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히스테릭 이대택 박사의 인간과학 2
이대택 지음 / 지성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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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 이후 세계는 '성인병의 민주화' 를 겪고 있다. 그 첨병격인 비만은 특히 무섭도록 세를 불리고 있다. 경제적으로 안정된 서구는 물론 이제 개발도상국과 경제적 취약계층까지 위협받고 있다. 의료인, 휘트니스 강사, 사회 운동가들이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악전고투 중이지만 전세는 역적 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 때 이전과는 전혀 다른 전복적 시각들이 등장했다.

캄포스의 비만신화가 그렇고 샤를롯의 팻앤프라우드 같은 저서가 등장했으며 뚱뚱한 사람들을 위한 권익증진 단체의 활동을 소개한 인류학적 보고서(Fat 돈쿨릭, 앤 메넬리 엮음)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들은 '비만은 위험하다' 는 오래된 사회적 합의에 의문을 표하며 통계학, 사회학, 성정치등의 다양한 방법을 통해 비만을 새로운 시각에서 조망하고 '포용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기조를 받아들여 국내에도 비슷한 책이 출간 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기대에 차서 책장을 넘겼다. 그리고 결론은 실망, 그것도 큰 실망이었다.


1. 미국 논문 번역집, 그 이상의 의미부여가 어려운 초반부

국내 비만학회와 연구자들을 탓할 수도 있겠지만 일차적으로 이 책에 이용된 자료 가운데 국내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 전무하다. 오로지 미국산 논문들을 계속해서 열거하고 그것들의 트집을 잡으며 '비만은 없다' 라는 공격적인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비만이라는 질병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통계상의 조작이며 의학계, 식품업계, 피트니스 업계가 수조원의 이권을 나눠먹기 위해 부풀린 허상이라는 말인데 과연 이 논의에 어느정도 수긍할 수 있을까?


일단 제일먼저 저자인 이대택 교수는 비만 연구의 고전 '간호사 연구'의 문제를 말한다. 간호사 연구로 말할 것 같으면 하버드 대학교에서 1995부터 무려  16년간 11만5천195명의 간호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병력한 연구의 고전이다. 비만 문제를 다루는 대부분의 교양서들은 이 간호사 연구의 지표들을 활용하고 있다.  저자는 이 장에서 '연구에서 흡연자를  제외하고 비흡연여성들만 놓고 살찐사람 마른 사람을 비교 했다' 며 여기서 얻어진 결과는 변인통제가 공평하지 않기 때문에 믿기 어렵다는 식으로 말한다. 그밖에도 사망자의 수가 전체 집단에 비하면 5% 미만이라 비만과 사망률의 상관관계를 알기엔 너무 규모가 작다는 식의 문제 제기를 하며 결국 '비만이 건강에 나쁜게 아니라 비만과 건강상은 모종의 관계가 있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을 정확히 말하려면 좀 더 구체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는 결론을 내린다. 뭔가 충격적인 고발을 할 것처럼 무게를 잡던 도입부에 비하면 용두사미에 가까운 결론이다. 



2. 비만이라는 기준의 자의성에 대하여

장을 넘겨가면 저자는 '비만 평가의 불안정성'을 이야기하며 우리가 비만이라고 이야기하는 기준이 객관적 공신력이 없음을 주장한다. 이 장의 지면은 8할 이상이 BMI(신장과 체중제곱의 비로 비만도를 측정하는 전통적 지표)로 이루어지는 비만평가의 부당함을 지적하는데 할애되어 있다. 하지만 '관건은 체중이 아니라 체성분이다' 라는 이야기가 상식이 되어버린 시대에 BMI를 까내리는데 이 정도로 공을 들일 필요가 있나 의심스럽다. 비만 진단 지표로 BMI보다 체지방률을 선호하는 풍조가  대중화 되어 동네 보건소보터 비만 클리닉까지 다들 '인바디' 를 받들어 모시기 시작한지 오래다.

그런데 막상 중요한 이야기인 체지방에 대한 장은 단 1한장 챕터 23장 뿐이다. '15%, 25%로 설정된 이른바 표준 체지방률은 의학적 근거가 없고 몸짱기준인 10-15%는 운동선수를 기준으로 설정된 것이기 때문에 허황되다. 지나치게 노력할 필요없다. 건강을 위한 적절 체지방률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는 식의 언급으로 짧게 마무리하고 있다. 막상 중요한 논의에 대한 근거는 부족하고 첫장부터 줄곧 반대를 위한 반대 뿐이다. 




