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날 위의 삶 - 뇌종양 전문 신경외과 의사가 수술실에서 마주한 죽음과 희망의 간극
라훌 잔디얼 지음, 정지호 옮김 / 심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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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훌 잔디얼 저의 [칼날 위의 삶] 을 읽고

솔직히 이 책 제목을 보고 섬찍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얼마나 하는 일이 위기에 봉착한 순간이기에 ‘칼날 위’로 표현했을까? 하고 말이다.

우리의 평소 삶이 일반적이고도 보통의 삶을 살고 있다면 이런 표현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도 이런 트라우마를 지니고 있다.

현재 딸만 셋이지만 원래는 큰 딸 다음으로 아들이 있었다.

둘째였지만 아들이어서 남다름을 느꼈고, 모든 게 남아다운 모습이어서 기대를 크게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렸을 때부터 감기 기운을 계속 달고 지내길래 개인 병원을 다니면서 치료하고 있었는데 큰 차도를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지나서 개인 병원 원장이 대학병원에 가서 종합 진료 받기를 권하였다.

어쩔 수 없이 대학병원에 가서 종합진단을 받았는데 아니 이럴 수가 ‘아주 희귀한 심장병으로 진단받았다.

그때부터 이제는 대학병원으로 계속 진료를 받으면서 다녔다.

결국 주치의로부터 희귀한 경우라도 수술을 권유 받았다.

당시 심정으로는 어린아이에게 칼을 대어 배를 열어 수술한다는 것이 영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6개월 정도를 계속 대학 병원에 다니는 것도, 그렇다고 차도를 보이는 것도 아니길래 결국 아들 수술에 동의 할 수밖에 없었다.

부모로서는 몇%의 승부가 보인다 하더라도 이에 매달리고 싶은 심정이기 때문이다.

아들의 경우는 매우 귀해서 어려운 케이스라고 강조를 한다.

그래도 어찌할 것인가?

계속 안고 가야 할지 아니면 단 1%라 할지라도 열어서 고칠 수만 있다면 어디에 승부를 걸어야 할지 아마 모든 부모에게 물어보아도 답은 하나일 것이다.

그렇게 하여 수술일이 잡혔다.

수술일에 일과 시작 이전에 준비를 하여 수술실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08시 경 입원실에서 나와 수술실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진정 잘 되기만을 기도하면서 들여보냈다.

그러면서 대기실에서 수술을 잘 마치고 나오기만을 학수고대 기다리고 있었다.

참으로 이때 만큼 심란했던 때가 언제 또 있을까 할 정도였다.

그런데 점심시간 전은 물론이고 오후가 되어도 나올 생각을 않는다.

참으로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어찌할 수가 없었다.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들이 수술실에서 나온다길개 달려갔다.

침대에 누워 있었고, 인공호흡기를 꽂고 있어 잘 알아볼 수는 없었다.

그저 부모로서는 수술이 잘 되어 지금 편하게 쉬고 있는 줄 알았을 뿐이었다.

그런데 대기실에서 얼마를 기다리는데 부모 호출이 왔다.

그러면서 들은 말은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

수술은 잘 되었는데 후유증이 나타나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아니 이럴 수가 있느냐?

소리치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도 없고, 차분하게 기다림을 갖다가 결국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나의 둘째 아들과는 생이별 하게 된 전력이다.

그래서 병원에서 이뤄지는 수술의 모습을 생각이나 상상을 하게 되면 반드시 그 때 모습이 떠오르면서 당시의 담당의사가 생명을 다루는 전공의로서 얼만큼의 최고 최선의 칼날을 쥐고 수술에 임했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 어린이를 가지고 하루종일 수술실에서 데리고 있었다면 무슨 곡절이나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닌지 묻고 싶다. 다 40여 년 전 지난 이야기이지만 죽은 아이 부모로서 갖는 솔직한 마음이기도 하였다.

지금도 아프면 병원에 찾아가 진료를 받는다.

정성으로 환자를 대하면서 마음으로 소통하는 대화를 통해서 진료해주는 의료진에게 항상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다.

바로 그러한 정신과 자세가 절대 필요한 것이다.

특히 칼날을 쥐고 있는 전공의사들이야말로 틀림없이 가져야 할 자세이다.

최고 뇌종양·말기 암 전문 신경외과 의사인 저자인 라훌 잔디얼 박사가

수술실과 병동에서 목격한 생과 사의 경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20여 년간 1만 5천 명의 환자, 4천 건의 수술…을 집도하면서 있었던 일들을 진솔하게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의 손에 의해 타인의 생명을 움켜쥐는 손으로 써내려갔기에 지극히 정직하고 매혹적이다.

특히 많은 환자들을 돌보면서 환자 중 몇 명에 대해서는 수술 전후의 경과에 대해서도 밝히고 있다.

수술로 몸의 절반을 잃은 30대 남성, 아들의 졸업식을 보고 싶어 몇 달이라도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병원을 찾은 40대 여성, 어린 나이에 뇌사를 맞고 사망 선고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19세 소년, 수술의 후유증으로 눈꺼풀을 깜빡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중년 여성 등이다.

이들은 제각기 다양한 증상과 질병과 사연을 지녔지만, 모두 생과 사의 기로에 놓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의 ‘생명줄’을 쥔 의사는 이 환자들에게 삶의 기회와 희망을 불어넣기 위해 병실과 수술실에서 고군분투하며 삶과 죽음을 누구보다도 가까이 목격하면서 받은 소회를 담고 있어 누구에게나 감동을 주리라 확신한다.

특히 저자는 뇌종양과 말기 암을 전문으로 진료하는 신경외과 의사로, 가장 건드리기 예민한 부위인 뇌를 열어 종양을 제거하며 수천 명의 삶을 연장시키는 일을 하고 있어 정말 대단하다.

이번 책에서는 한 명의 신경외과 의사로서 병실과 수술실에서 겪은 경험과 환자들의 사례에서 길어 올린 삶에 대한 통찰을 총 10가지 키워드에 담아냈다.

트라우마, 몰입, 자아, 실패, 믿음, 위협, 중독, 가치, 상실, 삶 등 인생을 관통하는 키워드를 통해 저자는 환자들의 사례를 살피고, 치료 과정에서 만났던 어려움과 깨달음을 솔직하게 풀어놓는다.

죽음 앞에서 환자들이 보여준 삶의 태도와 저자의 통찰이 담긴 이 책은, 진정으로 의미 있는 삶이 무엇인지 생각할 기회를 건네리라 확신하면서 일독을 강력하게 권한다.

저자가 환자들에게서 배운 진실한 마음과 삶을 향한 태도를 다음의 저자 글에서 확인할 수가 있다.

“수술은 산의 정상이 아니다. 환자의 여정이 산의 정상이다.”

“내게 수술은 인체 해부가 아니라 마음에 관한 탐구였다.”

“나는 4기, 완치 불가능한 암을 수술한다. 5기는 없다.

“뇌는 끊임없이 변하고, 우리에게는 뇌를 조정하고 이용할 힘이 있다.

환자들은 뇌 수술을 받은 후 잃어버린 기능을 회복한다.

따라서 여러분이 건강한 뇌를 가지고 있다면 본인이 위협과 맺는 관계를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음을 의심하지 말아야 한다.

이 능력은 모두 사고의 가소성에 달려 있다.”(18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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