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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고아 ㅣ 아시아 문학선 4
우줘류 지음, 송승석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아시아의 고아』를 읽고
오래 만에 잔잔하게 전개되는 주인공의 성장과정을 통해서 역사의 흐름을 관장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어서 너무 유익하였다. 우리나라와 처지가 많이 비슷한 상황 하에서 제국주의 국가들에게 수난을 당해왔던 것을 돌이켜 보면서 현재의 당당하게 뻗어 나가고 있는 타이완이나 우리나라의 더 밝은 미래를 엿볼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참으로 힘들었던 시기에 어렵게 만들어 낸 작품이기에 더더욱 믿음이 더 가고, 그 만큼 감동하게 만드는 저자만의 노하우에 대해서 칭송을 하는 바이다. 어쨌든 이런 소중한 작품이 있기에 역사는 영원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조금 되었지만 타이완을 한 번 방문한 적이 있다. 물론 타이베이 중심이었지만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런 역사적인 지식이 없이 그냥 볼거리만 보고 온 시간이었기에 많은 아쉬움을 가져본다. 이 책에서와 같은 확실한 역사적인 지식을 가지고 타이완을 갔더라면 그 만큼 얻어오는 것이 많았으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나 장차 이곳을 간다면 정말 마음으로 다가오는 따스함으로 접근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져본다.타이완을 가리켜 ‘아시아의 고아’ 라는 소리도 처음 들어보았다. 바로 이 소설에서 왔다고 한다. 오랜 역사 속에서 중국이지만 중국과는 다른 세계였고, 네델란드의 식민지를 거쳤고, 청의 속국이었고, 1895년부터 50년 간은 일제의 식민지를 거친다. 일제로부터 광복 이후에는 장제스의 국민당 독재 시대를 경험하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어느 곳보다도 많은 굴곡의 역사 속에서 솔직히 철저하게 내버려져 버린 외로운 타이완 질곡의 역사를 잘 표현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저자가 일제의 수난 시대를 직접 겪어왔던 고난의 시간들을 이 소설의 주인공 후타이밍을 통해서 잘 나타내고 있다.
서원에서 한학을, 근대문물의 상징인 공학교에서 공부한 인물로 지식인으로 성장한다. 그러나 지식인이지만 일제 식민지 치하에서 제대로 힘을 쓸 수가 없었다. 이런 약점을 벗어나기 위해 일본으로, 중국으로 가보지만 역시 힘을 쓸 수가 없고 오히려 전쟁포로, 간첩 등으로 오해 받게 된다. 다시 귀국하였지만 현실은 일본에 앞잡이 노릇을 하는 모습 그대로였다. 어쩌면 이 주인공 타이밍의 모습이 바로 ‘아시아의 고아’라 불리워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일제 치하에서 일본에 대한 비판이 담긴 소설을 쓴다는 자체는 바로 목숨을 거는 일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기 때문에 힘들게 작품을 하였고, 중간에 출판사의 부도로 원본이 사라져버렸지만 다행이 교정본이 남아서 이렇게 우리가 볼 수 있는 행운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뒷 표지에 적혀 있는 ‘지금의 암흑은 새벽이 오기 전의 암흑이다. 그렇다! 이것은 머지않아 새벽이 올 것을 알리는 암흑이다.’ 표현이 이 소설의 진정한 의미를 나타내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