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나비를 좋아한다.

어릴 적 어깨 위에 앉았던 노랑나비가 내게 어떤 암시를 걸었는지도 모르고, 내가 만들어지던 찰나의 순간,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 나비의 날갯가루라 섞여들었는지도 모를일이다.

 

나보코프에 열광하는 것도..롤리타때문이었다기 보다, 그의 나비연구에 매료되어서였다.

 

 

 

 

 

 

 

 

 

 

 

 

 

 

 

나비와 올빼미, 고래와 달팽이, 고슴도치와 말..내가 좋아하는 생명체들이다.

며칠 전 온통 나비투성이인 책을 하나 받았다.

오현종의 "옛날옛적에 자객의 칼날은"

 

 

  표지가 너무 황홀해서 한참을 들여다본다. 표지가 반칙이었다. 넋놓고 표지만 한 이틀 들여다본 것 같다. 표지에 홀려 내용은 뒷전인 상태.

 

마음을 다 잡고 읽어내린다.

이 잔혹한 이야기를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자꾸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밤마다 내 다리를 잘라먹고 머리통을 쪼아댄다.

그래도 멈출 수 없는 이야기들..

매력적이다. 아니 매혹적이다.

 

 

 

 

 

  아..이런 멋진 책도 있었다.

지금도 나오나? 오래 전..사람의 마음을 갖도록 도와준 책..

 

 

 

 

 

 

 

 

 

 

 

 

 

 

나비가 잘 안보이는 요즘..출근길에 환영처럼 본 것이 나비였을거라고 믿고 싶어진다.

아직 사라지지 않은 이상이..남아있다고 믿고 싶은 까닭이다.

 

나비떼가 보고 싶어진다. 깜도 안되지만..끄적끄적..황천 기담의 그 나빗길을 따라 나서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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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5-04 19: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흥국도 축구 다음으로 호랑나비를 좋아하죠. 헤르만 헤세의 《나비》라는 책도 좋아요. 나비의 매력에 푹 빠지신 나타샤님이 이 책을 읽어보신다면 분명 흡족해 하실겁니다. ^^

나타샤 2015-05-04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저는 범우사판으로 읽었어요..꽤 오래전인듯요..아돌프 포트만의 나비의 미..사진들도 좋았죠.
좋은책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희진처럼 읽기 - 내 몸이 한 권의 책을 통과할 때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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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누구처럼 읽을 것인가는 사실 중요치 않다. 하지만 닮고 싶어지긴 한다. 제대로 읽고 싶은 것들이 많은 까닭에..사장되는 독서가 아닌, 살아내는 독서를 하고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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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선의 결과를 보고 실망조차 하지 않았다. 이미 그리 될 줄 알고 있었던 까닭이다.

어떤 것도 우위를 선점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칼자루를 쥐어주고 단디 묶어주기까지 해도 휘두르지 못하는 멍청이들이었던 것이다. 죽기살기로 밀어주고 믿어준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도 그들에게서는 찾을 수 없었다.

 

어쩌면 이것은 "지는" 것에 익숙해진 까닭일 수도 있고, 근대 민주주의 시대의 혁신적 참정권의 상징이었던 선거가 갖는 한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띠지에 적힌 추천사가 흥미롭다.

 

"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선거를 통해 뽑힌 '국민의 대표자(들)'에게 나라의 운영을 맡기고, 그것을 민주주의라고 불러왔다. 그런데 그 민주주의가 지금 완전히 기능부전 상태이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그것은 선거로 뽑힌 정치가들의 자질도 자질이지만, 무엇보다도 선거제도 자체가 내포한 근본적인 한계 혹은 결함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요컨대 오늘날의 선거란 기본적으로 기득권자들의 절대적인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고, 따라서 선거란 결국 기득권세력의 영구적 집권을 돕는 단순한 요식행위 이상이 될 수 없다는게 가장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불리우는 선거가 갖는 함정.

이는 어쩌면 신자유주의적 권력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 밖에 없는 현상일지도 모른다. 민주주의라는 허깨비 같은 말만을 끄집어 내어 방패막이 삼는 기득권자들의 노련한 자기방어 수단은 아닐까..

 

마침하게 출간된 책에 꽂혀 바로 구매하여 읽는다.

160여쪽의 짧은 책에 최근의 시사적인 문제까지 담아 현장감있게 읽힌다.

 

냉정하게 읽어 볼 필요가 있는 책이다. 민주주의라는 말이 더 이상 모욕당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어쨌든, 선거도 졌고..나는 다시 빠순이로 돌아간다.

몇몇 작가들의 신간 알림을 해 놓고 알림을 받는다.

한창훈, 황정은, 함기석, 김경주,오현종, 조이스 캐럴 오츠, 제발트..기타등등..

요즘은 '정지돈'작가에게 흠뻑 빠져있긴 하다.

 

젊은 작가들이 많다. 뜨겁고 진한 부분은 한창훈님께서 다 커버가 가능하다.(개인적인 견해일뿐..)

대부분 잘만든 불량식품 같은 글들이다. 세상에 불량식품만큼 맛있는 것이 없으며 중독성 강한 것이 없을 것이다.

