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각의 이산 정조대왕을 읽고

이산 정조대왕 - 조선의 이노베이터
이상각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07년 7월

이상각 저의 『이산 정조대왕-조선의 이노베이터』를 읽고

조선 왕조 500 여 년의 기간 동안 27명의 대왕 중에서 진심으로 국가를 위하고 국민 편에 서서 정책을 추진했던 성군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보통 초기에는 세종대왕, 후기에 영조, 정조 대왕 시대로 알고 있다. 그 만큼 왕이 정책과 국민을 직접 챙겨서 정책을 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세종은 양녕이나 효령 대군 형님들의 양보로 왕이 되는 순탄한 과정과 부친인 태종의 강력한 왕권 확립의 바탕으로 그래도 쉽게 정책을 펼 수 있었으나, 정조 시대에는 상황이 너무 어려웠던 것이다. 서로의 권력을 잡기 위한 치열한 파벌 간 대립의 투쟁 하에서 그것도 아버지였던 사도세자의 죽음으로까지 이어지게 만들었던 상황 하에서 왕이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자기 아들까지 죽여야 했던 할아버지 영조의 마음도 이해하지 못할 바 아니지만은 어린 정조로서는 세손시절부터 온갖 어려움에 시달려야만 했던 것이다.

그러나 어려서부터 보아 왔던 이런 갖가지 부정적인 요소들이 정조로 하여금 강력한 왕권추진과 함께 강렬한 개혁의 길로 들어서게 한 것이 아닐까? 그런 면에서 역시 우리 인간은 직접적인 체험과 경험이 중요하다 할 것이다. 왕이 된 후에도 아버지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는 모습을 직접 목격하고 받았을 정신적 충격은 평생토록 뇌리에 저장되었고, 복수의 욕망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였다. 또한 각종 개혁 의지에 대한 정책에 대하여는 당리당략에 의한 각 분파간의 권력싸움에 대한 간섭으로 쉽게 할 수 없었음에도 정조는 다른 대왕과는 달랐던 것이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당당함이었던 것이다. 어떤 신하에게도 질 수 없는 독서와 무예 등으로 자신의 꾸준한 단련을 통해 그 어떤 신하도 함부로 넘겨다 볼 수 없을 정도의 강력한 군주가 된 것이다. 이러한 강력함이 결국은 각종 개혁정책과 함께 국민을 위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뜻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관철시켰던 것이다. 이러한 왕의 행보는 결국 국민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게 되었고, 조선 후기의 르네상스를 여는 데 기여를 하게 된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 정조대왕의 어머니였던 혜경궁 홍씨에 대한 회갑연과 아버지인 사도세자의 능인 현륭원을 참배하는 능행도의 모습, 수원(화성)성 축조 모습과 규장각의 역할과 내용, 한 세대를 앞서 내다보는 정조의 인물에 대한 혜안과 차출, 암행어사의 활동 등은 정말 그 당시의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는 것 같아서 마치 내 자신이 조선의 한 백성으로 돌아간 듯한 착각을 갖기도 하였다. 조선의 모든 것은 바꿔놓을 정도의 위대한 이노베이터인 개혁 군주였던 정조대왕 그러나 아쉽게도 그 결말을 보지 못하고 49세 서거로 다시 개혁이전으로 돌아가고 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