3. 가장 우려스러운 마지막 장

가장 위험한 것은 마지막 7부다. 필자는 '요즘 아이들 덩치는 커지고 체력은 약해졌다' 는 통념이 잘못됐다며 초중고등학교 체력검정 기준을 공박한다. 체력검사 기준이 잘못되었기 때문에 청소년들은 체력적으로 발달했음에도 불구하고 덩치만 크고 힘을 못쓴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란다.

그 근거로 '절대 스트렝쓰 (외부저항운동능력)' 과 '상대 스트렝쓰(맨몸 운동능력)'를 들고 나왔다. '체구가 커진 만큼 절대 스트렝스는 증가 했으나 상대 스트렝스 발달은 더딜 수 있는데 작금의 체력검정 방식은 죄다 상대 스트렝스 중심이다. 따라서 평가 방식이 배근력, 악력 같은 근력 측정 방식으로 바뀌면 요즘 아이들은 체구도 커지고 체력도 좋아졌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올 것이다. 아이들이 비만해지고 힘도 약해졌다는 주장은 거짓이다.' 이에대해 기린과 쥐, 이종범과 최홍만 같은 나름 대중친화적 비유까지 동원해가면서 비만에 따른 수행능력 감소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이야 말로 '유학파' 에 '운동처방 전문가' 로 활동하다 '4년제 대학 체육학과 교수' 로 재직중이라는 필자의 실력을 의심하게 하는 지점이다. 좌전굴 측정에 대해서 '팔다리가 긴 사람이 유리하다' 라며  '체구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지 일정 수준까지 훈련에 의해 지배되는 게 아니다.' (215p) 라는 주장은 몹시 심각한 오류다. 무지에 의한 오류다. 다리짧고 팔이 길면 좌전굴이 20Cm 나오는게 아니다. 좌전굴은 햄스트링을 포함한 몸의 포스테리어 체인의 균형적 발달을 측정하기 위한 것으로 여기서 측정된 모빌리티는 다른 스포츠 수행능력의 잠재력, 부상방지와 직결된다. 요가, 강제적 스트레칭, 마사지등을 동원해서 이를 개선하려는 스포츠 선수들에게 '애초에 여러분은 팔이 짧아서 그런 겁니다. 개선 불가능' 이라고 말해주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콧방귀도 뀌지 않을 게다.


체력이라는 개념에 대해서도 매우 큰 오해를 하고 있는 듯 하다. 저자의 말대로  절대근력이 상승했다고 한들 무조건 체력이 좋아졌다고 말할 수 없다. 체력은 모빌리티, 지구력, 심폐능력, 균형감각, 절대근력등을 말하는 종합적 지표다. 따라서 현재 측정 도구도 달리기, 제자리 멀리뛰기, 턱걸이,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등으로 다분화 되어 있다. 필자의 주장처럼 '절대 근력' 을 측정해 넣는다해도 악력, 배근력등 체력의 일부를 구성하는 두가지 지표만 상승했을 뿐, 종합적인 체력 상승이라고 결론짓기엔 빈약하다.

읽으면 읽을수록 그저 대세에 저항해 한번 튀어보려고 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난감한 책이다. '기존의 연구에 문제가(그것도 사소한) 있다. 그러니까 비만 공포증은 거짓말이지' 라고 우기는 인상이 강하다. 국내 현실에 아무런 의미부여를 할 수 없는 미국 논문의 짜깁기, 부실한 논거, 잘못된 운동처방을 늘어놓은 뒤 지나 콜라타의 리씽킹 씬의 결말부를 차용한 냄새가 다분히 나는 현학적인 문장으로 마무리 짓는다.'아, 비만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으며 우리는 이전보다 좀 더 통통한 인류로 진화한 것일지도 모른다' 참담하다. 


이 책은 문화관광부 추천도서목록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저자의 사회적 지위와 관이 부여한 권위를 쉽게 믿는 문외한들에게 '양서'로 보일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그리고 책을 읽은 사람들이 '아하! 이제 자본주의 사회의 억압적 몸담론으로 부터 자유로워 진 것 같아요!' 라며 정신적 자위행위를 반복한다면, 참담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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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은 추천했던 다섯권중에 드디어 선정도서가 나온 감개무량한 달이었습니다 ㅠㅠ

이 흐름을 이어서 이번달에도 추천 도서중에 선정도서가 나오길 기원합니다.