놀라운 색과 놀라운 맛과 놀라운 형태들..

나는 그런것들에 현혹되곤 한다.

신간들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나 내가 찜해놓은..사람들이..

 

 

 

 

 

 

 

 

 

 

 

 

 

 

 

팬임을 자처하는 작가들의 책이 나올 때마다 낮은 탄성을 지른다.

한창훈의 글이 갖는 비릿한 갯내를 누가 따라갈 수 있을까? 갯벌처럼 푹푹 발목을 잡아채는 그 글들의 힘을 말이다.

왜 읽느냐고 묻는다면, 왜 쓰는지 읽어보면 알거라고 대답할 수 있겠다.

오현종의 달고 차가운 이후로 만나는 책이 표지가 너무 이쁘다. 마치 민음사의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처럼 말이다.

문학동네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여러 젊은 작가들이 글이 있지만..

정지돈의 글과 윤이형의 글에 제일 큰 관심을 둔다.

정지돈의 "창백한 말"을 읽고 그의 전 작을 찾아 읽게 된다. 와..이 사람 진짜? 혼자 경탄하며 전율했다.

내가 선호하는 '서늘하고 건조한'결의 글을 야무지게 써내겠구나..하고 말이다.

김경주의 책은 미뤄두고만 있다. 아끼다 똥된다고 그만 아낄 때도 되었다.

 

처음 빠순이 짓을 할 때는..작가와 관련된 모든 기사들과 글들을 들고 팠다.

누가 싫은 소리라도 할라치면 '난 싸울 준비가 되었어. 덤벼보라구!'하는 심정으로 전의를 불태우기도 했다.

진정한 팬이라고..근데 그게 무슨 소용이람?

시간이 지나며 작가의 글들을 차분하게 읽으며 "작가"가 아닌 "작품"의 결들을 살피게 된다.

 

작가님 사랑해요~! 따위의 외침이 아니더라도 작가의 글을 읽고 그 결을 따라 눈빛을 옮겨줄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작은 호수의 물결 같았던 글들이 큰 너울이 되고 집채만한 파도가 되어 몰아치는 것을 그의 작품 속에서 실시간으로 읽어내고 가슴 뻐근하게 공유할 수 있다면..그것으로 족한 것이 아닐까?

또한..

조용히 작가를 응원한다. 여러권을 구매해서(그래봐야 너댓권이지만..이 역시도 사나흘의 반찬을 포기해야하는..) 선물하는 것으로 애정을 보이기도 한다. 어떤 천박한 독자의 나댐이 작가에게 누가 될까 걱정되기 시작해서 말이다.

 

차분하게 그들이 온 마음으로 만들어냈을 작품들을 읽을 생각이다.

저 글이 나오기까지 고단했을 작가들..그 앞에서 환호성보다는 진심으로 반기는 성실한 독자의 자세가 더 힘이 되지 않을까?

 

뭐 개인의 취향이겠지만..

호들갑스러운 리액션에 나는 가끔 돌아서기도 하니까..하루키를 잘 안 읽는 이유 중 하나가..거기에 있다.

독자야? 광신도야? 이런 분위기?

 

빠순이로 돌아오는 순간..흥분된다. 내게 불량식품을 건네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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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2015-07-14 08: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민주주의? 참! 그거 정말로 편리하고 빛좋은 개살구! 똥개에게나 던져주라. 개도 먹을랑강? 내가 평소에 생각하던 것을 저자가 대변해 줬으니
고마울 수 밖에. 빠순이 응원합니다.
 
내 인생의 그녀
부다데바 보스 지음, 김현우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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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리 속의 그녀들..

 

파란 사리(sari)를 입은 여인의 뒷모습..살짝 돌린 옆 얼굴.

표지를 한동안 들여다 보았다. 이제는 그 앞 모습보다 아련한 옆모습으로 기억될 사랑의 이야기인가?

떠나는 사람들과 돌아오는 사람들이 서로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가는 기차역. 기차를 기다리는 네 남자의 이야기가 펼쳐지기엔 더 없이 좋은 공간이다.

추운 겨울의 대합실.

네 남자의 그녀들이 소환되기 시작한다. 그 아픈 이야기들 속 그녀들을 떠올리는 순간, 남자들은 그녀와 사랑을 나누던 시간으로 뒷걸음질 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계급의 문제, 관계의 문제, 시간의 문제..사랑의 시작은 명확한 이유가 없듯, 그 끝도 명확하진 않다. 다만, 그것이 이유였으리라 명분을 실어주는 것이 전부일 뿐이다.

마칸랄,가간 바란,아바니,비카시..인도적인, 너무나도 인도적인(인도에서 대중적인 이름인지 알 수 없으나..) 이름을 가진 남자들의 이야기는 그들의 이름이 거론 될 때마다 인도의 문화와 삶으로 독자를 끌어들인다.

 

<출처: 인도여성의 전통의상, 사리에 담긴 비밀|작성자 우쓰라>

 

파란 사리의 여인이 눈에 밟혔다.  어쩌면 떠나는 것 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을지도 모를 그녀들이 말이다.

