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도둑 - 한 공부꾼의 자기 이야기
장회익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공부도둑」을 읽고




우선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 ‘공부도둑은 언제든지 괜찮겠다.’ 라는 생각을 하였다. 특히나 '공부를 하면서 절대 부끄러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해오고 있는 한 교사로서 매 번 학생들에게 강조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자신도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인하여 정규적인 코스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실업계 계통의 고등학교를 나오고, 취직과 군대와 그리고 복직을 하고나서 스물일곱에 야간 대학과 함께 방송통신대학 공부를 해오면서 공부에 대한 욕심을 나름대로 가지면서 지금에까지 이르고 있기 때문에 많은 기대감을 갖고 이 책을 임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내가 해 온 공부는 스스로 캐묻고 답을 생각하게 하는 과정 없이, 큰 고뇌 없이 매우 빠르게만 배운 지식이었기에 수박 겉핥기식 공부였지 않나 많은 반성을 해보면서 책을 열었다.

이 책에서는 평생을 자신이 선택한 물리학 분야에 대해 공부의 즐거움과 삶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었던 겸손한 한 노학자인 장회익 선생의 잔잔한 일생동안의 모습들을 전혀 뽐내는 기색이 하나도 없이, 정겹고 소박하게 진실하게 전개하고 있기에 그 감동이 더 마음속으로 다가왔다. 먼저 조상님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하여 전개되는 선생의 인생여정의 이야기는 독특한 모습으로 서술하고 있기에 독자가 읽기에 전혀 지루함이 없게 하고, 흥미와 기대를 갖게 해주는 매력을 갖게 해주고 있다. 어린 시절의 선대 할아버지 영향으로 학업 중단의 기회도 있었지만 이것은 오히려 학업에 대한 열정을 갖게 해주는 기회가 되고, 어려울 때 환경을 이겨낼 수 있는 바탕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이후 비교적 순탄하게 선생의 뜻대로 이루어 가는 더 좋은 계기가 된 것은 역시 선생의 바른 품성과 해보겠다는 굳은 의지가 바탕이 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어렵게 고등공민학교를 거쳐 중학교에 편입한 후 청주공고와 서울대학교, 미국 대학으로 유학하여 박사 학위를 마친 후 그리고 서울대학교 교수로 이어지는 스스로 깨우치고 알아가는 재미로 즐겁게 공부를 전개 해나가는 선구 물리학자로서의 모습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배우게 하고 있다.

학문적 모습 못지않게 선생의 인간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그것은 서울대학교에 시험 때에 본인이 합격하면 경쟁 상대의 어느 한 학생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붙게 해주라’는 대신 ‘공정하게만 그 결과를 봐주라’고 기도를 한 장면과 공군사관학교 교관 요원으로 근무 시에 ‘관악산 오르기 경주’에서 몸이 날렵하여 1등을 할 수 있었는데에도 앞서가는 한 명의 동료를 위해 양보하고 ‘명예로운 2등’을 했다는 이야기이다. 여기에서 선생의 겸손하고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마음을 읽을 수가 있어 내 마음 흐뭇하였다.  또한 교사인 내 자신은 특히 선생이 서울대학교에 들어가서 강의를 들었을 때 교수로부터 느꼈던 첫째 학생들에게 지적자극을 주는 일에 실패했고, 너무도 무덤덤하다는 인상과 둘째는 교과서의 부 적절성, 셋째는 교사의 자신감 부족을 들은 것에 대한 현재 교사로서 내 나름대로의 반성을 해보는 기회도 가졌다. 그리고 교사의 자세로 제시한 그 어떤 것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이것을 담을 수 있는 사고의 틀을 마련하고, 스스로 먼저 깨우치는 노력을 통해 학생들에게 깨우치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사실을 느낀 점이다. 또 선생님의 공부하는 장소의 모습이다. 첫째 책상머리에 앉아서, 둘째 산책길에서, 셋째 잠자리에서 결국 이 모두가 공부의 과정이 되도록 사고의 습관을 조정하면 된다는 말에 많은 공감이 가기도 하였다. 특히 학문을 등산에 비유한 점도 마음이 와 닿았다. 등산은 승부에 매달리지 않고 경쟁을 조장하지도 않고, 자기 능력과 취향에 맞게 목표를 정하고, 자기 흐름에 따라 걸음을 조정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라 하였고, 학문은 일생을 두고 오른 등산길이라 하였다. 학문의 길이 어려울 때는 좋은 동반자가 필요한 데 그 동반자로 학생들을 들고 있는 점이 내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과 같았다.

내 자신도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항상 학생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바라보면 정말 실망감을 주지 않는 교사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몇 번이고 하고 있다. 그리고 평생 교육의 차원으로서도 여러 꿈도 가지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공부도 나름대로 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나에게 삶의 길이 무엇인지, 앎의 길이 무엇인지, 공부의 방법이 무엇인지 하나의 해법을 제시해주고 있어 정말 유익한 독서 시간이었다. 선생의 70년 세월로 만들어진 그 진실한 체험을 교훈삼아 열심히 노력할 것을 내 자신에게 다짐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