산업화 이후 우리는 '남이 해준 음식을 먹는 시대' 에 살게 됐다. 엄마나 식모 같은 가까운 타인이 아니다. 기업적으로 식자재를 찍어내는 생면부지의 업자들, 각종 첨가물을 개발해낸 연구자들, 이를 공장에서 조립하는 사람들. 타인에게 밥줄을 맡긴 전례없던 시대다. 이러한 공포는 고비마다 농약, 환경호르몬, 광우병과 같이 이름을 바꿔가며 반복적으로 등장해왔다. 그 공포를 직시하게 해준다니 솔깃하지 않은가?














이 카테고리가 문사철뿐만 아닌 '자연과학' 과 '예술' '만화' 영역까지 포괄하고 있음을 기억해야 겠지요 그래서 억지로라도 매월 자연과학이나 예술 분야에서도 한권씩 선정하려 하고 있습니다. 굳이 그렇지 않아도 이 책은 여러모로 흥미로운 기획입니다. CSI나 본즈 같은 과학수사물의 흥행으로 대중들에겐 성큼 다가왔지만 여전히 미지의 영역인 법의학. 그 법의학의 세계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달엔 시사인의 굽시니스트 단행본을 비롯해 시사만화가 두권이나 나와 어느걸 선택해야 하는지 오래 고심했습니다. 결국 서브컬쳐에 대한 이해 없이는 읽는 맛이 떨어지는 시사인만화 대신 박순찬 화백의 장도리로 결정했습니다. 
















근대와 여성. 따로 떼어놓아선 밋밋한데 붙여놓으니 뭔가 화학작용이 파바밧 하고 일어나는 키워드가 아닙니까? 특히 어느 곳보다 급격한 근대화를 겪은 대한민국의 격동기에서 타자화되고 소외되어왔던 여성들의 이야기. 구미가 당깁니다.















인간은 선천적으로 선한가 악한가 라는 주제는 오랫동안 철학, 윤리, 심리학 등 여러분야에 걸쳐서 논의되어온 화두지만 진화적 동물행동학을 통해서 여기에 접근하다니 신선하군요. 남에게 화풀이 하는게 사람이 단지 옹졸해서, 사람이 본래 천성이 거칠어서, 수양이 덜되서가 아니라 본능이라굽쇼? 이야기 좀 들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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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배신]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노동의 배신 - '긍정의 배신'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워킹 푸어 생존기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배신 시리즈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최희봉 옮김 / 부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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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배신을 이야기하기 앞서 다른 책 이야기를 빠뜨릴 수 없군요. 2009년 한겨레21에서 " 노동OTL " 이라는 이름으로 연대된 기획취재를 엮은 "4천원 인생(한겨레 출판사)" 입니다. 이 기획자체가 일종의 '한국판 노동의 배신'에서 출발한 만큼 여러면에서 비견됩니다.


노동OTL은 팀장급의 중견기자부터 사회부 초년생까지 4명의 기자를 할인매장(마트), 식당보조, 가구공장등 노동현장에 신분을 숨기고 파견시켰습니다. 그곳은 육체노동의 바깥 풍경에서 관조만하던 만보객들의 상상을 짓밟는 무서운 공간이었습니다. '얼굴과 실명을 걸고 기사며 방송도 몇번 해는데 혹시나 알아보는 사람이 있지는 않을까' 하던 최고참 기자의 걱정은 기우로 판명됐습니다. 아무도 마트 가공육 코너에서 '마감떨이! 30% 추가할인!'을 외치는 사람과 눈을 마주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눈앞에 있으나 투명인간처럼 인간이 아닌 기계 정도로 취급받는 노동자들의 현실이었습니다.


가구공장으로 간 기자는 10cm에 달하는 타카가 살을 뚫고 뼈에 박히는 '산업재해' 를 입었습니다. 그날 오후 근무에서 빠지고 약국에 들러 소염제를 사먹고 하루밤을 앓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수가 없었습니다. 사고가 나자 '뻰찌'를 들고와 능숙한 솜씨로 뼈에 박힌 타까를 뽑던 사장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차피 병원가봐야 의사도 뺸찌들고 뽑더라고, 병원 가는것보다 이게 더 빨라' 그나마 기자는 사정이 나았습니다. 의료보험 적용대상이 아니라 같은 약을 받아도 액수가 배로 튀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함부로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엄두를 못냈기 때문입니다.