 

자꾸만 내 시선을 끌어당기는 파란 사리의 그녀들 때문에 사실, 사내들의 애닲은 사연은 싱겁기까지 했다. 사나이 순정을 들먹인다면 할 말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놓지 않은 그 가운데는 '부다데바 보스'라는 작가의 힘이 있었다. 노래하듯, 시를 읊듯 이어지는 부드러운 인도의 소나타같은 글은 시선을 잡아두기 충분했다.

물론, 딴생각에 빠지게도 했지만 말이다.

 

#2. 딴생각 1.

 

내 인생의 그녀.

자꾸만 그녀들이 궁금해지며..나는 문득 시 하나를 떠올렸다.

 

<물레 감는 그레첸*> - 박은정 / 아무도 모르게 어른이 되어..중에서

 

  밤을 감아요 손가락을 타고 흐르는 시간들을 엮어 국적을

만들어요 기시감으로 만들어진 당신의 국적은 발자국이 없

어도 통행이 가능한 나라, 어지러운 예감들이 눈보라처럼

휘날리는 나라

 

  이름도 땅도 사라진 현명한 나라에서 당신의 타로카드는

광대, 절제, 심판, 물레는 하얀 목덜미를 침묵의 알리바이로

만들고, 가닥의 암호들로 물레를 돌리면 세상은 거미줄 아

래로 구름은 새들의 부리 속으로

 

  시력을 잃은 밤처럼 서로의 몸을 핥아요 당신은 눈만 남은

밀랍입형, 마지막 카드를 버릴 때 우리의 행방은 운명의 수

레바퀴, 은둔자, 달의 몰락, 일생을 짜던 물레는 멈추고 당

신의 국적은 만삭의 죽음도 헐거워지는 곳

 

  오늘은 몇 광년의 겨울이 연명되는 노래, 실타래는 끊어

질 운명처럼 흘러내리고 우리는 수행할 수 없는 작전의 비

밀요원, 당신이라는 오명을 푸는 암호는 총부리를 물고 웃

는 그레첸 - 완벽한 거울의 표정으로.

 

* 괴테의 파우스트를 모티브로 만든 슈베르트 가곡.

 

운명으로 닥치는 사랑을 거부할 수 없듯, 떠나는 사랑에게도 최선을 다해 이별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면, 냉정할까?

평생 물레를 감으면서도 "sein Kuss(그의 키스)"라고 외치는 그레첸의 그 열정과 사랑을 그 극한의 그리움을 곱씹게 된다.

 

#3. 딴생각 2 -그리고 밑줄.

 

내 인생의 그녀..

혹시나, 살을 에는 어느 겨울 날, 어찌할 수 없이 모여 앉은 기차 대합실에서.."멀지 않은 그 때, 그녀를 만났어요. 제 인생의 그녀.."라고 운을 떼는 어느 자유로운 남자의 입술에 내 이름이 걸릴지도 모를 일이다. 누군가의 인생의 그녀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인생의 그"는 누구일까를 생각해 본다. 고즈넉한 어느 밤에 그 이야기를 들려줄 어떤 이가 있어도 좋겠다. 열차 대합실 같은..그런 곳에서 우연히 마주칠 그런..

 

"아직 날이 어스름해서 젊은 부부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작가는 알았다. 잠든 동안에도 두 사람은 서로의 존재를 잊지 않았다는 것을, 잠든 동안에도 두 사람은 서로가 곁에 있어 충만하다는 것을.(P173)"

-결혼을 하건 안하건, 곁에 있어 충만한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일까?

 

"그녀의 손이 스탠드에 닿자 순간 다른 세상으로 들어선 것만 같았습니다. 검푸른 달빛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고 제 방은 더이상 제 방이 아니었죠. 그녀의 파란색 사리가 거의 검은색으로 보였고, 움직일 때마다 그녀의 눈에선 빛이 나고 입술은 달빛으로 물들었어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데, 그녀가 기다란 팔로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저를 꼭 껴안았죠.(P72)"

-사랑에 달떠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건 거짓말이다. 작은 숨소리까지 또렷하게 기억되는 풍경. 사랑하는 이와 같이 있는 그 시간은 상대의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의 갯수마저도 또렷할지도 모른다. 얼버무릴 수 없는 순간이..내겐 있었나?

 

# 4. 별책부록..

 

아무도 모르게 어른이 되어

작가
박은정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15.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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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4-27 2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표지 그림보다 나타샤님이 그리신 그림이 더 예뻐요. ^^

나타샤 2015-04-27 20:13   좋아요 0 | URL
아이고..과찬이세요..그냥 수첩에 끄적거린건데요..
예쁘다해주시니 감사합니다^^
 
한국 자본주의 - 경제민주화를 넘어 정의로운 경제로 한국 자본주의 1
장하성 지음 / 헤이북스 / 201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한국적 자본주의가 아닌 `한국 자본주의` 특수성과 보편성 속에서 보여지는 모순과 미성숙함. 정치와의 결탁관계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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