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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속 숨은 경제학 - 서양 고전 24편으로 읽는 경제 이야기
박정희 지음 / 더로드 / 2026년 1월
평점 :

경제학은 늘 숫자와 그래프의 세계라고 생각해왔다.
수요와 공급, 한계효용, 기회비용 같은 단어들은 시험을 위해 외워야 하는 개념일 뿐, 삶과는 조금 떨어져 있다고 느껴졌다.
《문학 속 숨은 경제학》은 바로 그런 고정관념에서 출발해 “경제를 외우지 않고 느낄 수는 없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그리고 그 질문에 문학이라는 가장 인간적인 언어로 답한다.
문학은 인간의 욕망과 선택, 갈등과 가치가 가장 농밀하게 응축된 장르다.
소설 속 인물들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계산하지 않아도 선택의 무게를 체감하고, 결과가 남기는 상처를 고스란히 마주하게 된다.
이 책은 서로 멀리 떨어져 있다고 여겨졌던 경제와 문학을 하나의 흐름으로 엮어, 경제를 인간의 이야기로 되돌려 놓는다.
전미경제교육협의회가 제시한 희소성과 선택, 기회비용, 매몰 비용, 한계 분석, 수요와 공급, 생산요소, 시장구조, 화폐와 정부의 역할, 국제무역 같은 핵심 개념을 바탕으로 《고리오 영감》에서 《돈》에 이르기까지 24편의 서양 고전 문학을 새롭게 읽어낸다.
작품 분석은 문학 감상의 연장선처럼 자연스럽고, 경제 개념은 설명이 아니라 이해로 스며든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기회비용’과 ‘매몰 비용’을 다룬 장이다.
기회비용은 미래를 향한 판단이고, 매몰 비용은 과거에 대한 미련이라는 설명은 단순하지만 강력하다.
경제학이 말하듯 우리는 기회비용은 고려해야 하지만, 매몰 비용은 내려놓아야 한다.
저자는 이 둘을 구분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감정이 아닌 기준으로 선택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아이네이스》를 통해 기회비용의 본질을 읽고, 《아버지와 아들》을 통해 매몰 비용이라는 족쇄를 확인하는 과정은 삶의 선택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이 책이 전하는 경제학은 계산의 기술이 아니라 선택의 기술이다.
이미 지나간 것에 묶이지 않고, 지금의 선택이 어떤 가능성을 열고 닫는지를 묻는 태도다.
그 질문을 스스로 던질 수 있는 순간, 우리는 조금 더 합리적인 삶에 가까워진다.
결국 경제는 인간의 이야기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문학의 언어로 다시 읽을 때, 우리는 숫자 너머의 경제를, 개인을 넘어선 사회를 이해하게 된다.
숫자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 이 책은 문과적 감수성의 독자에게 특히 친절하다.
수십 년을 외워도 잡히지 않던 경제 개념들이 이야기 속에서 또렷하게 자리를 잡는다.
숫자와 친하지 않아 경제학을 포기했던 사람이라면, 자신 있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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