연령과 이름과 상관없이 '아줌마' 가 되어버린 기자는 그 가운데서도 사람사는 풍경을 봅니다. 저축도 미래도 없는 맞교대 노동 속에서도 동료의 생일을 챙기고 가족의 경조사에 힘을 모으는 다른 '아줌마' 들을 보며 뜨거운 것을 눌러 삼킵니다.   


이 놀라운 기획은 10년전 바버라 샌드의 '노동의 배신' 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생물학 박사 출신의 저널리스트인 바버라는 기획회의 도중 우연히 나온 '노동현장 취재' 아이템을 구체화 시켜 '위장취업' 보고서를 작성합니다. 전혀 연고가 없던 미국 3개주를 떠돌며 웨이트리스, 호텔 메이드, 요양원 보조, 월마트 직원등 허드렛일에 투신합니다. 저자의 취재기간은 지금과 10여년의 공백이 있는 2000년 즈음에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은 놀랄만큼 오늘날과 닮았습니다.


가난하기 때문에 더 가난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시급 6,7달러를 받는 일들은 사람을 쉽게 구하고 쉽게 버립니다. 특별한 자격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 물론 바버라는 이 말에도 문제가 있음을 지적합니다. 고용주가 특별한 자격조건을 요구하지 않을 뿐이지 그 일을 수행하는데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는건 아닙니다. 허드렛일이고 임금이 싼 일자리일지라도 저마다 노하우와 직능적 훈련을 요구됩니다 . 단지 이런 자리를 내주는 고용주들이 값싼 노동력을 끌어들이기 위해 만든 편견과 같인 것이지요 -  교육수준이 낮고 기존의 직장에서 밀려난 취약계층이 몰려 듭니다. 이들이 받는 돈은 주급(월급)으로 환산해보면 꽤 괜찮은 듯 싶어보이지만 시급으로 환산해보면 턱없는 임금입니다. 숙식과 위생에 들어가는 최소한의 돈을 제하고 노동을 하는데 필요한 추가비용까지 계산해 보면 남길 수 있는 돈은 줄어듭니다. 유니폼을 자비로 준비할 것을 요구하는 직장부터 통근을 위한 교통비까지 숨겨진 비용은 예상외로 많지요. 결국 입에 풀칠은 하나 저축이나 미래는 생각하기도 어렵고 의료비나 교육비로 인한 추가지출은 포기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는 계급의 악순환을 불러오는데 노동자 계급의 자녀는 당연히 의료, 교육, 복지와 같은 사회적 혜택에서 멀어지고 성장해 부모와 비슷한 '맥잡' 밖에 허용되지 않는 순환고리를 타게 되는 것이죠.


가난할수록 그 가난에서 벗어나기는 더욱 어려워 집니다. 안정된 주거를 위해선 종잣돈이 필요로한데 출발점이 남들보다 뒤쳐진 이들은 보증금과 같은 종잣돈을 마련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무보증, 단기임대 형식의 주거는 주거 환경은 나쁘지만 금전적 부담을 늘어나고 이는 버는만큼 다시 쓰는 악순환을 불러옵니다. 결과적으로 하루벌어 하루쓰는 삶이 고착됩니다.


저자가 지적한 문제와 해결방안을 살펴봅시다.


"임금은 낮고 부동산은 비싸다" 


10년뒤 태평양 건너에서 일어나는 현실과 너무나 일치합니다. 덧붙여 그녀는'가난' 을 죄악시 하는 사회적 분위기에도 일침을 가하는데 복지를 '게으른 거지들' 에게 주는 시혜나 '불량국민' 을 관리 통제하는 수단으로 여기는 정책 입안자나 중산층의 왜곡된 시선을 말합니다.


'건강한 육체와 비상금과 사전계획, 결정적으로 이것이 일종의 취재지 내 일상이 아니라는 위안을 가지고 접근한 나조차 수렁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애초에 이 수렁에서 태어난 이들은 오죽한가? 그들이 나태하거나 게을러서가 그렇게 된것이 아니다.'


이것이 바버라의 시선을 요약하는 말이 되겠습니다.



