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딛고 다이빙 - 안 움직여 인간의 유쾌하고 느긋한 미세 운동기
송혜교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렇게 살다가는 정말 큰일 날 거야’

단순하고도 명백한 이 각성을 나는 몇 년째 하고 있다.

오랜 회사 생활 동안에 손가락 빼고는 모든 장기 기관들이 빠르게 퇴화하고 있다.

‘운동할 시간이 없어’라는 말 뒤에 숨어 끝끝내 피하고 싶었던 진실.

어떻게든, 어떤 것이든 좋으니 더 늦기 전에 운동을 해야만 한다는 것.

『침대 딛고 다이빙』은 저자가 ‘안 움직여’ 역사를 바꿔 나가면서 겪게 되는 일들의 기록이다.

‘오운완’이 무슨 말이지 처음 알았다.

‘오늘 운동 완료’의 줄임말로 자신의 SNS에 운동 인증숏을 올리는 것을 말한다.

저자는 여기서도 자신은 ‘오운완’이 아니라 ‘오운않’을 외쳤다.

‘오늘도 운동 않았음’의 인증.

<헬스장 혹사 사건> 이야기에 무척 공감했다.

몇 년 전에 집 근처에 헬스장이 오픈했다. 할인행사 전단지를 보고는 혹해서 3개월치 등록을 했다. 혼자 가기 부끄러워서 딸까지 꾀어서 함께.

3개월 동안 정확하게 9일 가서 운동했다. 지금 생각해도 그 돈이 너무나 아깝다.

그 후로는 헬스장은 거들떠도 안 본다. 역시 운동은 자신이 꾸준히 잘할 수 있는 운동을 찾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저자는 사이클을 시작으로 안 움직여 인생에 한 획을 그었다. 작심삼일에서 벗어나 작심 삼 개월에 이른 장면에서 마치 나의 일인 것처럼 뿌듯하고 대견했다.

잘 움직이는 ‘오운완’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절대 알지 못하겠지만, 나도 만만치 않은 안 움이는 인간이기에 저 사건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알기에 더 응원하게 되는 것 같았다.

책을 읽으면 알겠지만 저자 송혜교는 그야말로 움직이지 않는 인간의 표상이었다. 그랬던 그가 침대를 딛고 물속으로 풍덩 뛰어든 후에 알게 되었다고 한다. 건강한 삶은 언제나 침대에서 딱 한 걸음 떨어져서 한 발짝 내딛기를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러면서 운동의 고통 뒤에는 늘 몸을 쓰는 기쁨이 숨어 있다고 말했다.

운동을 싫어하고, 힘들어하는 사람은 마음에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간다.

내 인생에 죄를 짓고 있는 듯한 그 찜찜함은 나를 자꾸 쪼그라들게 만든다.

이 책을 읽으며 많이 웃고, 위로가 되었다. 저자의 성공을 보면서 희망도 가지게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팩토피아 8 : 극한 상식 팩토피아 8
로즈 데이비드슨 지음, 앤디 스미스 그림, 조은영 옮김 / 시공주니어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 빨가면 사과 사과는 맛있어 / 맛있으면 바나나 바나나는 길어 / 길면 기차 기차는 빨라 /

빠르면 비행기 비행기는 높아 / 높으면 백두산 / 더 높은 건 달 더 높은 건 별 / 달보다 별 보다 더 높은 건 /

부모님의 사랑

어렸을 때 많이 부르며 놀았던 동요다.

원숭이의 빨간 엉덩이로 시작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부모님의 사랑까지 도착하는 이 노래는 재미도 있고 생각의 확장성을 길러 준다는 점에서 좋았던 것 같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도 가르쳐 주어 함께 부르고, 개사까지 하면서 함께 즐겼었다.

『팩토피아 8 : 극한 상식』을 보자마자 이 동요가 생각났다.

팩토피아에서는 모든 사실이 다음 사실과 점선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 책은 흥미를 위해 마련된 장치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샛길이다. 점선을 따라가다 보면 가끔 샛길이 갈라진다. 그 길로 빠지면 전혀 다른 사실로 이어지기 때문에 새로운 재미를 발견하게 된다.

늘 수심을 어떻게 측정하는지 궁금했었는데, 갑판에서 폭발물을 던지고 메아리가 배로 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해서 수심을 잰다고 한다.

<눈 폭풍>에서 첫 샛길이 등장했다. 화성에서도 눈 폭풍이 몰아친다고 하니, 행성으로 날아갔다. 샛길로 빠졌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있었다.

<깊은 곳>이라는 주제로 시작해서 펼쳐지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400가지 사실은 책장을 넘기는 것 자체가 모험을 즐기는 느낌이었다.

