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도시 Z - 아마존의 치명적인 유혹에 관한 이야기
데이비드 그랜 지음, 박지영 옮김 / 홍익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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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만화나 영화를 통해 아마존 황금의 땅 ’엘도라도’에 대해 본 적이 있다. 황금으로 온 세계가 번쩍번쩍하고 파란만장한 고대문명이 살아 숨 쉬는 곳.. 만화나 영화 속 그곳의 모습은 정말 환상 그 자체였다. 그런 고대문명이 과거에 실제로 존재했었을까? 세상의 많은 전설들이 단지 전설이나 신화로 그치지 않고, 역사 속에 실재 드러났던 일들은 많았다. 과거 그리스-로마, 메소포타미아 유적들이 그렇다. 밀림 속에 갇힌 채 아직 발견되지 않은 아마존의 그곳, 많은 사람들에게 불가사의한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미지의 세계인 그곳을 사람들은 ’엘도라도’ 또는 ’잃어버린 도시 Z’라고 불렀다. 과거 수많은 탐험가들이 아마존 정복에 도전하다 목숨을 잃었으며, 영국의 퍼시 포셋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퍼시 포셋은 전설이 되었다. 그의 실종으로 인해 더 많은 사람들이 아마존 탐사에 열을 올렸다. 엘도라도의 환상을 좇아, 아마존 밀림의 불가사의한 험을 좇아, 그리고 퍼셋의 발자취를 좇아...  

 

이 책은 과거 포셋이 아마존을 탐사하는 기록을 담고 있다. 또한 현재 이 책의 작가이자 기자인 데이비드 그린은 포셋의 발자취를 찾아 아마존 탐사를 떠난다. 동시에 잃어버린 도시 Z를 추적하기에 이른다. 상상을 뛰어넘는, 그리고 생사를 오가는 끔찍한 밀림 속 환경과 원주민들의 생활 등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그들의 탐사는 마치 한편의 다큐멘터리처럼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졌다.

 

퍼셋의 아들 브라이언도 아버지와 형의 발자취를 찾아 아마존을 향한다. 경비행기로 내려다 본 아마존의 밀림 사이로, 그는 여러 모양의 탑과 피라미드 형태의 잔해들이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것은 마치 오래 전에 고도로 발달한 한 문명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들은 단지 오랜 세월 동안 아마존 일대에서 일어난 토양의 침식작용에 의해 생긴 것으로, 탑과 피라미드 처럼 보이는 착시 현상일 뿐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잃어버린 도시 Z’는 그저 인간의 상상력이 빗어낸 허구일 뿐인가?

작가는 여기서 중요한 단서 하나를 이야기한다.

인류학이나 고고학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자신의 현재 입장을 버리고 그곳, 그곳의 역사, 그곳에 사는 인간이 되어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포셋이 죽을 때까지 버리지 못한 오류 중 하나는 ’잃어버린 도시 Z’가 마치 고대 이집트나 그리스로마 시대의 유적을 닮아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아마존 밀림 안에 그렇게 화려하고 거대한 도시가 존재하리라는 믿음은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었다. <p.298>




이 책은 우리가 상상하던 엘도라도, 잃어버린 도시 Z의 존재와 발견을 우리에게 펼쳐 보인다. 단지 우리의 편협하고 고정된 사고방식을 버리면 그곳은 바로 아마존의 광대한 자연 속에 엄연히 존재해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나 또한 생각한 것이 많았다. ’탐사, 발견’..그것은 누구의 기준에 의한 탐사와 발견인가? 우린 너무 서양식 시선과 사고에 익숙한 것은 아닐까? 원래부터 오랫동안 체류해 살던 원주민 지역에 멋대로 들어와 탐사네 발견이네 하는 것은 서양 중심의 우월적인 사고 방식 아닐까? 우리는 이런 시선과 생각부터 다시 바로잡아야할 필요가 있다.문명이란 것도 그렇다. 어떤 기준에 의해 우리는 그것을 문명이라고 부르는가? 그리스로마의 고대 웅장했던 건물들처럼, 그들은 거대한 무언가를 기대하고 찾았던 것은 아닐까?
퍼셋의 가장 큰 오류는 바로 서양인의 관점을 버리지 못한 것이었다. 



