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를 위한 여섯 가지 은유 - 이어령 산문집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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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저의 『어머니를 위한 여섯가지 은유』 를 읽고

이제는 평안히 저 세상에서도 더 좋은 작품을 쓰시고 계시고만 있을 것 같은 상상을 해보곤 한다.

이 시대의 지성이자 큰 스승이었던 이어령 선생의 작품을 암과 투병 시에 나왔던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과 <메멘토 모리>를 읽었고, 별세 이후 나온 <너 누구니>, <다시 한 번 날게 하소서> , <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 작품을 읽고 작성하였던 서평을 많은 독자들이 나의 블로그를 찾아 읽어주어 많이 행복했었다.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의 발 빠른 사고의 전환과 함께 순수한 영혼, 우리 고유문화의 소중함을 특별히 강조한다. 선생의 작품은 시작에서 끝까지 전혀 막힘이 없고, 읽는 내내 마치 우리 문화의 원형 속으로 빠져 들어가게 하면서도 새롭게 태어나는 기분으로 만들게 하는 마치 신선 같은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그만큼 선생의 글속에는 강력한 힘과 교훈이 들어 있다.

이제 더 훌륭한 작품들을 많이 남기셔 후대인들에게 좌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많이 아쉽다.

이 책은 선생의 어린 나와 어머니, 내 문학의 깊은 우물물이 되었던 그 기억들에 대하여 많은 이들에게 아쉬움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이어령 선생의 가장 사적인 고백이 담긴 산문집이다(초판 2010년 간).

이어령 문학의 ‘우물물’이 되어준 어머니에 대한 사무친 그리움과 ‘메멘토 모리’의 배경이 되는 여섯 살 소년 이어령의 고향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우리 모두에게는 반드시 어머니와 외갓집 그리고 고향과 향수에 대한 애착을 갖고 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살아가면서 기쁘거나 즐거울 때에도 생각하지만 특히 힘이 들고, 가장 어려움에 처할 때에는 어머니와 고향을 가장 먼저 찾고 애통해하는 것이다.

나 자신도 그러했다.

집을 떠나 서울에서 철도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을 때 집을 찾아 왔는데 우리 집이 남의 집이 되어 있었다.

아니 어머니가 우리 고향의 집을 떠나 남의 집에 세를 들어 살고 계셨다면 어찌했을까?

남자인 나에게서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그리고 나에게 외갓집은 특별한 추억을 갖고 있다.

왜냐하면 외갓집의 6남매 중 큰 딸이었던 어머니가 가장 어렵게 살았기 때문에 외할머니께서 제일 잊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기 때문에 내가 외갓집을 갔을 때 나에게 뭔가 하나라고 더 주어 보내려 하는 외할머니의 애틋한 마음 말이다.

허나 외숙모의 눈치를 보아야만 했기 때문에 몰래몰래 동구 밖까지 갖고 나와 나에게 전해주는 그 따뜻한 손을 잊을 수가 없다.

지금은 다 오래 전의 이야기들이지만 선생의 어머니와 외갓집의 이야기를 보고서 떠올려지는 우리나라의 따스하고 구수한 우리 전통의 모습이었다.

갑자기 외할머니와 어머니 보고 싶다.

그 옛 기억의 외갓집으로 추억의 여행을 떠나고도 싶다.

선생은 작품에서 말한다.

“어머니는 내 문학의 근원이었으며 외갓집은 그 문학의 순례지였다. 까치, 까마귀, 참새, 그리고 맨드라미나 촉계화 이런 동식물들은 물로 내가 사는 마을에도 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의 체험은 장승에게 돌 하나 던지고 넘어간 외가동리에서야 생생하게 맛볼 수 있는 것이다.”(127p)

이와 같이 시간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는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은 우리의 마음 깊숙한 곳을 울리며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게 한다.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어머니를 향한 선생의 어머니를 위한 진심이 이 책 가득 담겨 있다.

제목에서처럼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책’, ‘나들이’, ‘뒤주’, ‘금계랍’, ‘귤’, ‘바다’라는 여섯 가지 키워드로 풀어낸다. 이 밖에도 이어령만의 사색적이고 섬세한 필치를 느낄 수 있는 산문들을 통해 그간 치밀하게 축조해온 이어령의 문학이 어떠한 과정으로 완성되어 왔는지를 보여준다.

어머니부터 외갓집, 고향, 그리고 문학론에 이르기까지 선생의 먼 기억 속에 잠재되어 있을 법한 진심어린 이야기들의 세계에 빠져보는 것도 색다른 마력의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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