책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도 호기심이 일 정도로 재미있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특히나 알아두면 유식해지는 상식들이라 더 좋은 것 같다.

글도 재미있고, 그림과 사진도 지루하지 않게 펼쳐져서 좋았다.

글을 쓴 로즈 데이비드슨은 어린이책을 여러 권 쓴 작가이다. 단 음식을 좋아하는 그는 이 책을 쓰기 위해 다양한 주제를 조사하면서 농구 꼴대보다 커다란 아이스크림콘이 있다는 사실에 몹시 들떴다고 한다. 이런 그의 어린아이 같은 마음 때문인지 글에서 동심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일러스트레이터 앤디 스미스가 그림을 맡았고, 예술감독이자 디자이너인 로렌스 모튼이 디자인했다고 한다.

글, 그림, 편집의 삼 박자가 너무 멋지게 어우러진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최상의 잠 - 수면과학이 밝힌 인생의 3분의 1을 잘 보내는 비밀
메이어 크리거 지음, 이은주 옮김 / 소용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느덧 중년이 되었다. 나이를 먹는다는 이로운 점도 분명 있겠지만, 좋지 않은 점도 상당하다. 늘어나는 주름, 흰머리, 뱃살과 같이 눈에 띄는 변화도 있고, 우울감과 같이 감정적인 변화도 있다. 거기에 더해 불면증이라는 불청객도 있다.

이 책에서도 <3장. 나이 들수록 찾아오는 밤의 불청객>에 중년 불면증을 다루고 있다.

사례의 51세 여성도 폐경 전후기 증상으로 진단했다. 이 여성 환자는 언론에서 호르몬 요법의 위험성이나 부작용을 들은 바 있었고, 호르몬 대체 요법 외의 다른 치료법에 대해서도 망설였다. 결국 이 환자는 식은땀을 흘리며 잠에서 깨는 불편함을 그냥 견디는 쪽을 택했다고 했다.

폐경이 갑자기 찾아오는 일은 드물다고 한다. 월경 주기가 불규칙해지거나 월경을 건너뛰는 일이 잦아지는 등의 전조증상이 나타나고, 월경 때마다 출혈량이 들쭉날쭉할 수도 있다고 했다. 1년 동안 월경이 없으면 폐경이 왔다고 봐야 한단다.

안면홍조, 질 건조증, 식은땀, 수면 장애, 체중 증가 등이 5대 폐경기 증상이라고 한다.

지금 현재 나에게 일어나는 증상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체중 증가와 프로게스테론의 감소라는 두 가지 조건이 결합하면 수면 무호흡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급격히 증가한다고 한다. 또한 폐경기 동안 에스트로겐이 감소하면 심혈관 질환을 비롯해 주요 여성 암(자궁 암, 유방암, 난소암), 골절, 기타 질환에 걸릴 위험성이 높아진단다.

여성의 3분의 1 이상이 폐경 전후 또는 폐경 후 증상을 겪는데, 이 가운데 약 40~60퍼센트는 수면 장애를 경험한다고 하니 매우 높은 확률로 수면 장애를 겪을 수 있다는 얘기다.

폐경기의 혈관 운동 증상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과 폐경기 여성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에스트로겐 요법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아는 여성들 중에도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복합제 복용이 암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말에 꺼리는 사람이 상당수 있다.

이 책은 약물 요법이나 호르몬 대체 요법 사용을 망설이는 여성이 이용할 만한 한방 치료, 콩 제품, 생약 제제 등 다양한 대체 요법도 다루고 있다.

여러 가지 방법을 알아보았지만, 완벽하게 안전한 방법은 없다. 어떤 방법도 의사와 상담 후에 시행해야 할 것이다.

내가 폐경 전후기 증상으로 진단받는다면 어떤 치료를 선택할 것인지 예상해 보았다. 나도 사례의 여성처럼 식은땀을 흘리며 잠에서 깨는 불편함을 그냥 견디는 쪽을 택할 것 같다.

예일 대학 의과 대학원 교수인 메이어 크리거는 수면 분야 전문가의 전문가이다. 메이어 크리거 교수는 잠을 이루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과학, 의학적 관점에서 전문가가 객관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책은 중증 기면증에서부터 커피를 너무 많이 마시는 것처럼 비교적 간단한 문제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수면 문제를 다루고 있고, 그 문제를 해결할 방법도 함께 제시한다. 나의 수면 문제는 어떤 것인지 스스로 진단하고, 간단한 문제는 적절한 방법을 통해 해결한다면 보다 질 높은 수면, 더 나아가 최상의 잠을 잘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달콤한 살인 계획
김서진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홍진과 이지하의 첫 대면 장면이 가장 강렬했다.