아직도 많은 역사서엔 서양 중심의 사고방식들이 많이 내재되어 있다. 또한 미국식 서부 영화에 너무 익숙해져서 우리는 동양인임에도 불구하고, 컬럼부스의 아메리카 발견이니, 백인들이 인디언들을 정복하는 것들에 대해 당연한 듯이 받아들여 왔다. 하지만 이젠 객관적인 시각으로 어떤 사실을 재해석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가장 꺼림직한 부분도 아마존을 정복하려는 서양인들의 시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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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21
미겔 데 우나무노 지음, 조민현 옮김 / 민음사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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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과 라틴 문학에 관심을 갖던 도중 우연히 읽게 된 이 책은 제목 <안개>처럼 작가가 도대체 뭘 말하려고 하는지 쉽게 와닿지 않았다. 이야기의 전개가 어렵다거나, 줄거리가 지루하다기보다는 다소 얼뜨기(?) 주인공 아우구스토의 이런저런 관념적인 생각들이 모두 명확하게 내 속에 꽂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주인공 아우구스토가 거리에서 한눈에 반한 에우헤니아를 쫓아가는 것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하지만 불행히도 에우헤니아에겐 이미 사랑하는 연인이 있다. 에우헤니아를 향한 그의 관념적 사랑과 복잡한 현실이 꼬이고, 이런저런 우여곡절 끝에 그녀의 사랑을 쟁취하는 듯 싶지만, 결국 그녀의 배신으로 끝나버린다. 그 배신의 고통을 참지 못했던 아우구스토는 자살을 결심한다. 이것이 소설의 전반적인 내용이다. 줄거리는 다소 유치하단(?)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소설 중간중간에 내재되어 있는 끊임없는 주인공 자신의 존재성에 대한 철학적, 관념적 생각들과 친구 빅토르와의 대화 등은 이 소설이 결코 가볍지 않음을 느끼게 했고, 단순한 사건의 줄거리를 넘어선 그 내막들은 꽤 흥미로운 것들이 많았다.

 

모든 것이 주인공의 죽음으로 끝나려는 찰나, 갑자기 작가 우나무노가 소설 속에 직접 뛰어든다. 이 책의 진정한 백미는 후반 31장 여기서부터이다. 자살을 결심한 주인공 앞에 나타난 그는 "너는 자살할 수가 없어. 왜냐하면 존재하지 않으니까..."라고 이야기한다. 아우구스토란 인물은 작가가 만들어낸 허구이며, 환상의 산물일 뿐이므로 아우구스토에겐 자유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부터 자살을 허락하지 않는 작가와 논쟁하는 주인공 아우구스토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창조자인 작가 우나무노와 피조물인 주인공 아우구스토, 그들 중 진정한 실체는 누구일까?  아우구스토는 소설 속 등장인물인 자신을 작가의 마음대로 죽이고 살릴 수 있다면, 신 또한 같은 마음으로 작가 우나무노를 죽일 수 있다고 말한다. 또 자신은 자율적 의지를 가지고 행동할 권리가 있음을 주장한다. 여기서부터 존재와 허구의 실체가 헷갈리기 시작한다. 현실은 소설이되고, 소설이 현실이 되는 독특한 상황을 작가는 '소셜'이라 표현한다. 우리 모두가 '소셜적 실체'에 불과하며, 결국은 모두가 원하든 원하지 않는 죽는다는 것이다. 우리의 존재 자체가 더 큰 무한한 존재에 의해 조정되고, 운명지워진다는 것이다.

