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낭비라는 SNS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시집을 출간하고 있다. 어설픈 포스트에 격려의 글을 남겨주기도 하고, 늘 큰언니처럼 꾸준히 눈길을 주시던 분이 시집을 내셨다. 오랜 시간, 자신이 살아온 시간만큼 익히고 익힌 감칠 맛 나는 감주일지도 모르겠다. 그 제목이 좋다.

 

  몇번이나 들락거리며 업데이트 되기를 기다리다 얼른 구매를 한다.

  내일이나 도착한다니 조금 더 기다려볼 일이다. 잘 익은 빨간 고추장처럼 맵달콤한 맛이면 좋겠다.

 

 최돈선의 시집을 한꼭지씩 읽는다. 사람이 애인이다. 사람이 애인인데.. 사람이 사람을 모질게 밀쳐낼 수도 있는 현실을 보며 자꾸 아리다.

 이렇게 품어야 하는데..어째서 자꾸 밀치고 다치게 하는건지..

사람이..사람인데..

 

 14일 이후로 마음이 자꾸 아팠다.

 어쩐지 한 발 쯤 걸치고 있는 기회주의자 같다는 생각. 회색분자 같다는 생각이 자신을 괴롭혔다. 그럴 수 있다. 뭔가 보태고 싶지만 여의치 않은..나눌 것이라곤 개도 안물어 갈 마음 밖에 없다는게..

 

어제는 내내 책을 읽었다. 벽돌처럼 두텁고 묵직한 책.

  광숙에게..라고 시작되는 편지들은 애절하고 애틋하다. 그의 뜨거운 편지들이 시가 되고 노래가 되는 건 그런 사랑이 사람이 흘러주었기 때문이겠다 싶었다.

 옥중 서신이란 것이 낯설지 않지만..김남주의 편지는 자꾸만 물기를 끌어온다.

 

 악보가 있는 것도 아닌데, "함께 가자 우리 이길을.."하고 노래하며 읽는다.

어떤 시는 이미 태생이 노래여서 노래하지 않으면 읽히지 않기도 하나보다 생각했다.

 

 

 노래하는 시인의 책도 사무실에 두고 짬짬이 꺼내 읽는다.

 조금 투박하기도 하고, 조금 엉키기도 하지만, 이 역시 노래의 애드립처럼, 허밍처럼 나쁘지 않다.

 

 시집 몇 권을 주문하고, 주문했고, 읽거나 읽을 것이다.

 

 가을이라서 유난히 시를 읽게 되는 건 아닌데..올 해 유난히 시집을 들었다놨다 하고 있다.

 

 가을 시가 좋은 건...가을 날씨 때문이라고 변명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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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11-17 20: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 제목 라임이 기발하네요. 시가 좋은 건, 시가(cigar) 향 때문이라고... 개드립을 시전해봅니다. ㅎㅎㅎ

나타샤 2015-11-17 21:44   좋아요 0 | URL
시가향..좋습니다~~^^

yureka01 2015-11-18 11: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눈부신 꽝 한권들고 쿠바 하바나 항구에서 읽고 싶네요 ㄷㄷㄷ아놔..

나타샤 2015-11-18 12:21   좋아요 0 | URL
모히또 한잔 추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