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선의 결과를 보고 실망조차 하지 않았다. 이미 그리 될 줄 알고 있었던 까닭이다.

어떤 것도 우위를 선점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칼자루를 쥐어주고 단디 묶어주기까지 해도 휘두르지 못하는 멍청이들이었던 것이다. 죽기살기로 밀어주고 믿어준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도 그들에게서는 찾을 수 없었다.

 

어쩌면 이것은 "지는" 것에 익숙해진 까닭일 수도 있고, 근대 민주주의 시대의 혁신적 참정권의 상징이었던 선거가 갖는 한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띠지에 적힌 추천사가 흥미롭다.

 

"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선거를 통해 뽑힌 '국민의 대표자(들)'에게 나라의 운영을 맡기고, 그것을 민주주의라고 불러왔다. 그런데 그 민주주의가 지금 완전히 기능부전 상태이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그것은 선거로 뽑힌 정치가들의 자질도 자질이지만, 무엇보다도 선거제도 자체가 내포한 근본적인 한계 혹은 결함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요컨대 오늘날의 선거란 기본적으로 기득권자들의 절대적인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고, 따라서 선거란 결국 기득권세력의 영구적 집권을 돕는 단순한 요식행위 이상이 될 수 없다는게 가장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불리우는 선거가 갖는 함정.

이는 어쩌면 신자유주의적 권력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 밖에 없는 현상일지도 모른다. 민주주의라는 허깨비 같은 말만을 끄집어 내어 방패막이 삼는 기득권자들의 노련한 자기방어 수단은 아닐까..

 

마침하게 출간된 책에 꽂혀 바로 구매하여 읽는다.

160여쪽의 짧은 책에 최근의 시사적인 문제까지 담아 현장감있게 읽힌다.

 

냉정하게 읽어 볼 필요가 있는 책이다. 민주주의라는 말이 더 이상 모욕당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어쨌든, 선거도 졌고..나는 다시 빠순이로 돌아간다.

몇몇 작가들의 신간 알림을 해 놓고 알림을 받는다.

한창훈, 황정은, 함기석, 김경주,오현종, 조이스 캐럴 오츠, 제발트..기타등등..

요즘은 '정지돈'작가에게 흠뻑 빠져있긴 하다.

 

젊은 작가들이 많다. 뜨겁고 진한 부분은 한창훈님께서 다 커버가 가능하다.(개인적인 견해일뿐..)

대부분 잘만든 불량식품 같은 글들이다. 세상에 불량식품만큼 맛있는 것이 없으며 중독성 강한 것이 없을 것이다.

놀라운 색과 놀라운 맛과 놀라운 형태들..

나는 그런것들에 현혹되곤 한다.

신간들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나 내가 찜해놓은..사람들이..

 

 

 

 

 

 

 

 

 

 

 

 

 

 

 

팬임을 자처하는 작가들의 책이 나올 때마다 낮은 탄성을 지른다.

한창훈의 글이 갖는 비릿한 갯내를 누가 따라갈 수 있을까? 갯벌처럼 푹푹 발목을 잡아채는 그 글들의 힘을 말이다.

왜 읽느냐고 묻는다면, 왜 쓰는지 읽어보면 알거라고 대답할 수 있겠다.

오현종의 달고 차가운 이후로 만나는 책이 표지가 너무 이쁘다. 마치 민음사의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처럼 말이다.

문학동네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여러 젊은 작가들이 글이 있지만..

정지돈의 글과 윤이형의 글에 제일 큰 관심을 둔다.

정지돈의 "창백한 말"을 읽고 그의 전 작을 찾아 읽게 된다. 와..이 사람 진짜? 혼자 경탄하며 전율했다.

내가 선호하는 '서늘하고 건조한'결의 글을 야무지게 써내겠구나..하고 말이다.

김경주의 책은 미뤄두고만 있다. 아끼다 똥된다고 그만 아낄 때도 되었다.

 

처음 빠순이 짓을 할 때는..작가와 관련된 모든 기사들과 글들을 들고 팠다.

누가 싫은 소리라도 할라치면 '난 싸울 준비가 되었어. 덤벼보라구!'하는 심정으로 전의를 불태우기도 했다.

진정한 팬이라고..근데 그게 무슨 소용이람?

시간이 지나며 작가의 글들을 차분하게 읽으며 "작가"가 아닌 "작품"의 결들을 살피게 된다.

 

작가님 사랑해요~! 따위의 외침이 아니더라도 작가의 글을 읽고 그 결을 따라 눈빛을 옮겨줄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작은 호수의 물결 같았던 글들이 큰 너울이 되고 집채만한 파도가 되어 몰아치는 것을 그의 작품 속에서 실시간으로 읽어내고 가슴 뻐근하게 공유할 수 있다면..그것으로 족한 것이 아닐까?

또한..

조용히 작가를 응원한다. 여러권을 구매해서(그래봐야 너댓권이지만..이 역시도 사나흘의 반찬을 포기해야하는..) 선물하는 것으로 애정을 보이기도 한다. 어떤 천박한 독자의 나댐이 작가에게 누가 될까 걱정되기 시작해서 말이다.

 

차분하게 그들이 온 마음으로 만들어냈을 작품들을 읽을 생각이다.

저 글이 나오기까지 고단했을 작가들..그 앞에서 환호성보다는 진심으로 반기는 성실한 독자의 자세가 더 힘이 되지 않을까?

 

뭐 개인의 취향이겠지만..

호들갑스러운 리액션에 나는 가끔 돌아서기도 하니까..하루키를 잘 안 읽는 이유 중 하나가..거기에 있다.

독자야? 광신도야? 이런 분위기?

 

빠순이로 돌아오는 순간..흥분된다. 내게 불량식품을 건네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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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2015-07-14 08: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민주주의? 참! 그거 정말로 편리하고 빛좋은 개살구! 똥개에게나 던져주라. 개도 먹을랑강? 내가 평소에 생각하던 것을 저자가 대변해 줬으니
고마울 수 밖에. 빠순이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