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ime That Remains: A Commentary on the Letter to the Romans (Paperback)
Agamben, Giorgio / Stanford Univ Pr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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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감벤은 신학자가 아니라, 철학자다.

이탈리아 사람이긴 한데,

기독교인인지 아닌지, 기독교인이라면 어느 교파인지 전혀 모르겠다.

기독교인이라고 말하는 글을 아직 못 봤다.

 

그런 그가 로마서를 읽고 책을 썼다.

아니 '로마서'라기보다, 사도 바울의 글을 읽고,

로마서 1장 1절에 있는 10개의 단어를 분석하는 책을 섰다.

헬라어 10개 단어로 여섯번의 강의를 하고,

책 한 권을 낼 수 있는 실력.

대단하다. 부럽다.

 

헬라어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면,

사도 바울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지 마시기를...

아감벤을 알기 위해서라면

다른 책을 읽으시기를...

 

아감벤은 로마서를 메시아적으로 읽겠다고 독해의 방향을 설정했는데,

현대 '신학계'에서, 최소 1960년대 이후의 신학계에서

이미 종말론적으로 성경을 읽는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게 수용되고 있기 때문에,

별로 새로운 시도는 아니다.

(몰트만, 판넨베르크는 지금도 살아있다.)

물론 '교회'에서 종말론적 독해가 메인 스트림은 아니지만.

 

새로운 종말론적 질서를 가지고 오는 메시아가

예수님이라고 교회는 고백한다.

사도 바울 또한 2000년 전에 그렇게 고백했다.

 

그에게 지금의 삶은

'이미' 나타난 종말론적 질서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종말론적 질서 사이에서

살아가는 삶이었다.

그리고 '이미'와 '아직' 사이의 긴장은

바울 이후 모든 교회가 살아가고 있는

시간의 장이다.

 

그 메시아를 수용하는 자는

바울처럼 메시아의 종이 되고

'마치 ~이 아닌 것처럼'(as not) 살아가고

'남겨진 시간' 속에서 살아가게 된다.

메시아를 만나게 된 사람은 그렇다.

 

그런데 아감벤에게 메시아는 누구일까?

철학자 아감벤이 예수님이라고 고백하는 것은 아닌 것 같고...

아감벤의 메시아는 누구일까?

 

사도 바울은 자신의 정체성을

메시아의 종이라고 1장 1절에서 밝혔는데,

아감벤도 사도 바울처럼

자기정체성을 어떠한 메시아의 종이라고 규정하고 싶었을까?

 

아무튼 힘들게 읽었는데, 썩 그리 와닿지는 않는 그런 책.

 

*한국어 번역본 <남겨진 시간>으로 편하게 읽고 싶었는데,

 아는 사람은 알지만, 한국어가 더 어려워서 눈물을 머금고 영어로 읽을 수 밖에 없었다.

 잘 번역된 번역본이 나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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