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의 할매들이 또 시집을 들고 나오셨다.
아침 뉴스에서 구미의 한 공장에서 폭발 사고가 났고 칠곡 인근까지 영향을 주었다는 말을 듣고 할매들을 생각했다.
사상자들과 미흡한 안전조치, 또 죽음으로 문제를 드러내는 현실. 이 노릇을 어찌하면 좋겠냐는 한탄보다 할매들이 먼저 떠오른건 안심하고 싶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뭔가 부족하고, 뭔가 성에 안찰 때, "할머니~"하고 달려가면 어떻게든 해결해주던 신묘했던 경험이 불러낸 데자부 같은 것이었으리라.
시가 뭐고? 를 읽으며 찌릿찌리했던, 콤콤하지만 그리운 할매냄새를 떠올렸던 기억은 그 2탄일지도 모를 '콩이나 쪼매 심고 놀지머'의 출간 소식에 마음이 바빴다. 얼른 사야지 싶었고, 득달같이 주문을 했고, 겨우 받았다.
그저 시집인데..심심한 손주년에게 '콩 쪼매 심고 놀자'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저절로 웃음이 지어진다.
할머니들의 시집이 종종 나온다.
할머니 시집들에서 서툴고 어설픈 이야기와 그 속에 녹아든 삶의 이력, 뭐 이런 것들을 찾아내며 애잔해하는 것.
그것만 볼 것은 아니다.
진정성이라는 묘한 말로 얼버무릴 일도 아니다.
절묘하게 떨어지는 리듬. 구석구석 파고드는 은유도 직유도 까짓 시적 작법 따위를 몰라도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지는 시어들..신기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다. 배우는 할매들, 그렇게 써내는 작품들..그것을 모으는 손길. 이 모두가 참 건강하다.
이 시집은..건강하다.
아, 얼마 전에 본 할머니시집 중에 인상 깊은 것들도 있었다.
칠곡 할매들과는 사뭇 결이 다르다. 그 나름의 맛이 있다.
일흔이 되면..시를 배워야겠다.
시나 쪼매 쓰고 놀지 머..하며 합죽하게 웃어보는 것도 이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