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것들의 기록 - 유품정리사가 써내려간 떠난 이들의 뒷모습
김새별.전애원 지음 / 청림출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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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새별 전예원 저의 [남겨진 것들의 기록] 을 읽고

"문을 연 그곳에 당신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한 명의 인생을 지웠습니다" 라는 문구 대신 "또 한 명의 인생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라는 문구를 사용할 수 있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다.

우리같은 보통 사람은 아니다.

정말 특별한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얼마나 처음 도착한 현장이 처참했으면 저런 문구를 사용했을까?

내가 생각해도 저절로 수긍거려진다.

바로 천국으로의 이사를 돕는 유품정리사의 이야기이다.

외로이 떠나간 이들이 그곳에서는 편안하기를... 더 이상 고통이 없기를 정성을 담아 그들의 마지막을 정리 한다.

“우리가 당신을 기억하겠습니다”라고.

오늘날의 우리 사회의 모습은 어떠한가?

실존적 공허의 시대라 할 수 있다.

허무주의와 냉소주의, 계산적인 무관심이 판을 친다.

지도자들이나 정치인들은 기존의 예의와 기본 질서를 강조하지만 이미 가정과 사회를 유지해왔던 전통적인 가치관과 시스템들이 삐걱거리거나 무너져 내리고 있다할 수 있다.

가치 대붕괴의 시대다.

단군 이래 최대 자살률, 최저 출산율, 최저 행복지수가 그 증거다.

경제적으로는 어느 정도 중류 이상의 삶을 유지하고 있다지만 다시 마음을 다지면서 각성할 필요가 있다.

험하고 거친 물질 만능의 시대이기 때문에 삶을 살아내고 현실을 버텨내는 실존적인 용기가 절실하다.

그리고 유명인의 '억' 소리 나는 통 큰 기부보다도 가족과 이웃의 작은 친절과 소소한 관심과 배려, 사랑의 마음이 더욱 필요한 것이다.

최근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비정상적인 죽음들이 많다.

특히 고독사, 자살, 범죄로 인한 사망은 가슴 아픈 사연을 남길 수 밖에 없는 비극적인 죽음이다.

고독사는 말그대로 관계의 단절에서 파생된 외롭고 쓸쓸한 죽음이다.

의미있는 사회적 교류의 실패, 그게 곧 고독사의 근본 원인이다.

물론 신병 비관이나 정신질환, 낮은 사회경제적 처지가 고독사의 수렁에 쉽게 빠져들게 한다.

고독사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관계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새삼 곱씹게 된다.

외로이 떠난 고독사는 결국 외롭고 버림받은 삶의 귀결이다.

비혼, 이혼, 일인가구가 폭증하는 요즘, 누구나 고독사에 처할 수 있다.

나이드신 홀몸노인의 고독사도 문제지만, 젊은 청년의 고독사는 더 큰 사회적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취업 스트레스, 진학 스트레스, 자존감 저하, 불안장애, 통제할 수 없는 분노 등으로 힘겨워하는 외로운 청년들이 너무 많다.

특수청소업체 바이오해저드의 유품정리사 김새별과 전애원에 따르면, 유품정리사의 일은 크게 세 가지다.

고인이 남긴 흔적을 깨끗이 지우고, 유품을 정리해 가족에게 전달하고, 주변을 청소하는 것이다.

고독사의 전형적인 장소는 원룸텔과 고시텔, 쓰러져가는 판잣집이지만, 때론 번화가의 부유한 아파트일 때도 있다.

고독사 현장에서 나온 가구나 집기, 쓰레기 등은 즉시 폐기물 업체에 처분하게 된다.

한편, 유족에게 전하는 유품은 고인의 앨범, 휴대전화, 신분증, 각종 서류, 통장, 현금, 귀중품 등이다.

책 말미에 다음과 같은 '자신을 지켜내는 7계명'을 들려준다

이 계명을 통해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내는 용기로서 슬기롭게 극복해나가기를 간절히 기원해본다.

1. 작은 일이라도 오늘 해야 할 일을 적어놓고 미루지 마세요.

2. 적어도 한 명 이상의 가까운 지인을 곁에 두세요.

3. 밥 대신 술을 찾지 마세요.

4. 취미를 만드세요.

5. 생활계획표를 만들되 시간을 정해놓지 마세요.

6. 꿈과 목표를 정확히 하세요.

7. 남의 행복 말고 자신의 행복을 보세요.

저자가 에필로그에서 밝히고 있다.

자신이 하는 일은 죽은 사람의 집을 청소하지만 결국은 살아 있는 사람을 위한 일이라고 말한다.

“나의 직업은 죽은 사람의 집을 청소하는 일이지만, 사실 내 모든 행위는 살아 있는 사람을 향한다. 고독사를 다양한 방식으로 열심히 알리는 것,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생각이 다시금 든다. 지금껏 해온 일은 헛되지 않았다. 되도록 많은 사람이 고독한 죽음을 맞이하지 않기를, 그리고 떠난 이의 이야기가 남은 사람에게 너무 아프게 오래 머물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26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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