이지하가 어떻게 생각하든 말든 자신이 어떻게 생겨먹은 놈을 죽여야 하는 건지 확인했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홍진의 쿨함이 마음에 들었다.

화인은 이지하를 볼 때마다 잇새에 뭔가 낀 것처럼 불편하고 찜찜했다.

모든 일들이 다 그렇지만 기억 때문이었다. 이지하를 볼 때마다 딸려오는 기억.

누군가를 떠올리거나 볼 때마다 딸려오는 기억은 좀체 사라지지 않는다. 나도 그 찜찜함을 안다. 그런 기억의 단편들은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그 사람을 대할 때면 생생하게, 마치 어제의 일처럼 살아난다. 지금 당장 누구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어떤 사람을 마주하면 내가 어떻게 잊고 살았는지 의아할 정도로 생생하게 떠오르고는 하는 것이다.

화인이 30년 전에 술에 취해 나눴던 이야기를 또렷이 기억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일은 정상적인 사람들, 남편의 칼에 찔려 죽을 뻔했다거나,

정신병원과 절간에 고립되어 살았다거나 하는,

그런 괴상망측한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세상의 사람들이 하는 일이었다.

주인공 홍진을 가장 간략하게 설명해 주는 문장인 것 같다. 저 문장만 보자면 홍진은 절대 정상적일 수 없는 인물이다.

홍진은 돈이 없어서 11월이 됐을 때도 여름에 입는 얇은 점퍼 차림으로 다니는 소명을 보고도 불쌍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정도로 소명과 각별한 사이는 아니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소명의 복수에 집착하는 것일까?

김서진은 평범한 주부의 충동적인 살인을 통해 왜곡된 인간 내면을 서늘하게 파고든 첫 소설 『선량한 시민』으로 2013년 제9회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달콤한 살인 계획』도 『선량한 시민』과 마찬가지로 살인이라는 주제를 통해 인물들의 내면을 파헤친다.

심리학을 전공한 작가답게 주인공들의 심리상태를 잘 그려내고 있다.

전혀 상관이 없어 보이는 인물들이 작은 연결고리로 연결되어 한 가지의 사건으로 귀결되는 과정이 퍼즐 조각을 맞추는 듯이 재미있었다.

각 인물들의 특징이 선명해서 좋았다. 추리, 스릴러 장르는 확실히 인물들이 선명해야 더 재미있는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국사 다이제스트 100 New 다이제스트 100 시리즈 7
정성희 지음 / 가람기획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국사 다이제스트 100』 저자 정성희는 40년을 한국사 연구를 업으로 하신 분이다. 한 분야를 40년을 팠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한국사에 관한한 그의 말에 신뢰감이 생긴다.

《한국사 101장면》이 정성희의 첫 번째 대중서였다. 이 책 『한국사 다이제스트 100』는 《한국사 101장면》의 수정판이라고 한다. 《한국사 101장면》에서 상대적으로 분량이 적었던 조선시대 테마를 보강했고, 분량이 많았던 현대사 부분을 많이 줄였다고 했다.

한국사를 공부하면서 꼭 알아야 하는 필수 내용 100가지가 순차적으로 정리되어 있다.

크게 고대국가, 중세 사회, 근세 사회, 근대사회, 현대사회로 구성되어 있다.

대략 구석기·신석기시대를 거쳐 후삼국시대까지를 고대국가, 고려 시대를 중세 사회, 조선시대는 근세 사회, 일제강점기는 근대사회, 독립 후부터 현대사회로 분류하고 있다.

한국사라고 하면 태. 정. 태. 세. 문. 단. 세... 밖에 기억이 나질 않는다. 워낙에 책도 귀하고, 공부할 수 있는 자료도 부족한 시기라 한국사를 접할 기회가 적었다.

지금은 미디어, 매체, 대중서 등 마음만 먹으면 한국사를 배울 수 있는 경로가 많다.

어렵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서 교양으로라도 한국사 지식을 쌓아두면 좋을 것 같다.

요약본, 다이제스트라고 해서 내용은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는데, 사건이 비교적 깊이 있게 서술되어 있었다.

저자와 같이 역사를 깊이 연구한 분들 덕분에 수준 높은 인문학 대중서를 만날 수 있는 것 같다. 그 결과 학문으로써의 역사가 아닌, 교양으로써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역사를 더 깊이 이해하고 공부하는 것이 좋겠지만, 흥미를 가지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한국사 다이제스트 100』과 같은 대중서를 통해 역사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가지는 청소년들이 많이 생겨서 역사를 연구하는 사람들도 많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