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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알고 싶은 유럽 TOP10 -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두 번째 이야기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2
정여울 지음 / 홍익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항상 경계한다고 하는데도 무심코 빠져드는 것이 편견이다. 펼쳐보지도 않고 호화로운 유럽의 여행지에 대한 찬사가 가득한 흔한 가이드북일 거라고 마음대로 추측했던 이 책이 지금까지 읽은 어떤 여행 에세이보다 더 멋지게 다가올 줄이야. 이 책의 공동기획과 사진 제공을 담당한 대한항공의 TV CF를 보며 '가 보지도 못한 유럽인데 어디가 좋은지 알 게 뭐야'라는 질투를 불태우던 것도 편견의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이런 좁은 마음으로 끝내 외면했다면 얼마나 아까웠을까, 내가 하고 싶었던 여행이 고스란히 담긴 책, 『나만 알고 싶은 유럽 TOP 10』은 그런 책이었다.

 

이 책은 10가지 테마를 정하고 각 테마별로 10개의 장소를 뽑아 그곳의 여행 이야기를 풀어낸다. 최고의 여행지이자 모든 여행자의 꿈인 유럽. 그 깊고 넓은 공간은 보고 또 봐도, 가고 또 가도 질리지 않는 곳인가 보다. 예술, 음식, 사람, 풍경 등 독특한 테마 안에서 만나는 유럽은 일반 여행 가이드북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매력을 뽐내고 있었다. 같은 장소라도 다른 눈으로 볼 수 있게 하는 것은 여행 에세이가 독자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일 것이다.   

인생은 항상 ㄷ자로 뚫려 있어. 자꾸 억지로 ㅁ자로 메우려 하면 꼭 에러가 나. - 10쪽

겁이 많고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못한 내게 유럽여행은 신분상승의 꿈만큼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유럽을 동경하면서도 외면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다음 생에서는 꼭 유럽에 태어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그러면 적어도 유럽 여행을 못해서 가슴앓이할 일은 없을 테니까. "산책자"가 되어 기꺼이 길을 잃고 싶은 파리, 달콤한 젤라또와 살아있는 신들로 대표되는 로마, 유럽답지 않게 소박한 나폴리, 공기만으로도 찾아온 이들을 치유해주는 알프스, 전쟁의 상처를 품고 더 아름답게 되살아난 두브로브니크 등 유럽은 고작 100이라는 숫자로는 절대 담을 수 없는 수많은 이야기의 원천이었다. 게다가 유난히 아름다운 사진들이 이 책을 유럽처럼 매력적으로 만들고 있었다. 

 

글을 담당한 정여울 작가의 풍성한 인문학적 소양은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의 의미를 절절히 느끼게 해 준다. 현존하는 유토피아가 12년간의 고통스러운 투쟁 끝에 얻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아는 순간, 스페인의 작은 마을 말리날레다는 우리에게 부러움만이 아니라 더 나은 삶을 위한 행동에 대한 절실함마저 일깨워준다. 별 고민 없이 눌러앉아 살아도 될 것 같은 한적한 옥스포드에서 '작은 나눔의 공동체'라는 꿈을 꾸며 설레기도 한다. 정 작가처럼 책으로밖에 만날 수 없었던 예술가나 학자들의 흔적을 직접 보고 만질 수 있다면 그들에 대한 경애(敬愛)도 더 깊어질 것이다. 여행은 '쓰디쓴 인생을 속이는' 달달한 마카롱 같은 것이기도 하지만, 삶의 자세와 세상을 보는 시선을 정련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여행이 저절로 나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여행을 통해서라도 내 삶을 바꾸겠다는 절실한 의지가 우리 자신을 바꾸는 것이다. - 16쪽

여행지란 여행자에게는 낯설고 신기한 곳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삶의 터전이자 지켜야 할 보물이라는 당연한 사실도 정 작가의 글을 통해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다. 여행자로서의 올바른 자세는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보고 느끼고 마음에 담아오는 것이다. 나와 비슷한 여행관을 가진 정 작가의 글 하나하나가 마음에 깊이 퍼져왔다. 나는 자주 떠나지 못했고, 앞으로도 그럴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의 아름다운 여행기를 읽는 것은 참 좋다. 나도 이런 아름다운 여행을 해봐야지, 진짜 고독, 진짜 삶, 진짜 나를 찾아봐야지,라는 꿈을 갖게 하니까. 

 

'나만 알고 싶은 유럽'이라니, 새빨간 거짓말이다. 자신이 가본 곳에서 자신이 느낀 것을 당신도 느껴보라고, 당장 떠나는 게 어떻겠냐고 등떠밀고 있으면서 '나만 알고 싶은'이라니 당치도 않다. 이토록 여행에 대한 열망에 불을 지르는 책도 오랜만이다. 지금 가장 먼저 이루고 싶은 소망은 영국의 피카딜리 광장에서 뮤지컬을 보는 것이다. 미안함도 자책감도 다 던져버리고, 뒷일따위 생각하지 않고, 당장 떠나고 싶어졌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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