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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빤쓰 ㅣ 키다리 그림책 31
박종채 지음 / 키다리 / 2023년 8월
평점 :
“빤스가 뭐예요?”
“팬티를 말하는 거야. 옛날에는 빤스라 그랬지.”
아이가 표지 그림을 보면서 한 마디 한다.
“이 아이는 배트맨이라 생각하는 건가? 팬티만 입고 가운을 썼네? 이러고 동네를 돌아다니면 창피할건데.”
면지를 넘기니 다양한 모양의 팬티를 입은 모습들이 보인다. 삼각팬티, 사각팬티, 줄무늬 팬티, 점 모양 팬티, 민무늬 팬티, 프린터팬티 등 각양각색의 팬티를 입은 모습이다.
앞의 표지의 아이 이름은 박철수, 아홉 살이다.
한창 개구쟁이일 때다.
철수네 집 식구는 아홉이다.
누나가 네 명, 형이 두 명, 철수는 막내다.
집과 입은 옷을 보니 지금 시대가 아닌 것 같다.
이 그림책의 배경을 살펴보니 1960년대부터 1980년대 시대라고 한다.
이 시대는 물건이 풍부한 시대가 아니었기에 막내는 형이나 누나의 옷이나 물건을 물려받아 썼다.
그래서 막내들은 투정이 많았다.
새 옷이나 새 학용품을 쓰고 싶었던 것이다.
이 그림책의 주인공 철수도 그랬다.
다만 엄마의 재봉 솜씨로 철수는 헌옷을 새 옷처럼 고쳐 입는 행운아이이기도 했다.
이 시대는 학교에서 매년 신체검사라는 것을 했다.
지금은 인바디라는 것으로 키와 체중을 동시에 재는데 이 시대는 그런 기계가 없기에 남학생과 여학생을 분리해 속옷만 입고 가슴둘레도 재고 체중도 측정했다.
그래서 신체검사를 한다고 하면 전날 목욕을 했다.
그리고 가장 좋은 속옷을 입고 갔다.
오늘 신체검사를 하는 철수는 빤스만 입고 모두 벗으라는 선생님의 말에 친구들의 눈치만 보고 있다.
빤스를 못 입고 온 동철이는 울음을 터뜨리고 용기를 내 옷을 벗은 철수는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는다.
빤스에 빨간 리본이 달려있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엄마가 누나의 좋은 팬티를 입게 했나보다.
철수는 온종일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식구가 모두 미워지고 학교에 가기도 싫어졌다.
엄마의 위로와 아빠의 꾸지람을 받으며 잠자리에 든다.
새 빤쓰와 난닝구를 입고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꿈을 꾼다.
표지의 그림이 철수가 꿈을 꾼 모습이다.
다음날 엄마는 새 빤쓰를 사온다.
빤쓰 앞에 귀여운 강아지가 박음질되어 있다.
철수는 그동안 속상했던 마음이 눈 녹듯이 사라진다.
그래서 뒷면지는 앞면지의 다양한 빤스와 달리 환하게 웃는 철수반의 아이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만약 네가 철수의 입장이라면 어떠했을 것 같아?”
“정말 창피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새 빤스를 입을 때는 속상한 기분이 사라졌을 것 같아요. 철수처럼. 엄마도 학교에서 신체검사를 이렇게 했어요?”
엄마와 아빠의 학교 이야기를 한 참 해 주었다.
요즘 아이들은 예전의 학교 이야기를 들으며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한다. 그렇지만 엄마와 아빠의 이야기를 들으며 시대의 변화를 느끼는 것 같았다.
이 그림책은 너무나 풍족함 속에 사는 요즘 아이들에게 부족한 속에서도 행복을 알게 한다. 부족함 속에서도 자존감과 긍정감을 회복해 나가는 모습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한다. 아울러 엄하지만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도 알 수 있다. 어른은 어릴 적 추억을 더듬으며 회상하는 시간이, 아이들에게는 부모가 살았던 시대의 모습을 경험하게 한다. 그러면서 풍족함에 감사하는 마음을 알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