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것들 잊혀져가는 것들 - 그때가 더 행복했네 사라져가는 것들 잊혀져가는 것들 1
이호준 지음 / 다할미디어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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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것들 잊혀져가는 것들」을 읽고




나이 오십 대 중반에 이르렀다. 그간의 살아 온 과정을 반추해본다. 정말 빠른 세월 속에 어느새 지금에 이르렀다. 물론 편하고 풍요로움 속에 살기는 나아질지 모르지만 한편으로 많은 것을 잃지 않았는지 걱정이 되는 것도 많다. 그 만큼 우리 고유의 좋은 것들과 함께 소중했던 많은 것들이 사라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전에 생활하기가 비록 어려웠고, 힘들었지만 자연을 벗 삼으면서 서로 인정 속에서 생활할 수 있었던 그 때가 더 행복한 것이 아니었는지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얼마 전 몇 명 동료 선생님들과 함께 영산강을 따라 여행하는 시간을 가졌다. 투덜대는 흙탕길과 강둑을 따라 걷는 길, 각종 채소와 미나리 등 친환경농사를 짓는 농부들의 건실한 모습,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으로서 고 건축물 등을 접할 기회가 있었다. 역시 운치가 있는 우리의 소중한 모습들이었다. 마음이 편안해지고, 다가오는 자연의 넉넉함이 왠지 부자인 것처럼 당당해지기도 하였다. 바로 이런 모습들을 전국적으로 찾아서 사진으로 작업을 해오면서 아울러 그 사진에 관련한 이야기들을 맛깔스런 글로 잘 표현해낸 좋은 책이 출간된 것이다. 책 제목인 “사라져가는 것들 잊혀져가는 것들” 너무 멋진 표현이었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이러한 시도가 이제 출발점이 되고, 더 많은 우리 고유의 유산과 자연, 생활 유물들이 계속적으로 발굴되어지기를 기대해본다.

첫째 편에는 자연과 어우러진 우리의 멋들, 즉 원두막, 섶다리, 대장간, 보리밭, 돌담, 초가집, 장독대, 물레방아, 다랑논, 담배막, 죽방렴, 염전을 다루고 있는데 그 중에서 원두막은 지금은 미국으로 이민 간 초등학교 친구와 천둥, 벼룩 칠 때 원두막에서 꼼짝 못하고 무서워 떨며 머물었던 옛 추억이, 장독대는 돌아가신 어머님께서 정한수를 떠놓고 자식들의 건강과 함께 가족들 잘 되기를 기원하시던 정성스런 모습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둘째 편에는 세월에 따라 사라져 갔지만 우리의 삶 자체였던 것들에 대한 추억들, 즉 달동네, 고무신, 시민아파트, 연탄, 등잔, 손재봉틀, 괘종시계, 도시락, 사진사, 이발사 등이다. 그 중 여자 제자 한 명이 재봉틀가게에 취업했을 때 자주 찾아갔던 시간들과 초등학교 때 도시락을 소나무에 달린 솔방울을 때서 밥을 데워 먹었던 시절이 그립다.

셋째 편에는 생활 주변에 존재하는 전통 혼례, 전통 장례와 무형 문화유산인 줄타기, 서커스, 서낭당, 굿, 키질, 술도가 등이다. 그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지금도 보관하고 있는 부모님들의 전통 혼례 사진과 함께 돌아가셨을 때 직접 치루어 낸 전통 장례식, 시골에서 서낭당을 통과할 때에 그렇게 무서웠던 초등학교 때의 기억들이 몹시 새롭다.

넷째 편에는 추억이라는 테마와 함께 오래된 얼룩처럼 지워지지 않는 것들, 즉 완행열차, 간이역, 풍금, 분교, 그네, 구멍가게, 옛날극장, 똥개, 달걀꾸러미, 내원마을 등에 대한 이야기를 떠올려본다. 그 중 열차와 역에 관한 추억은 남다르다. 왜냐하면 바로 시골에서 서울에 있는 철도고등학교로 진학하였기 때문에 10시간 넘게 완행열차를 타고서 수많은 간이역까지 전부 쉬어가는 그런 여행을 수도 없이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달걀꾸러미는 예전에 가정방문을 나가게 되면 학생이 달걀 후라이를 해주고, 시골에 있는 부모님께서 달걀 꾸러미를 선물로 주면 받아와서 맛있게 먹었던 시절이 그리워진다.  이런 소중한 추억들을 되새기면서 느끼는 것은 나 자신도 하나하나씩이라도 어디를 가게 되면 눈에 들어오는 소중한 것이 있으면 기록으로 남겨가는 노력을 해야겠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도 관심을 기울인 것은 사실이나 이 책처럼 조금은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사진으로 저장하는 노력도 해나가리라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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