 

이 마지막 부분을 난 두번이나 다시 읽었다. 우나무노와 아우구스토의 다소 추상적인 문답들이 역시나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내가 느낀 것은, 누구든 운명에 굴복하여 결국 '죽음'이란 것을 피할 수 없는 유한한 존재이지만, 주인공 아우구스토처럼, 창조주에 대해 자신의 주장을 피력할 수 있는 자율적 의지를 가진 존재하는 것이다. 또 내 존재가 실체든 허구든 중요하지 않다. 내가 여기 있고, 지금 생각하는 한 내 존재는 바로 여기 현존하는 것이다. 데카르트의 말처럼....;;
무한한 신의 존재에 의해 내 운명이 결정되어 있다 할지라도, 난 내 삶을 내 의지대로 살아갈 내 자신의 구체적인 살아 있는 존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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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교과서 한국을 말하다
이길상 지음 / 푸른숲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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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때 취미로 해외펜팔을 한 적이 있다. 단순히 취미 생활이었다곤 하지만 워낙 많은 나라의 수십명 학생들과 교류했었기 때문에 매일매일 여러통의 편지를 주고 받는 일에 꽤 많은 시간을 쏟았었다. 해외 각 나라의 친구들로부터 매일 수통의 편지가 배달됐다. 오죽하면 우체부아저씨가 나더러 '너 연예인이냐?'는 농담을 다 하셨다.ㅋ 그중 몇몇 친구들은 한국에 놀러와서 만나본 적도 있다. 대학에 들어오고 연애하느라, 술마시느라, 노느라 정신이 팔려 펜팔에 점점 소홀해지다보니, 지금은 일본친구 몇몇 빼놓고는 거의 연락이 끊겼지만... 한때 열정을 쏟았던 그때의 일들은 새록새록 즐거운 추억으로 떠오른다.

 

나의 일상을 전해주는 내용이 대부분이었지만, 내 일상과 함께 우리나라의 여러 것들을 더불어 소개해주는 것들은 단순히 개인간의 사적인 교류를 넘어 우리나라를 세계에 알리는 작은 외교라는 점에 뿌듯했었다. 대부분 외국 친구들이 우리나라가 분단된 아시아의 작은 나라라는 것 정도 밖에는 많은 것을 알지 못했고, 88 서울 올림픽이라는 큰 경기를 치루었지만, 내가 사는 서울에 대해서도 모르는 친구들도 많았다. 내가 생각하는 것 훨씬 이상으로 그들은 한국이란 나라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난 직접 서울의 문화나 고궁의 사진을 찍어 보냈고, 명절, 음식, 의복, 사회, 경제, 심지어 우리나라의 연예인이나 영화 얘기까지 하나씩하나씩 들려주었었다.

 

세계사나 세계지리에 관심이 많았던 난 그 어느 과목보다 수업시간에 열심히 공부했었다. 특히 내가 펜팔을 하고 있는 친구들의 나라에 대한 것들은 더 주위깊게 봤었다.(한 50여개국 되었던 것 같다.) 그럼 그들은 학교에서 한국에 대해 어떤 것들을 배웠을까? 우연히 이 책 <세계의 교과서 한국을 말하다>라는 것을 보게 되었고, 난 솔직히 조금 충격을 받았다. 내가 펜팔했을 당시보다 지금의 한국의 세계적 위상을은 훨씬 나아졌을텐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여전히 한국에 대해 잘 알지 못할 것이었다. 교과서가 한 나라를 알리는 모든 수단이 된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학생들이 배운다는 책에 우리나라에 대한 것들은 한국전쟁을 빼놓곤 거의 전무한 상태였다. (일본과 중국의 역사가 자세히 소개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우리와 가까운 중국, 일본, 미국의 교과서 등을 제외하면 세계사 속에 한국은 거의 소개되어 있지 않으며, 그나마도 매우 잘못되고 왜곡된 서술로 차라리 책에 안실리니만 못한 것들도 많았다.

