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 - 이어령 유고시집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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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저의 『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 를 읽고

이 시대의 지성이자 큰 스승이었던 이어령 선생의 작품을 암과 투병시에 나왔던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과 <메멘토 모리> 작품을 읽고 작성하였던 서평을 많은 독자들이 나의 블로그를 찾아 읽어주어 행복했었다.

사고의 전환과 함께 영혼, 문화의 소중함을 특별히 강조한다.

전혀 막힘이 없고, 읽는 내내 마치 우리 문화의 원형 속으로 들어가 다시 새롭게 인간으로서 힘차게 출발하게 하는 마법을 부여하게 만든다.

그 어른이 2022년 2월 26일 향년 89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100세 시대라고 하니 더 오래 사셔서 더 기념비적인 작품들을 많이 남기셨으면 하는 마음이었지만 목숨만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 같아 많이 아쉽다.

특히 이 시집에서도 간절하게 그런 인간적으로 아쉬운 마음을 표현하고 있으니 바로 선생님의 따님과의 기막힌 사연도 인력으로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일단 시집을 열자 말자 시 한 편이 막을 연다.

“서문

네가 간 길을 지금 내가 간다.

그곳은 아마도 너도 나도 모르는 영혼의 길일 것이다.

그것은 하나님의 것이지 우리 것이 아니다.

2022년 2월 22일

이어령”(5p)

(서문 전문) 날짜를 보면 2월 22일이다.

2월 26일 선생님이 작고를 했기 때문에 작고하기 전에 이 시를 써놓은 셈이 된다.

표지 띠에는 유고시집이라고 되어 있지만 엄밀히 생각해보면 살아계신 상태에서 작성했다는 것은 그 만큼 딸을 먼저 저 세상에 보낸 그 아픔을 항상 간직하고 있었다는 것이고, 특히 본인이 더 몸이 아파오면서 더더욱 딸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고픈 생각이 간절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다보니 이 시집은 다른 시집과는 확실하게 다름이 느껴진다.

아버지는 암으로 지금 투병 중인 상태이고, 훨씬 앞서 암으로 먼저 하늘나라로 가버린 딸을 그리워하는 감정을 안고 출발해야 하는 느낌인 것이다.

선생님이 첫번째 시집인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이후 펴낸 이어령의 두 번째 시집 『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는 전체 4부와 부록으로 구성되었다.

1부 ‘까마귀의 노래’는 신에게 나아가 얻은 영적 깨달음과 참회를,

2부 ‘한 방울의 눈물에서 시작되는 생’은 모든 어머니에게 보내는 감사와 응원을,

3부 ‘푸른 아기집을 위해서’는 자라나는 아이들의 순수와 희망을,

4부 ‘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는 딸을 잃고 난 후 고통과 그리움의 시간을 담고 있다.

부록은 선생이 평소 탐미했던 신경균 도예가의 작품에 헌정하는 시들을 모았다.

 

이 중 가장 애처롭게 다가왔던 부분은 역시 4부의 작품들이었다.

제목들만 보아도 바로 아빠가 딸한테 미안해서 어찌할 줄 모르는 것이 그대로 가감 없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살아서 혼자 밥을 먹고 있는 것이 미안하다 민아야’라고 말한다.

‘오늘도 아침이 왔다 민아야 어제처럼 또 아침이 왔다 달리다 굼 눈뜨고 일어나 학교에 가야지’ 한다.

‘네가 떠나고 보름 오늘은 4월 1일 그게 만우절 거짓말이었으면 좋겠다’한다.

‘사진처럼 힘이 센 것도 없더라 웃고 있는 너의 미소를 눈빛 속의 생명을 세상의 어떤 고통 어떤 질병도 너의 얼굴을 지우지 못한다’한다.

‘이렇게도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이렇게도 많은 사람들이 길을 건너는데 그 사이에 너는 없다’한다.

먼저 하늘나라에 간 딸 이민아 교수에 대한 끝도 없는 그리움을 시 구절구절에 담아 눈물로 새기고 있다.

병마와 싸우면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본연의 삶의 의미를 보여주고 가신 진정한 이 시대의 지성, 한국의 문화를 세계에 알리신 교수님께 국민의 한 사람으로 축하와 감사를 올린다.

진정한 한국문화 흐름을 이끄신 이 시대 어른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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