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본색, 뿔 난 한국인 - 김열규 교수의 도깨비 읽기, 한국인 읽기
김열규 지음 / 사계절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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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본색, 뿔난 한국인』을 읽고

얼마 전 초등학교 친구를 만나서 하루 밤을 새우면서 여러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여러 이야기 중에서 가장 지금도 가장 무섭게 여기면서 뇌리 속에 떠오르는 것이 있다. 그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의 일이다. 그 친구와 함께 학년 초가 되어서 학급 환경정리를 해야 할 때 담임선생님을 도와서 할 때가 있었다. 시골 마을에서 초등학교까지는 약 5리 정도를 걸어서 가야 했다. 완전 비포장이었고, 특히 중간에 샛길이 있었는데 바로 산길이 있었다. 그리고 고개가 있었는데 계곡에는 물이 흐르고, 찰흙이 나오는 공간이 있었다. 항상 나무들이 우거져 있기 때문에 조금은 음침한 기분이 드는 곳이었다. 특히 비가 오거나 날씨가 흐린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그리고 어두컴컴한 밤에는 정말 지나가기가 무서울 정도가 된다. 바로 그 친구와 함께 그 날 담임선생님 환경정리를 돕다 보니 어느 덧 저녁때가 지나게 되었다. 그 당시에는 하루에 몇 차례 버스가 다니기는 하였지만 버스를 탈 형편도 못되었고, 저녁이 되면 빨리 떨어지기 때문에 친구와 둘이서 어두운 길을 걸어 집으로 오는 길이었다. 바로 중간쯤에 있는 고개를 지날 무렵에 하얀 옷을 입은 여자 여러 명이 우리 눈에 들어온 것이다. 서로 장난을 치면서 노는 모습이었지만 어린 마음에 얼마나 놀랐는지 거기에서부터 집에까지 달리기 시작하여 집에 도착하여 신발을 벗을 새도 없이 신발을 신고 방으로 뛰어 들어 이불을 뒤집어쓴 사건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생각해보면 그 때 그 하얀 옷을 여자들이 ‘도깨비’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도깨비가 우리 한국인의 정서에 맞은 대상이라면 우리들도 정말 도깨비를 피하는 대상이 아니라 껴안으면서 함께 가는 친구로서 가야 하리라는 생각을 하였다. 자라면서 예전에 들었던 많은 이야기들의 주제는 많은 경우가 도깨비와 관련된 것이었다. 그리고 저자가 들려주는 우리 역사 속에서도 많은 경우가 도깨비와 연관을 시켜보니까 정말 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와 같이 우리 이웃에서 언제든지 볼 수가 있고, 우리의 소원을 빌 수가 있고, 대리 만족을 할 수가 있고, 이웃들의 소망을 들어주게 기원할 수 있는 친근한 뿔이 나고, 양 눈이 앞뒤로 있고, 만능 방망이를 든 모습으로 우리 인간들에게 다가서고 있는 도깨비야말로 바로 우리 인간의 모습이 아닌 가 착각이 들 정도이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민속학자이면서 심층심리학을 공부한 저자의 시원스런 글 솜씨에 많은 이야기와 함께 시원스런 기분을 만끽할 수가 있었고, 우리나라 역사 관련 공부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요즘 사라져버렸는지 거의 이야기 대상에 떠오르지 않는 도깨비를 꿈에서라도 자주 볼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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