 

예를들면, 현대사를 북한중심으로 기술하여 남한의 경제를 북한 수준으로 끌어내리고, 한국을 도교와 불교, 북한을 유교 국가로 설명하는 멕시코 교과서, 한국은 말라리아가 창궐하며, 중국어를 사용하는 국가로 소개한 아르헨티나 교과서, 남북한을 구별하지 못하는 우루과이 교과서, 한국이 포루투갈의 식민지였다고 하는 파라과이 교과서, 한국전쟁이 북침이었다고 설명하는 러시아 교과서, 제주도가 일본땅으로 표시되어 있는 태국 교과서, 한국이 15세기에 최초의 백과사전을 만들었다는 얼토당토한 자료가 실려있는 카자흐스탄 교과서 등등이다. 이 모든 왜곡된 자료들은 무엇보다 이 나라들이 의도적으로 한국을 폄하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한국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충실한 자료가 소개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는 우리나라의 노력 부족이라 생각된다. 자국의 홍보에 많은 비용을 투자하여 노력하고 있는 가까운 일본과도 대조되는 일이다.

 

가장 큰 문제는 우리나라와 역사적으로 이해관계가 많이 얽힌 일본, 미국, 중국 등에 대한 교과서이다. 이들 교과서에서는 비교적 우리나라의 이야기를 많이 다루고 있다. 하지만 그것들의 많은 부분이 크게 왜곡돼어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이들 국가들은 홍보나 정보의 부족이라기보다는 의도적으로 우리나라의 역사를 폄하하고 왜곡하는 부분이 많다. 그 이유는 자국 역사를 자국이 유리한 방향으로 설명하면서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를 폄하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일본과는 꾸준한 마찰을 빗어오고 있고, 최근 독도 문제로 심각하게 이슈가 되었던 적도 있다. 중국 또한 동북공정으로 우리나라 고구려의 역사를 중국역사에 포함시켜 설명하고 있으며, 타이완과 홍콩은 그 오류의 분량이 상당하다. 미국 또한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

 

특히 일본의 역사왜곡은 그 정도가 굉장히 심각한 수준이다. 이마당에 이명박 정부는 취임하자마자 한일 정상회담에서 과거의 역사, 이념 같은 것은 더 이상 묻지 않겠다는 망발을 내뱉어 열불이 치밀게 한일도 있었다.(일본과의 우호를 위해 한 말이었겠지만 굳이 이런말을 할 필요는 없었다.)  이 책의 저자는 역사 왜곡문제는 정부가 나서기 보단 학술차원에서 꾸준한 연구와 토론,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역사 문제에 대한 다른 나라의 노력들을 보면, 우리나라는 그 대응에 상당히 미흡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교과서 왜곡 사건이 일어났을 때 불같이 여론이 들끓고, 국가간의 감정만 악화되었지 실질적으로 왜곡 문제에 대한 일본의 태도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를 바로 알리기 위한 장기적인 투자와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또한 각국 언어로 번역되 홍보자료의 투자에 더 힘써야 겠다. 포루투갈어를 쓰는 멕시코에가서 영어로 된 홍보책자를 보여주면서 우리나라를 제대로 소개하겠다고 하니....쯧...! 영어가 만국공용어라 하지만 자국어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다. 또한 우리나라를 상대국에 알리는 일에 앞서 상대국에 대한 우리나라의 제대로 된 이해도 필요할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다른 나라의 우리나라에 대한 역사 왜곡과 소개에 대한 자료 부족이 심각함을 느끼고 직접 세계 각국을 찾아다니며, 잘못된 내용의 수정을 요구하고, 우리나라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소개하고 바로잡는 일들에 발벗고 나섰다. 세계의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 문제부터 우리나라의 이미지들이 달라진다면, 앞으로의 우리나라 위상도 서서히 변화하리라 생각된다. 또 개인적으로 학생들에게 해외펜팔을 추천하고 싶다. 자연스럽게 학생들의 정서와 언어공부가 향상됨은 물론이고, 그런 작은 교류로부터 우리나라의 위상과 이미지는 차츰 변화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전쟁과 분단의 아픔을 가진 우울한 나라라는 일부 않좋은 이미지에서 찬란한 문화를 가진 역동적인 경제대국으로 세계 속에 인식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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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하임 가는 길 - KBS 'FM 실황음악' 진행자 정준호가 이야기하는 음악과 예술
정준호 지음 / 삼우반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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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미술, 문학 등을 조금 가까이하다보니, 그것들이 별개의 분야가 아니라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 미술 작품을 토대로 음악을 구성한 경우도 많고, 문학을 토대로 구성된 오페라도 많다. 또 문학 속에 포함되어 있는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보았고, 그들은 문학 속에 중요한 모티브로 작용하는 경우도 많다. 솔직히 처음에 이 책은 음악에 대한 것만 소개하는 책인 줄 알았다. 작가 정준호씨는 음악 칼럼니스트로도 유명한 사람이고, 얼핏 책의 목차를 훑어봐도 음악적인 내용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음악을 넘어선 다양한 분야의 내용들을 포함하고 있었으며, 어떤 한가지 분야를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그 바탕에는 다양한 것들이 잇따라 정교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난 하나의 오페라에 관심을 가졌을 뿐인데, 이 책속에서는 단순한 하나의 오페라 이야기를 넘어서 신화, 성서, 역사, 미술, 문학, 심지어 과학까지도 총체적으로 아우르고 있었다.

