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집 김씨 사람을 그리다 - 김병종 그림 산문집
김병종 지음 / 너와숲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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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종 저의 『칠집 김씨 사람을 그리다』 를 읽고

미술관에서나 아니면 길거리에서든지 전시되어 있는 그림을 지나치지 않고, 자세하게 가만히 들여다보면 많은 이야기들이 들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럴만한 이유가 분명이 들어있을 것이라고 나름 상상해볼 수 있지만 그저 극히 일부 짧은 단편에 머물다 흘러가버림이 대부분이다. 

그렇게 잊혀져 가는 것이다. 

그렇고 그런 것이 세월이라지만 아쉬울 때도 많이 있는 법이다. 

바로 이러할 때 인상적인 그림에 그 그림에 관련하여 그림 속의 이야기를 그림 그린 화가가 직접 자신의 속내를 기억을 살려내 진솔하게 밝혀 독자들에게 들려준다면 그 그림은 자연스럽게 마음속으로 각인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특히나 그림을 통해 뭔가 근원의 그리움이나 원형의 모습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는 최고의 멋진 선물이 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예술 특히 그림을 좋아하는 것이다. 

나도 한때는 어떤 사물을 있는 그대로를 그리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다. 

글씨도 마찬가지였다. 

그저 원래 배운 느낌과 이미지대로 표현하는 것이 정도로만 알고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최고 모습으로 해야 한다는 습관 비슷한 것 말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게 아니었다. 

그림에서도, 글씨에서도 바로 각기 개성 같은 것을 발견하기 시작한 것이다. 

박제된 것이 아닌 화가와 작가만의 독특한 개성미가 돋보이는 작품이 더 특별하게 눈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아하! 그래서 더 위대하게 보이고, 특출하게 우러러 받드는 예술가로 각인되기 시작하였다!”

그렇다면 누가 잘 그리고 못 그리고 가 아니라 얼마만큼 개성 있게 자신을 잘 표현하느냐에 현 사회 상황과 자신의 내면의 욕구를 잘 조절하는 선택의 중요성이 대두된다 할 것이다. 

자신의 인생에서 아름다운 기억들을 많이 만들어 그것들을 작품으로 표현할 수 있다면 최고 인생의 이정표로 장식할 수 있지 않겠는가? 

아름다운 우정, 아름다운 여행, 아름다운 식탁, 아름다운 예술 등등등 얼마든지 우리 생애에 아름다움으로 멋지게 장식할 수가 있다. 

그 아름다움의 그늘 아래에서 육신의 잠을 누일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면 최고의 모습이 되리라 확신한다. 바로 칠집 김씨 화가 김병종이 그리는 그림 속에는 그리움이 가득 들어 있고, 그림이 되는 이야기들이 다정하게 전개된다. 

화가는 1953년에 전북 남원에서 태어나 서울대 미대와 동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 

서울, 파리, 시카고, 브뤼셀, 도쿄, 바젤 등지에서 수십 차례 개인전을 가졌으며, 국제 아트페어와 광주 비엔날레, 베이징 비엔날레, 인디아 트리엔날레 등에 참여해왔다.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미술기자상, 선미술상, 대한민국 기독교미술상, 안견미술문화대상 등을 수상했고, 대한민국 문화훈장을 받았다. 

대영박물관과 온타리오 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등 국내외 저명 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으며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에도 초기작 〈바보 예수〉부터 근작인 〈풍죽〉 〈송화분분〉까지 다수의 작품이 상설 전시되고 있다. 

중국 시진핑 주석의 국빈 방문 때는 그의 작품이 증정되기도 했을 정도로 유명 화가다.

글 쓰는 화가 김병종은 대학 시절 동아일보,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당선함과 동시에 전국대학미전에서도 대통령상을 받는 등 일찍부터 글과 그림의 경계를 허무는 전 방위적 예술가의 행보를 보여 왔다. 

동양철학 연구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중국회화연구』를 통해 한국출판문화상을 받기도 했다. 

서울대 미대 학장, 서울대 미술관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서울대 명예교수, 가천대 석좌교수로 있다. 

대표작 『화첩기행』(전5권) 외에 『바보 예수』 『생명의 노래』 『오늘 밤, 나는 당신 안에 머물다』 『자스민, 어디로 가니?』 『나무 집 예찬』 『감히, 아름다움』(공저) 등을 썼으니, 저자에게 그림은 밥, 글은 반찬으로 이 두 가지가 거의 육화(肉化)되어 이제는 둘이 아니라 하나로 느껴질 정도이다. 

일란성쌍생아처럼 그림 그리고 글 쓰는 행위가 제 안에서 하나로 통합되는 것같을 정도로 쉽게 이해되고 익혀진다. 

화가의 그림도 게걸스럽지만 글들도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한밤중에 화실로 2천원 자장면 한 그릇을 시켜 배달 온 청년에게 미안해 하니까, 

마침 화실 벽에 걸려 있는 “닭 두 마리가 서로 노려보고 있는 먹그림”이 있었다. 

어느 박물관에 가있는 연작 중 하나였었는데 그 청년이 영 미안하면 저 그림이나 주세요!”한 것이다. 

그렇게 그냥 말로 넘어 갔는데 며칠 후 한 낮에 배달 왔을 때 화가가 후배랑 있었는데 다시 이야기 하는 것이다.

그림 언제 주실 거냐면서 후배가 깜짝 놀라면서 저 그림이 얼마짜리인데 그냥 달라고 하냐니까그? 

그냥 준다고 했다면서 막무가내로 배달원이 이야기한다.

“뻥 까지 마요. 주기 싫으니까...”,

“그런 돈 주고 사는 사람이 있어요?”라고 물었다. 

“다들 말이예요. 웃기는 짬뽕들이야.”

“생각해봐요. 저 시커먼 닭. 저게 진짜 닭이라 해도 몇 푼 가겠어요? 

종이에 찍찍 그린 걸 가지고.... 가만 저거 오골계에요?”

“관둬요. 주신다고 해도 별로예요. 씨팔. 되게 덥네.”

얼마나 재미있는 표현인가? 

막 웃음이 나왔다. 실컷 웃었다. 

그린 그림 검은 닭이 큰소리로 웃는 모습이 그렇게 대장부 즉, 자장면 배달부 청년 모습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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