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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도시 Z - 아마존의 치명적인 유혹에 관한 이야기
데이비드 그랜 지음, 박지영 옮김 / 홍익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릴 때 만화나 영화를 통해 아마존 황금의 땅 ’엘도라도’에 대해 본 적이 있다. 황금으로 온 세계가 번쩍번쩍하고 파란만장한 고대문명이 살아 숨 쉬는 곳.. 만화나 영화 속 그곳의 모습은 정말 환상 그 자체였다. 그런 고대문명이 과거에 실제로 존재했었을까? 세상의 많은 전설들이 단지 전설이나 신화로 그치지 않고, 역사 속에 실재 드러났던 일들은 많았다. 과거 그리스-로마, 메소포타미아 유적들이 그렇다. 밀림 속에 갇힌 채 아직 발견되지 않은 아마존의 그곳, 많은 사람들에게 불가사의한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미지의 세계인 그곳을 사람들은 ’엘도라도’ 또는 ’잃어버린 도시 Z’라고 불렀다. 과거 수많은 탐험가들이 아마존 정복에 도전하다 목숨을 잃었으며, 영국의 퍼시 포셋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퍼시 포셋은 전설이 되었다. 그의 실종으로 인해 더 많은 사람들이 아마존 탐사에 열을 올렸다. 엘도라도의 환상을 좇아, 아마존 밀림의 불가사의한 험을 좇아, 그리고 퍼셋의 발자취를 좇아...
이 책은 과거 포셋이 아마존을 탐사하는 기록을 담고 있다. 또한 현재 이 책의 작가이자 기자인 데이비드 그린은 포셋의 발자취를 찾아 아마존 탐사를 떠난다. 동시에 잃어버린 도시 Z를 추적하기에 이른다. 상상을 뛰어넘는, 그리고 생사를 오가는 끔찍한 밀림 속 환경과 원주민들의 생활 등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그들의 탐사는 마치 한편의 다큐멘터리처럼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졌다.
퍼셋의 아들 브라이언도 아버지와 형의 발자취를 찾아 아마존을 향한다. 경비행기로 내려다 본 아마존의 밀림 사이로, 그는 여러 모양의 탑과 피라미드 형태의 잔해들이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것은 마치 오래 전에 고도로 발달한 한 문명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들은 단지 오랜 세월 동안 아마존 일대에서 일어난 토양의 침식작용에 의해 생긴 것으로, 탑과 피라미드 처럼 보이는 착시 현상일 뿐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잃어버린 도시 Z’는 그저 인간의 상상력이 빗어낸 허구일 뿐인가?
작가는 여기서 중요한 단서 하나를 이야기한다.
인류학이나 고고학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자신의 현재 입장을 버리고 그곳, 그곳의 역사, 그곳에 사는 인간이 되어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포셋이 죽을 때까지 버리지 못한 오류 중 하나는 ’잃어버린 도시 Z’가 마치 고대 이집트나 그리스로마 시대의 유적을 닮아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아마존 밀림 안에 그렇게 화려하고 거대한 도시가 존재하리라는 믿음은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었다. <p.298>
이 책은 우리가 상상하던 엘도라도, 잃어버린 도시 Z의 존재와 발견을 우리에게 펼쳐 보인다. 단지 우리의 편협하고 고정된 사고방식을 버리면 그곳은 바로 아마존의 광대한 자연 속에 엄연히 존재해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나 또한 생각한 것이 많았다. ’탐사, 발견’..그것은 누구의 기준에 의한 탐사와 발견인가? 우린 너무 서양식 시선과 사고에 익숙한 것은 아닐까? 원래부터 오랫동안 체류해 살던 원주민 지역에 멋대로 들어와 탐사네 발견이네 하는 것은 서양 중심의 우월적인 사고 방식 아닐까? 우리는 이런 시선과 생각부터 다시 바로잡아야할 필요가 있다.문명이란 것도 그렇다. 어떤 기준에 의해 우리는 그것을 문명이라고 부르는가? 그리스로마의 고대 웅장했던 건물들처럼, 그들은 거대한 무언가를 기대하고 찾았던 것은 아닐까?
퍼셋의 가장 큰 오류는 바로 서양인의 관점을 버리지 못한 것이었다.
아직도 많은 역사서엔 서양 중심의 사고방식들이 많이 내재되어 있다. 또한 미국식 서부 영화에 너무 익숙해져서 우리는 동양인임에도 불구하고, 컬럼부스의 아메리카 발견이니, 백인들이 인디언들을 정복하는 것들에 대해 당연한 듯이 받아들여 왔다. 하지만 이젠 객관적인 시각으로 어떤 사실을 재해석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가장 꺼림직한 부분도 아마존을 정복하려는 서양인들의 시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