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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교과서 한국을 말하다
이길상 지음 / 푸른숲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학생 때 취미로 해외펜팔을 한 적이 있다. 단순히 취미 생활이었다곤 하지만 워낙 많은 나라의 수십명 학생들과 교류했었기 때문에 매일매일 여러통의 편지를 주고 받는 일에 꽤 많은 시간을 쏟았었다. 해외 각 나라의 친구들로부터 매일 수통의 편지가 배달됐다. 오죽하면 우체부아저씨가 나더러 '너 연예인이냐?'는 농담을 다 하셨다.ㅋ 그중 몇몇 친구들은 한국에 놀러와서 만나본 적도 있다. 대학에 들어오고 연애하느라, 술마시느라, 노느라 정신이 팔려 펜팔에 점점 소홀해지다보니, 지금은 일본친구 몇몇 빼놓고는 거의 연락이 끊겼지만... 한때 열정을 쏟았던 그때의 일들은 새록새록 즐거운 추억으로 떠오른다.
나의 일상을 전해주는 내용이 대부분이었지만, 내 일상과 함께 우리나라의 여러 것들을 더불어 소개해주는 것들은 단순히 개인간의 사적인 교류를 넘어 우리나라를 세계에 알리는 작은 외교라는 점에 뿌듯했었다. 대부분 외국 친구들이 우리나라가 분단된 아시아의 작은 나라라는 것 정도 밖에는 많은 것을 알지 못했고, 88 서울 올림픽이라는 큰 경기를 치루었지만, 내가 사는 서울에 대해서도 모르는 친구들도 많았다. 내가 생각하는 것 훨씬 이상으로 그들은 한국이란 나라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난 직접 서울의 문화나 고궁의 사진을 찍어 보냈고, 명절, 음식, 의복, 사회, 경제, 심지어 우리나라의 연예인이나 영화 얘기까지 하나씩하나씩 들려주었었다.
세계사나 세계지리에 관심이 많았던 난 그 어느 과목보다 수업시간에 열심히 공부했었다. 특히 내가 펜팔을 하고 있는 친구들의 나라에 대한 것들은 더 주위깊게 봤었다.(한 50여개국 되었던 것 같다.) 그럼 그들은 학교에서 한국에 대해 어떤 것들을 배웠을까? 우연히 이 책 <세계의 교과서 한국을 말하다>라는 것을 보게 되었고, 난 솔직히 조금 충격을 받았다. 내가 펜팔했을 당시보다 지금의 한국의 세계적 위상을은 훨씬 나아졌을텐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여전히 한국에 대해 잘 알지 못할 것이었다. 교과서가 한 나라를 알리는 모든 수단이 된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학생들이 배운다는 책에 우리나라에 대한 것들은 한국전쟁을 빼놓곤 거의 전무한 상태였다. (일본과 중국의 역사가 자세히 소개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우리와 가까운 중국, 일본, 미국의 교과서 등을 제외하면 세계사 속에 한국은 거의 소개되어 있지 않으며, 그나마도 매우 잘못되고 왜곡된 서술로 차라리 책에 안실리니만 못한 것들도 많았다.
예를들면, 현대사를 북한중심으로 기술하여 남한의 경제를 북한 수준으로 끌어내리고, 한국을 도교와 불교, 북한을 유교 국가로 설명하는 멕시코 교과서, 한국은 말라리아가 창궐하며, 중국어를 사용하는 국가로 소개한 아르헨티나 교과서, 남북한을 구별하지 못하는 우루과이 교과서, 한국이 포루투갈의 식민지였다고 하는 파라과이 교과서, 한국전쟁이 북침이었다고 설명하는 러시아 교과서, 제주도가 일본땅으로 표시되어 있는 태국 교과서, 한국이 15세기에 최초의 백과사전을 만들었다는 얼토당토한 자료가 실려있는 카자흐스탄 교과서 등등이다. 이 모든 왜곡된 자료들은 무엇보다 이 나라들이 의도적으로 한국을 폄하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한국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충실한 자료가 소개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는 우리나라의 노력 부족이라 생각된다. 자국의 홍보에 많은 비용을 투자하여 노력하고 있는 가까운 일본과도 대조되는 일이다.
가장 큰 문제는 우리나라와 역사적으로 이해관계가 많이 얽힌 일본, 미국, 중국 등에 대한 교과서이다. 이들 교과서에서는 비교적 우리나라의 이야기를 많이 다루고 있다. 하지만 그것들의 많은 부분이 크게 왜곡돼어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이들 국가들은 홍보나 정보의 부족이라기보다는 의도적으로 우리나라의 역사를 폄하하고 왜곡하는 부분이 많다. 그 이유는 자국 역사를 자국이 유리한 방향으로 설명하면서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를 폄하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일본과는 꾸준한 마찰을 빗어오고 있고, 최근 독도 문제로 심각하게 이슈가 되었던 적도 있다. 중국 또한 동북공정으로 우리나라 고구려의 역사를 중국역사에 포함시켜 설명하고 있으며, 타이완과 홍콩은 그 오류의 분량이 상당하다. 미국 또한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
특히 일본의 역사왜곡은 그 정도가 굉장히 심각한 수준이다. 이마당에 이명박 정부는 취임하자마자 한일 정상회담에서 과거의 역사, 이념 같은 것은 더 이상 묻지 않겠다는 망발을 내뱉어 열불이 치밀게 한일도 있었다.(일본과의 우호를 위해 한 말이었겠지만 굳이 이런말을 할 필요는 없었다.) 이 책의 저자는 역사 왜곡문제는 정부가 나서기 보단 학술차원에서 꾸준한 연구와 토론,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역사 문제에 대한 다른 나라의 노력들을 보면, 우리나라는 그 대응에 상당히 미흡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교과서 왜곡 사건이 일어났을 때 불같이 여론이 들끓고, 국가간의 감정만 악화되었지 실질적으로 왜곡 문제에 대한 일본의 태도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를 바로 알리기 위한 장기적인 투자와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또한 각국 언어로 번역되 홍보자료의 투자에 더 힘써야 겠다. 포루투갈어를 쓰는 멕시코에가서 영어로 된 홍보책자를 보여주면서 우리나라를 제대로 소개하겠다고 하니....쯧...! 영어가 만국공용어라 하지만 자국어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다. 또한 우리나라를 상대국에 알리는 일에 앞서 상대국에 대한 우리나라의 제대로 된 이해도 필요할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다른 나라의 우리나라에 대한 역사 왜곡과 소개에 대한 자료 부족이 심각함을 느끼고 직접 세계 각국을 찾아다니며, 잘못된 내용의 수정을 요구하고, 우리나라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소개하고 바로잡는 일들에 발벗고 나섰다. 세계의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 문제부터 우리나라의 이미지들이 달라진다면, 앞으로의 우리나라 위상도 서서히 변화하리라 생각된다. 또 개인적으로 학생들에게 해외펜팔을 추천하고 싶다. 자연스럽게 학생들의 정서와 언어공부가 향상됨은 물론이고, 그런 작은 교류로부터 우리나라의 위상과 이미지는 차츰 변화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전쟁과 분단의 아픔을 가진 우울한 나라라는 일부 않좋은 이미지에서 찬란한 문화를 가진 역동적인 경제대국으로 세계 속에 인식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