바야흐로 우리는 지금 푸어공화국에 살고 있습니다. 일해도 가난한 워킹푸어, 집만 가진 하우스 푸어, 자녀를 가진 에듀푸어, 나이들어 아무것도 없는 실버푸어. 그 바탕엔 구조적 가난을 야기한 정책입안자들의 실패와 안일함이 도사리고 있는 겁니다.


그걸 모르고 여전히 '너 공부 열심히 안하면 저기 저 아저씨처럼 되는거야' 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이들에게 노동의 배신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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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끝나지 않는 이야기]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뱀파이어, 끝나지 않는 이야기
요아힘 나겔 지음, 정지인 옮김 / 예경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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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아드는 순간 어쩔 수 없이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가 떠오를 수 밖에 없었다. 미끈한 코팅지의 촉감, 총천연색의 화보, 하나의 주제에 관해 집중적으로 수집된 이야기거리들.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35권 '흡혈귀 : 흡혈귀 잠들지 않는 전설' 편에 여러모로 비견되는 책이다. 15년을 앞서 나온 그 책과 여러모로 닮아 있다. 


일단 판형과 지질에 있어서는 압도적인 승리다. 도서의 가장 큰 가치는 그 안에 담긴 활자의 깊이에 있다. 그러나 그 활자를 둘러싼 '포장' 그 자체에도 분명 값이 존재한다. '끝나지 않는 이야기' 를 처음 받아들면 그 묵직함과 넉넉함에 놀랄 것이다. 2만원이 넘는 올컬러에 도판이 들어가지 않은 페이지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도해자료가 없는 페이지마저 컬러용지다. 이런 서적은 '도감류' 를 제외하면  정말로 쉽게 만나기 어렵다. 전체 페이지수에 비해 과하다 싶은 가격에 반발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막상 펼쳐보면 어지간한 도감에 맞먹는 구성에 수긍하게 될 것이다. 모험적인 도전을 시도한 출판사의 용기에 박수.


내용면에 있어선 어떠한가? 훨씬 넓고 깊다. 애초에 시공 디스커버리 시리즈가 '핸드북' 내지는 '문고판' 형태를 담고 있어서 주제에 대해 다루고 있는 내용이 한정적이다. 과거의 '잠들지 않는 전설' 의 경우 흡혈귀의 정의를 브람스토커에 한정시켰다. '동유럽에 사는 피를 먹는 언데드 몬스터' 에 한해서 그 주변의 이야기들을 끌어다 놓았다. 그러나 '끝나지 않는 이야기' 의 경우는 그 기원을 찾아 고대 바빌로니아까지 올라가도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하피 - 날개달린 반인반조. 사람의 피를 먹는다 - 처럼 '흡혈' 그 자체에 촛점을 맞추고 자료를 모으고 있다.


 

John William Waterhouse - Odysseus and the Sirens

싸이렌을 '하피' 의 형상으로 묘사한 워터하우스의 그림


거기에 가장 큰 진보는 15년 이라는 시간에 있다. 그 사이 대중문화에선 흡혈귀라는 원형을 활용해 다양한 '문화컨텐츠' 들을 생산해 놓았다. 저자는 통시적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 뿐만 아니라 동시대로 수평적 발산까지 하고 있다. 특히 순수예술(Fine Art)에 그치지 않고 영화, 드라마, 방송, 락음악 같은 대중문화의 영역까지 확장된 관심사를 가지고 자료를 모았다는 사실을 높이사야겠다. 최신도서이니 만큼 우리에게 익숙한 자료들이 많다. 오시이 마모루 원작의 '블러드 (헐리우드에서 무려 전지현!!을 기용해 영화해 했으나 쪽박을 찬 영화로 우리에게 기억되고 있지마는)' 나 21세기용 할리퀸 로맨스인 '트윌라잇' 시리즈까지 망라해 놓은 저자의 부지런함에 다시 한 번 박수.


