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누구니 - 젓가락의 문화유전자 한국인 이야기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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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저의 『너 누구니』 를 읽고

나 자신도 이제 칠십이 다 되어 간다.

가끔 나의 뿌리를 생각해볼 때가 있다.

지금은 다 돌아가셨지만 부모님 대와 그 윗대인 조부모님 대 그리고 그 윗대 조상인 우리 수자 할아버지까지 말이다.

이번에 귀한 외손자를 보았다.

외손자 교육을 위해서라도 이런 뿌리를 위한 철저한 공부 과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아울러 개개인의 뿌리와 아울러 우리 민족의 뿌리까지도 단단히 공부해놓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한다.

특히 국제적으로 문화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마당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에 대한 확고한 지식과 함께 단단한 마인드를 갖게 된다면 자랑스러운 대한국민으로서 세계와 미래로 나아가는 일등 주자가 되리라 확신을 한다.

바로 그러한 기회를 갖게 되어 너무너무 행복하였

이 시대의 지성 우리의 스승인 이어령 교수가 얼마 전 아쉽게도 지병으로 작고하셨다.

‘마지막 순간까지 머리맡에 두었던 유작! 이었으며, 평생의 지적 편력이 담긴 후기 대표작! 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1962년에 출간, 60년간 한 번의 절판 없이 서점의 점두를 점해 온 명저 『흙 속에 바람 속에』가 시작이라면, ‘한국인 이야기’는 그 끝맺음이다.

저자가 이 시리즈의 집필을 시작한 것은 77세 때였다고 한다.

암 투병 속에서 10년만인 2020년 시리즈의 첫째 권인 『너 어디에서 왔니』를 출간했고, 그 이후로도 수술과 입원 치료를 반복하며 주변의 걱정과 만류에도 마지막 순간까지 집필을 꿋꿋이 이어왔다.

그야말로 ‘시대의 지성’의 최후의 역작, 마지막 혼이 새겨진 책이다.

그 두 번째 책인 이 책에서는 우리의 가장 오래된 미래, “젓가락” 그 안에 담긴 한국인의 유전자 암호를 해독하고, 세계와 미래로 나가는 거대한 문명론을 탐사한다.

저자 자신이 ‘백조의 곡’으로 여겼던,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이다.

이는 백조가 일생 동안 울지 않다가 죽을 때 한 번 우는 것에 빗대어, 자신의 많은 저작 중의 백미이며 혼신을 기울인 후기 대표작임을 비유한 것이다.

저자의 사후에 출간되는 첫 번째 유작이기도 하다.

‘한국인 이야기’는 한국인의 문화유전자와 민족적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이다.

저자는 한국인의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는 끝없는 생명과 문화의 순환을 조감하며, 그 시간과 공간의 너울에서 낯설고도 친근한 이야기들을 건져낸다.

그렇게 이어령의 독창적인 시각은 역사적이고 영웅적인 관점의 히스 스토리(history)를 마이 스토리(my story)로 바꿔놓는다.

‘그’의 이야기가 아닌 ‘나’의 이야기이며 ‘우리’의 이야기인 것이다.

특히 꼬부랑 할머니가 꼬불꼬불 꼬부라진 꼬부랑 열 두 고개를 넘어가며 들려주는 옛 이야기 같은 구수한 내용들이어서 마음으로 그대로 와 닿는다.

우리에게 익숙한 의·식·주의 생활문화가 천·지·인 삼재의 심오한 사상으로 변신하는 순간, ‘한국인 이야기’는 저자는 물론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이 살아있는 한국인의 총체극으로 자신을 드러낸다.

아울러 오늘날 전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 문화의 시원과 미래, 그에 더해 동양 문화의 정수까지 전 세계인에게 제시하는 회심의 프로젝트이기도 한 것이다.

특히 우리의 가장 오래된 미래인 “젓가락”에 담긴 한국인의 유전자 암호를 해독하고 세계와 미래로 나가는 거대한 문명론을 탐사하는 저자의 문화유전자 이야기는 감히 우리를 책을 읽는 내내 야호와 감탄으로 이끈다.

특히 젓가락에 담긴 뿌리부터 심오한 사상은 물론 중국, 일본 등 아시아권과 상세하게 비교하여 한국인만의 고유한 문화유산의 특수성을 설파하고 있다.

역시 대학자다운 모습이다.

단지 젓가락 하나로 동양사상과 아시아의 생활양식을 한국의 젓가락 문화로 함축해 한국인 특유의 문화 유전자를 첫 고개인 ‘수저고개’부터 짞꿍 고개, 가락 고개, 밥상 고개, 사이 고개, 막대기 고개, 엄지 고개, 쌀밥 고개, 밈 고개, 저맹 고개, 분디나무 고개, 열 두 고개인 ‘생명축제 고개’까지 열두 고개를 넘어가며 젓가락 안에 숨겨진 한국인들의 정신과 젓가락이 어떻게 한국인의 과거, 미래와 닿아있는지를 세세하게 설파하고 있다.

젓가락 하나로 이렇게 저자만의 지금까지 갈고 닦은 풍부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우수한 문화와 한국인의 밈을 가질 수 있게 되는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무궁한 자긍심을 느낄 수 있게 되는 최고 순간이었다.

저자는 끝부분에서 이렇게 말한다.

“인지 혁명으로 인간만이 ‘창조적 상상’을 할 수 있으니까요.

인간만이 불 앞에 옹기종기 모여 밤 하늘을 바라보며 무수한 별 이야기를 만들 수 있으니까요.

거짓말과 허구, 상사의 세계를 원숭이나 침팬지가 꾸며낼 순 없었어요.

호모 나랑스는 ‘호모 막대기’‘호모 부지깽이’ ‘호모 젓가락’으로 연결됩니다.”(316-317pp)

라고 하면서 ‘호모 나랑스’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이야기꾼임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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