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명절을 앞두고 오래간만에 고등학교 때 친구가 연락이 왔다. 먹고 사느라, 더군다나 코로나도 겹쳐서 몇 년 동안 연락을 못 했던 터라 너무 반가웠다. 그간에 있었던 이런저런 안부를 묻다가 친구가 갱년기라는 사실을 듣게 되었다.
‘아 나도 벌써 갱년기를 겪을 나이가 되었구나’ 친구가 늙는 것을 보고 내가 늙는다는 것을 실감한다는 말이 크게 와닿는 순간이었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을 나오고, 취업하고, 결혼을 잘하는 것, 그것이 성공이고 행복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오던 저자는 자신이 정말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생각할 겨를도 여유도 없이 하루하루 아등바등 살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지금은 마음공부, 인생 공부, 세상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한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부르며 자신 안에 꼬깃꼬깃 욱여넣었던 감정의 파편들을 쏟아낸다고 한다. 그러면서 행복의 출발점은 나답게 사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말한다.
도대체 누가 언제부터 정했는지 개념의 기원과 정의도 모호한 평범이라는 잣대로 삶을 난도질해 온 것은 아닐까 반문하는 내용을 읽으며 ‘평범’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내게도 예전에 평범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많은 부분들이 무뎌지고 퇴색되었다. 예를 들면 이혼가정에 대한 시선이라든지 중산층에 대한 기준 같은 것들이다.
예전에는 이혼을 한다거나 가난해지면 평범하지 못한 삶이고, 이것은 곧 불행한 삶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혼이 뭐 어때서?’, ‘돈은 있다가도 없는 거고, 없다가도 있을 수 있는 거지’라고 생각한다. 평범하게 살기 위한 삶보다 나답게 사는 것이 행복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저자와 같은 말을 나도 내 딸들에게 해주고 싶다. “엄마는 평범하지 않은 모든 것을 받아줄 준비를 할 테니 마음껏 너답게 살아라!”
오십이 훌쩍 넘은 나이에 글쓰기를 시작해 책까지 낸 저자의 모습은 너무 늦은 나이라 도전을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것 같다.
나에게 있어 나이가 든다는 것의 장점 중 하나는 결과에 의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젊었을 때는 뭔가를 시작하면 좋은 결과를 내야만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잘 하지 못할 것 같은 일에는 도전하기조차 꺼렸고, 마음먹고 시작한 일도 빠른 성과가 나지 않으면 포기하는 일이 잦았다. 하지만 지금은 재미있어 보이는 일은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해보기도 하고, 성과가 없어도 싫지 않은 일은 그냥 꾸준히 할 수 있게 되었다.
노안이 오고, 주름이 생기고, 열정이 시드는 등의 늙음의 좋지 않은 부분들만 생각하면 늙는 것이 두려울 것이다. 하지만 삶에 대한 통찰력, 웬만한 일에는 동요하지 않는 여유와 같은 좋은 점들에 집중하면 늙는다는 것이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나이 드는 것이 두렵거나 힘든 사람들에게 선물해 주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