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 개의 봄 - 역사학자 김기협의 시병일기
김기협 지음 / 서해문집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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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개의 봄』을 읽고

우리가 일생을 살아가면서 환경이나 금전, 건강 등에 있어서 아무런 문제가 없이 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해본다. 아마도 이런 어려움이나 각종 고민이 없이 살아가는 사람은 한 명도 없으리라는 생각이다. 그 만큼 천차만별의 삶이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조건 중에서도 역시 건강한 삶이 최고인 것 같다. 몸의 아픔 같이 본인은 물론이고 주변의 여러 사람에게까지 고통을 주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나이가 들어가면서 건강한 모습으로 오래 동안 장수한다면 가장 바람직한 모습일 것이나 그렇지 못한다면 정말 힘이 드는 경우가 한 둘이 아닐 것이다. 내 자신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는 시간을 갖기도 하였다. 바로 우리 부모님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아버님이 사업을 하신다는 이유로 밖으로 나다니면서 결국 서울 쪽에 술집을 하시는 새어머니라는 사람을 거느리게 되면서 많은 시골의 돈을 갖다 바쳤으나 결국 얻은 것은 술을 많이 드신 관계로 위암이라는 결과로 이어지게 되었다. 돈이 없고 건강까지 좋지 못하니 좋아할 리가 없고 결국 시골로 내려와서 여태까지 고생만 하신 어머님께 의지하는 모습이 싫어서 아버님을 자주 뵈러 가지 못한 불효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이유야 어떻든 부모님이시고, 아버님이신데 자식으로서 너무 했다는 생각도 갖긴 했지만 그 당시에는 어쩔 수가 없었다. 그리고 아버님은 많은 고통을 당하시다가 운명을 하셨고, 이어서 어머님마저 대장암으로 어려움을 당하시다가 돌아가셨다. 벌썬 두 분께서 돌아가신 지가 십 여 년이 넘었다. 그러나 항상 그립고 보고 싶다. 바로 이런 것이 부모와 자식 간이 아닌가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을 읽으면서 부모와 자식 간의 새로운 의미를 알게 되었고, 한 아들의 어머니에 대한 지극한 정성의 간병 기를 통해서 사랑과 정을 흠뻑 터득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정말 예전에 시골에 갈 때마다 부모님께서 베풀어주신 그 사랑과 정성스러움, 항상 아기를 대하듯 일일이 챙겨주시는 그 모습에 우리 자식들은 절대 잊을 수 없는 부모의 사랑을 읽을 수 이었던 것이다. 이 책은 역사학자인 저자가 어머니에 대한 시병일기를 중심으로 기록하고 있지만 어머니와의 지나 시간 어색하고 서먹한 관계를 청산해 나가는 과정과 화해와 용서로써 이를 극복하고 모자간의 새로운 관계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정말 아름답기만 하다. 저명한 학자이신 어머니와 역사학자인 저자간의 관계 기록이다 보니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도 언급되고 있어 나름대로 배울 수 있는 기회도 많이 가질 수 있어 좋았다. 어머니와 아들 간에 이루어지는 진솔한 대화의 기록들은 정말 이 지구상에 가장 의미 있는 언어로 남으리라는 생각을 하면서 행복함이 물씬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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