그래서 결과적으로 이 책은 '일진보한 자료집' 이 된다. 일종의 사전이라고 생각하고 구매해야 좋다. 사전이나 도감류를 구매하는 까닭은 그 안의 내용을 구구절절 외우기 위해서가 아니다. 해당 정보가 어디 있는지 'know where' 를 알고 필요할 때 꺼내쓰기 위한 '외장형 정보 저장소' 인 셈이다. 외워야할 것은 정보의 색인이지 정보 그 자체가 아니다. 현대는 정보의 범람으로 외워야 할 것이 너무나 많아 피곤한 시대다. 정보는 외재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가장 바르게 읽은 법은 통독이나 회독이 아니라 한 번의 '훑어보기' 와 능동적인 '발췌독' 이 되겠다. 흡혈귀에 대한 정보는 신화에서 대중문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지만 그 정리 자체가 유기적이지는 못한게 사실이다. 일단은 시간순서를 따르고 있지만 지역과 사례에 따라 챕터가 뒤섞여 있기 때문에 각을잡고 앉아 통독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나도 책을 받아들고 목차부터 훑은 다음 미트로프의 A bat out of hell (90년대초에 잘 먹혔던 대중음악) 앨범 이야기가 나오는 뒤에서 두번째 챕터부터 읽었다. 내킬 때마다 제일 '땡기는' 챕터 하나씩 뽑아서 읽어나갔다. 그게 바로 자료집을 대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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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28 1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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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앙 '호이징가' 입니다.

 호모루덴스의그 호이징가라구요.

중세의 가을이 삐까번쩍한 신국판으로 나왔는데 어찌 땡기지 않겠나요.

호이징가! 호이징가!





















제이미 올리버가 영국에서 급식혁명에 성공한 덕분에 

비만이 공공보건과 밀접한 연관을 맺은 사회적 문제라는 인식이 알려지게 되었다.


왜 미국이라는 나라가 그렇게 뚱뚱한지 이해가 되는 이야기.


빅맥에 콜라먹는걸 유달리 좋아하는 요즘 사람들이 보고 각성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마더구즈나 그림동화등등 옛날 이야기들은 사실 까보면 잔혹극이다.


'하얗게 질린 얼굴에 새빨간 입술' 로 대표되는 백설공주를

네크로필리아와 결부된 '고딕미학' 으로 결부지어 해석하는 등

서구의 동화와 구전민요를 참신하게 해석하는 시도는 뭐 익히 있어왔다.

무삭제판 이솝우화라든지 삽화를 곁들인 그림동화라든지.


그런데 그 못지않게 하드코어한 한국의 민담들은 지금껏 잊혀져 왔던거다.


국어 교과서에 있는 '최금타적' '이보할지' 같은 이야기만봐도 '뭐야 이건...다들 정상이 아니다' 싶을 정도로 하드보일드한데. 한국형 '고딕기담' 들을 모은 이 이야기집이 눈을 사로 잡는다.







 












고양이입니다. 고양이라구요. 호이징가랑 마찬가지라구요.

 설명한 이유가 없다 이겁니다. 그냥 고양이니까 고양이라구요!!

......... 라고 했다간 몰매맞겠죠.


미디어를 통해서 알려진 '고양이 화가' 루이스 웨인의 작품세계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엽서나 팬시 상품을 통해서 접한 낯익은 터치일 겁니다. 처음에는 깜찍하게 의인화된 고양이를 전문적으로도 다루다가 점점 '포스트모던' 하게 고양이라는 형태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입체주의적 양식으로까지 뻗어간 매우 독특한 화가죠. 고양이와 물아일체의 경지를 이루었다고 할까요?


애묘인들에겐 귀여운 고양이 그림을 실컷 보면서 예술과 회화쪽에 대한 안목까지 잡을 수 있는 아주 좋은 책이라 생각됩니다.
















심리학이란 무엇인가? 오래된 영어교재Word Power Made Easy의 정의를 옮겨보자면 "반복적인 실험을 통해 인간들의 행동 양식을 분석하는 학문" 이랩니다. 지식대중들이 '아 그거 프로이트가 어쩌고 정신분석이 어쩌고' 하는 정신분석학하고 엄연히 다른 정량적인 학문이죠. 차라리 사회학에 가까운 분과라고나 할까요?


이런 심리학이 최근 신경제학과 만나면 매우 유의미한 시너지가 일어납니다. '인간은 합리적인 경제주체다' 라는 고전 경제학의 오래된 가설이 실상하고 거리가 멀다는 거죠. 이걸 풀어주는 좋은 열쇠가 심리학입니다. 게임이론, 죄수의 딜레마, 레버리지와 같이 얼핏보면 비이성적으로 보이는 주체들의 행동의 기저를 분석하는 새로운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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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MCA 2012-08-06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루이스웨인의 고양이들 됐으면 좋겠다.. 근데 안될꺼야 아마..

2012-08-21 16:2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