지 않으면 친구를 사귈 수 없다. 어린아이의단순함을 배우고 싶다. 사람 사이 마음을 주고받는다는 건뭘까. 어쩌면 아이가 나보다 친구 사귀는 법을 더 잘 아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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