 

예를들면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적인 걸작 마티아스 그뤼네발트의<이젠하임 제단화>는 힌데미트의 오페라에 영향을 주었으며, 힌데미트는 금세공사와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를 주제로한 오페라를 완성한다. 그뤼네발트의 그림 속에 나오는 '성 세바스찬'은 브람스와 드뷔시의 음악에도 소개된다. 이탈리아 작가 가브리엘레 다눈치오는 '성 세바스찬의 순교'로 작품을 기획하였고, 드뷔시가 음악을 담당하였다. '성 세바스찬의 순교'는 같은 주제의 음악과 미술 작품들이 여럿 존재한다. 이렇게 <이젠하임 제단화>를 시작으로 이야기는 쇤베르크, 스트라빈스키를 비롯하여 미국 매사추세츠의 찰스 아이브스라는 작곡가까지 넘어간다. 아이브스 이야기를 하면서 같은 시대 작가 에드거 앨런 포 이야기를 하며, 라흐마니노프와 베토벤의 작품 이야기 속의 포 이야기를 한다. 이쯤 이야기하니 숨이 차다..;; 이런 이야기의 연결은 급기야 지휘자와 연주자까지 이어진다.

 

이 책은  처음부터 단번에 아~ 하고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미술, 음악, 문학, 역사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설명은 다소 산만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계속 읽다보면 앞서 이야기 한 내용이 뒤에 어떤 식으로든 관련지어 연결됨을 알게된다. 책을 읽으면서 몇번이나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하면서 확인을 해야 비로소 맥락이 이해가 되었다.  한가지 어떤 사실을 갖고 끝말잇기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며 교차하는 설명은  지적 호기심을 채워주는 동시에, 단편적인 지식을 확장시켜 주었다.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내가 좋아하는 라흐마니노프에 대한 음악적 감성 이외에 개인적인 발견이었고, 20세기 등장한 <표현주의> 예술 사조에 대한 것들이었다. 또 각 챕터 뒤에 나와 있는 관련 음반의 설명은 앞으로 음악을 듣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단순히 음악만을 이야기하지 않는 이 책은 '종합예술서'라고 말해도 좋을 것 같다. 하지만 결코 쉽게 읽힐 책은 아닌 듯 싶다. 다방면(?)을 소개하고 있는만큼 다방면을 이해할 수 있는 기본적인 관심과 지식 없이는 수준이 좀 난해하다. 나 또한 성서나 신화에 관계된 지식은 거의 없고, 문학적 지식도 짧으며, 이 책에서 많은 부분을 할애해 설명하고 있는 오페라도 거의 모르는 것이라서, 오페라의 줄거리를 간단히 소개하고 있지만 도데체 뭔 이야기인지, 어떤 감정과 느낌의 곡인지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오페라와 관계된 문학을 읽고, 음악을 들은 후 이 책을 접한다면 더 이해가 쉽지 않을까 생각이다. 물론 그 일련의 작업은 내게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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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만화 열린책들 세계문학 7
이탈로 칼비노 지음, 김운찬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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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만화> 이 우스꽝스런 제목이 꽤 눈길을 끌었다. 우주와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만화가 함께?? 난 처음에 그림이 적당히 섞여있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정말 만화와 비슷한 책인 줄 알았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는 순간 컹~! 
숨쉴 틈 없는 빽빽하고 잘은 글자가 다다다다 박혀있어 왠지 읽기가 부담스러워지는 책이었다. 
이 책의 원제는 <Le cosmicomiche>로 <우주만화>로 번역되었지만, 우주를 뜻하는 cosmo에 형용사 comico를 합성한 말로, 굳이 해석하자면 ’우스꽝스러운 우주’ 정도가 된다 한다. 어쨌든 말그대로 우스꽝스런 제목이다.  우주를 소재로 하면 대개  SF 소설이라 생각하기 쉽겠지만, 이 책은 그 접근방식이 미래지향적이 아닌 과거로의 회귀이다. 다시 말하면 시간과 공간을 넘어 태초 우주와 생물체의 출현 등 모든 것을 거꾸로 되돌아보고 있다.
 

