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살인 계획
김서진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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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과 이지하의 첫 대면 장면이 가장 강렬했다.

이지하가 어떻게 생각하든 말든 자신이 어떻게 생겨먹은 놈을 죽여야 하는 건지 확인했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홍진의 쿨함이 마음에 들었다.

화인은 이지하를 볼 때마다 잇새에 뭔가 낀 것처럼 불편하고 찜찜했다.

모든 일들이 다 그렇지만 기억 때문이었다. 이지하를 볼 때마다 딸려오는 기억.

누군가를 떠올리거나 볼 때마다 딸려오는 기억은 좀체 사라지지 않는다. 나도 그 찜찜함을 안다. 그런 기억의 단편들은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그 사람을 대할 때면 생생하게, 마치 어제의 일처럼 살아난다. 지금 당장 누구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어떤 사람을 마주하면 내가 어떻게 잊고 살았는지 의아할 정도로 생생하게 떠오르고는 하는 것이다.

화인이 30년 전에 술에 취해 나눴던 이야기를 또렷이 기억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일은 정상적인 사람들, 남편의 칼에 찔려 죽을 뻔했다거나,

정신병원과 절간에 고립되어 살았다거나 하는,

그런 괴상망측한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세상의 사람들이 하는 일이었다.

주인공 홍진을 가장 간략하게 설명해 주는 문장인 것 같다. 저 문장만 보자면 홍진은 절대 정상적일 수 없는 인물이다.

홍진은 돈이 없어서 11월이 됐을 때도 여름에 입는 얇은 점퍼 차림으로 다니는 소명을 보고도 불쌍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정도로 소명과 각별한 사이는 아니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소명의 복수에 집착하는 것일까?

김서진은 평범한 주부의 충동적인 살인을 통해 왜곡된 인간 내면을 서늘하게 파고든 첫 소설 『선량한 시민』으로 2013년 제9회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달콤한 살인 계획』도 『선량한 시민』과 마찬가지로 살인이라는 주제를 통해 인물들의 내면을 파헤친다.

심리학을 전공한 작가답게 주인공들의 심리상태를 잘 그려내고 있다.

전혀 상관이 없어 보이는 인물들이 작은 연결고리로 연결되어 한 가지의 사건으로 귀결되는 과정이 퍼즐 조각을 맞추는 듯이 재미있었다.

각 인물들의 특징이 선명해서 좋았다. 추리, 스릴러 장르는 확실히 인물들이 선명해야 더 재미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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