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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지은 집 - 구십 동갑내기 이어령 강인숙 부부의 주택 연대기
강인숙 지음 / 열림원 / 2023년 1월
평점 :
강인숙 저의 『글로 지은 집!』 을 읽고
이 세상에 글로 집을 짓다니?
나 자신 책을 좋아하고 오래 동안 책을 가까이 하면서 지내고 있지만 아마 처음으로 대하며 접하는 제목이라 갖가지 상상을 해봤다.
하지만 책을 읽고서 고개를 끄덕이며 충분히 그러고도 넘치는 이상의 저자 부부라는 것을 새삼 확인하면서 존경과 함께 사랑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다만 많이 아쉬운 것은 남편인 이어령 님이 작년에 암으로 먼저 저세상으로 떠나셨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혼자이신 강인숙 저자 님을 만날 수 있게 됐으며 이렇게 좋은 글을 통해 인연을 맺을 수 있게 된 점은 커다란 행운이다.
그 동안 이어령 교수님의 작품은 여러 권 읽어 그 해박한 우리 문화에 대한 지혜와 지식에 많은 공감과 공부를 할 수 있어 너무너무 행복했었다.
하지만 개인적인 사정 등은 솔직히 잘 알지 못하였다.
이 번 이 책을 통하여 삶의 세 가지 기본인 먹고 입고 자고가 이루어진 집의 온갖 내력 이야기를 이어령 교수가 그 훌륭한 수많은 베스트셀러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었구나! 하는 개인적인 배경 등을 확실한 깨달음을 얻었다.
그리고 처음 대한 저자의 글에서도 남편인 이어령 교수와 똑같은 좋은 글을 쓰기 위한 준비와 연습과 그 동안의 고집스런 연구 과정들이 명문장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바로 단칸방 신혼집에서 시작한 이어령 강인숙 부부에게는 절대적으로 집이 필요했던 것이다.
두 명 모두 글을 쓰는 남편과 아내이기 때문이었다.
글을 쓰려면 손으로 잡는 펜과 종이로만 쓰는 것이 아니라 각종 참고자료 등이 필요하며 많은 공간이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서재가 절대 필요하다.
특히 남편인 이어령 교수가 주로 쓰는 글이 평론일 경우는 많은 참고자료를 필요할 경우는 서재는 필수적이어야 하는데...
거기에다가 아이가 태어나기 시작하여 셋이 되어갔으니...
당연히 집을 옮겨 가야 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이 책에는 작가의 그 동안 단칸방 신혼집에서 각자의 서재가 있는 집에 이르기까지, 때로는 북적이고 때로는 쓸쓸했던 이어령 강인숙의 64년 부부 일지라 할 수 있다.
최종적으로 방이 많은 아주 큰 집이 필요했다.
그래서 사람도 집도 하나도 없는 텅 빈 산 중턱에 외딴집을 지었다.
평창동 499-3에.
일곱 번의 이사를 거쳐 마침내 원하는 크기의 집을 짓는 데 성공한 것은, 1974년이다.
빈손으로 시작해 원하는 서재를 갖춘 집을 갖기까지 이어령 강인숙 부부의 주택 연대기다.
신혼 단칸방부터 이어령 선생이 잠든 지금의 평창동 집에 이르기까지, 더 나은 집필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투쟁의 역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1958년부터 2023년 현재까지 떠나고 머문 공간, 그리고 그 공간 안에서 함께 존재했던 부부의 삶이 강인숙 영인문학관 관장의 이야기 속에 가지런히 담겨 있다.
남편인 이어령 교수에게 원하는 서재를 만들어준 해인 1974년을 유달리 기억하고 있는 저자였다.
이어령은 좋은 것을 다 주고 싶은 남편이었기 때문이다.
책에는 한 여자가 새로운 가족과 만나 동화되는 과정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이어령 선생이 그야말로 ‘글로 지은’ 집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어령 선생과의 결혼식 날 풍경, 집을 찾은 여러 문인과의 추억, 동네 한복판에서 두 눈으로 목도한 4.19와 5.16 역사의 현장, 이어령 선생의 집필 비화 등이 책 곳곳에 소개되어 있어 마치 한 편의 드라마 같이 전개가 된다. 여덟 곳의 집에서 전개되는 글로 이어령 강인숙 부부의 주택 연대기 시리즈 라 할 수 있다.
가장 감동적인 어구는 바로 남편 이어령을 위하는 마음이었다.
“세상에 나서 내가 가장 기뻤던 때는 그에게 원하는 서재를 만들어주던 때였다.
이어령 씨는 내게 좋은 것을 다 주고 싶은 그런 남편이었다.”(14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