이 책은 과학과 작가의 상상을 적절히 짬뽕시켜 우화적으로 역은 우주 태초의 환상동화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사실 내게 이런 장르의 책은 처음이라 책 속 이야기에 빠져들어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원래 SF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고,(이 책이 SF와는 조금 다르다 했지만 과학을 바탕으로한 상상이라는 점에서 일단 생각하면...;;) 작가의 상상력이 너무나 무한대로 극대되면서, 나의 과학적 틀에 박힌 딱딱한 머리가 쉽게 말랑말랑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솔직히 환상이란 장르 자체가 내겐 익숙치 않다. 환상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내가 갖고 있는 기본적인 인식의 틀을 무너뜨려야 한다. 하지만 내게 있어 가장 어려운 부분이 바로 그것이다. 이 책은 하나의 작은 과학적 지식을 필두로 각각의 단편단편을 엮어간다. 하지만 작가가 상상해서 펼쳐놓는 이야기와  필두의 과학적 지식으로부터 내가 나름대로 책을 읽으며 떠올리는 상상의 수준은 너무도 많은 차이가 생겼다. 한참 읽다보면 작가는 내가 떠올렸던 것과 전혀 다른 결과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그러면 그다음부터 난 그 이야기를 전혀 이해할 수 없게 된다. ’난 도대체 뭘 읽은거야?’라고 내 머리 탓을 하며 처음부터 돌아가 다시 읽어야 했다. 이런 과정을 몇번을 반복하면서 겨우겨우 이 책에 적응할 수 있었다.

 

반복 읽기(?) 내 노력의 결과 차차 주인공 크프우프크(Qfwfq)를 쫒아 태초 생명체 탄생에서부터 우주로 펼쳐지는 무한대로의 광활한 여행은 한컷한컷 단편단편 눈앞에 만화와 같이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이 책의 내용들이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아니 시공을 초월해서 어렴풋한 환상여행을 한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꽤 흥미롭게 다가왔다.


 시간도, 존재도, 현상도, 공간도 아무것도 없던 무(無)로부터 하나씩 하나씩 존재가 생기고, 현상이 생기며 그것이 진화하면서 변화하는 이야기들은 현재 먼지 만큼도 안돼는 내 존재의 모습을 새삼 피식 웃으며 떠올리게 만들었고, 작가의 놀라운 상상력에 그냥 입벌리고 벙찔(?) 뿐이었다. 달로 우유를 뜨러 다니고, 원자로 구슬치기 하는 상상,, 멋지다. 줄거리나 자세한 내용을 요약해서 설명하고 싶은데.. 내겐 무리무리다. 이 방대한 이야기는 어떻게 정리가 안됀다. 하여간 리뷰 몇자 쓰는 것도 이 책은 쉽지 않다. 하지만 이제 이책의 진가(?)를 알 것 같다. 이 책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고, 시간이 지난 다음 또 읽어볼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선뜻 추천해주긴 조금 망설여지기도 하지만, 독특한 장르, 기발한 상상력에 목마른 사람이라면 즐겁게 읽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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