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신의 오후 (앙리 마티스 에디션)
스테판 말라르메 지음, 앙리 마티스 그림, 최윤경 옮김 / 문예출판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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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판 말라르메 저의 『목신의 오후』 를 읽고

나 자신 솔직히 시에는 많이 문외한이다.

그러다보니 평소에도 자연스럽게 좋아하는 인문학 관련 책 쪽에 관심을 갖고 대한다.

습관이란 것이 그래서 무서운 것 같다.

시인이나 시집을 대하면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니 말이다.

이런 선입견을 가지 말아야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다.

스테판 말라르메 시인도 솔직히 처음 대하지만 이름도 이 책을 통해서 처음으로 들은 시인이다.

나 자신이 관심이 없어 그런지 너무 한건 아닌지 모르겠다.

19세기 프랑스 시의 지도자로 낭만주의와 고답주의에서 벗어나 상징주의를 이끈 시인이라 한다.

프랑스 파리에서 관리의 아들로 태어나 5세 때 어머니를 여의고 외할아버지 밑에서 자랐고, 상스의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시를 쓰기 시작했다.

샤를 보들레르의 『악의 꽃』을 읽고 깊은 영향을 받았으며, 이때 보들레르가 번역한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들을 접한다.

20세가 된 1862년부터 문예지에 시와 평론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을 읽고자 하는 열망으로 런던으로 건너가 1년간 영문학에 매진했다.

귀국 후에는 일생을 영어교사로 지냈다.

이후 포의 작품들을 직접 번역해 출간하는 한편, 낭만주의나 고답주의의 영향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시풍을 구축하는 데 몰두했다.

1871년, 「목신의 오후」와 더불어 말라르메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장시 「에로디아드」를 발표했다.

1875년 「목신」의 원고를 르메르 출판사에 보냈다가 거절당하지만, 1876년 에두아르 마네의 삽화를 실은 시시집 『목신의 오후』가 드렌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1884년부터 ‘화요회’를 만들어 문인과 예술가, 당대 지식인들과 교유했으며, 특히 폴 발레리, 앙드레 지드 같은 젊은 작가들을 비롯해 20세기 프랑스 문학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1898년 9월 9일 발뱅에서 갑작스러운 호흡곤란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듬해 『시집』이 사후 출간되었다.

시인은 자아와 세계, 현실과 이상의 괴리에 대한 인식, 그로부터 기인한 불만과 좌절을 주제로 삼았다.

그리고 모든 우연성을 철저히 배제한 채, 언어 고유의 암시와 상징에 주목해 순수 개념에 도달하고자 했다.

이러한 전인미답의 독자적인 시 세계를 구축하면서, 그는 “세상에 단 한 권뿐인, 누구도 시도해본 적 없는 책”을 구상하게 된다.

바로 여기에 20세기 미술의 거장으로 알려진 프랑스의 화가인 앙리 마티스는 말라르메와 같은 꿈을 꾸며 그 꿈을 실현해보려 했다.

1932년, 63세의 화가 마티스는 손수 말라르메의 시를 고르고 그에 어울리는 에칭화를 창작했다.

그리고 시와 삽화를 조화롭게 배치해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상징과 은유로 가득한 말라르메 시에 담긴 유희는 마티스 에칭화의 가느다란 선을 따라 고적하고 순수하게 피어난다.

궁극의 아름다움을 향해 나아갔던 두 예술가의 이상이 한 권의 책으로 우리 곁에 남았다.

앙리 마티스가 “이것은 내가 만든 첫 책이다.”라고 말한 앙리 마티스가 직접 편집한 『목신의 오후』 국내 최초 번역과 출간 마티스의 에칭화 29점 + 말라르메의 시 64편(국내 최다) 수록 본이다.

말라르메 연구자 최윤경 교수의 음악성과 문학성을 극대화한 번역과 충실한 작품 해설 및 상세한 연보 수록한 시집이다.

솔직히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수많은 책을 대해왔지만 이렇게 멋진 책을 대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옮긴이(최윤경)의 표현이 적절하다 할 것이다.

“미쳤다”고 하였다.

말라르메 시인의 시구에서 표현할 수 없이 느껴지는 역동성과 광기 같음은 죽음을 무릅쓸 정도의 간절한 무엇은 광기이고 역동성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아, 또 미쳤다”고 하였다.

그것은 바로 역동성이 구현되는 한 방식을 말한다.

생애 내내 좌절을 거듭하면서도 시가 표출할 수 있는 순수 개념을 구상화하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은 시인의 이상이 화가인 마티스를 통해 전파된 것을 보며 감동했다는 점이다.

결국 이 시집은 시인인 말라르메의 책인 동시에 화가인 마티스의 책이다.

말라르메가 이루지 못한 이상을 그 이상에 동조하는 또 다른 예술가 마티스가 동일한 집요함으로 만들어낸 물질 하나의 실체이기 때문이다.

시인의 역동적인 시작품과 마티스의 에칭화 그림들은 정말 최고의 걸작들로 언제 보아도 얼굴에 미소가 가득 떠오른다. 오랜만에 어려웠지만 시작품을 좋은 그림들과 함께 하는 최고 시간을 만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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