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낼 수 없는 대화 - 오늘에 건네는 예술의 말들
장동훈 지음 / 파람북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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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훈 저의 『끝낼 수 없는 대화』 를 읽고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미술관 전시회나 작품전에 갈 때가 있다.

작가의 작품을 볼 때면 그저 평범한 보통 시각으로 편안하게 감상하곤 한다.

팜플렛에 안내된 작가 약력이나 작품 소개 내용을 보기도 하지만 나름대로 좋은 작품들과 함께 한다는 시간 자체로 행복한 추억을 쌓는다고 생각한다.

이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애초부터 전문적으로 준비하고 작품을 대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바로 잊혀 지기도 한다.

하지만 오롯이 예술작품과 함께 하는 시간은 여러모로 유익함을 얻는 힘이 된다.

집에서 가까이에 시 문화예술회관과 시립미술관, 역사박물관이 위치하고 있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전시관에 갈 수 있는 복이 많은 사람이다.

특히 인생 2막을 보내고 있는 나 자신에게 배움을 축적하고 힘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을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자체를 그 누구보다도 스스로 가질 수 있다는 것은 나 자신의 남다른 용기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번 이 멋진 오늘에 건네는 예술의 말들을 담은 훌륭한 “역사적 증언으로서, 천 개의 언어를 뛰어넘는 한 점의 그림의 힘! 사제복을 입은 은둔의 인문학자가 ‘지금 여기’에 던지는 지적 파문”을 일으킨 한 권의 책을 읽을 수 있어 너무너무 감동자체였다.

솔직히 처음에 대할 때는 조금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박사 신부님이 쓰는 그림이야기였기 때문이었다.

난 아직 하나의 확실한 믿음을 갖고 있지도 않고 있고, 나이도 칠십이 다 되어 가는 사람이다 보니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역사학자로서 그림에 관련 역사 등 이야기를 하면 너무 전문성이 결여되지 않나 생각하였다. 하지만 이런 나의 생각은 기우였다.

결국 다시 한 번 읽으면서 확실하게 이해하게 되었다.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말이다.

결국 저자 자신의 이야기를 그림을 통해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림인 예술을 이야기하기보다는 그 이상의 인문, 종교를 넘어 오늘의 우리들 삶에 심오한 질문을 던지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그림에 관심이 있었고, 결국 평생 업으로 삼고 싶을 만큼 그림에 관심이 많았지만 천주교 사제의 길을 택했다.

2002년 이탈리아 로마 교황청립 우르바노 대학교에서 교의신학 석사를 마쳤고 같은 해 6월 천주교 인천교구 소속으로 사제 서품을 받는다.

2009년 18세기 교황청 동아시아 정책을 주제로 로마 교황청립 그레고리안 대학교에서 교회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탈리아에서 공부하면서 직접 역사와 예술 현장에서 많은 그림들을 보고 올 만큼 예술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지녔다.

그리고 귀국 후 인천가톨릭대학교에서 신학생들에게 그리스도교 역사를 강의한다.

교회의 대사회적 창구라 할 수 있는 인천교구 사회사목국,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등에서 일하며 노동자, 빈민 등 사회자 약자 등을 벗으로 만나왔다.

 바로 이렇게 실제 몸으로 행동으로 직접 겪어낸 체험을 바탕으로 기술하였기에 글들이 살아있고 빛을 발하는 것이다.

그림 이야기이지만 미술보다는 역사와 사회, 종교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미술서라기보다는 인문서로서의 비중이 높다.

그만큼 저자가 펼치는 지적 스펙트럼은 다채롭고 풍부하며 인문학적 통찰이 빛을 찬란히 발하고 있다.

저자가 다루는 그림 속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신이나 자연이 아닌 바로 ‘인간’이라는 점이다.

성화라기보다는 ‘세속화’이고, 사유 대상은 내부가 아니라 ‘바깥’의 세상이다.

모두 권력과 지배층으로부터 소외당하고 힘이 없어 어려움을 겪어야 했던 사람들 중심으로 초점을 맞추려 했던 저자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전 방위적으로 미술작품들을 꼼꼼하게 해설하는 저자의 해박한 설명에 그저 감탄할 수에 없었다.

이 책을 읽고서 책에 소개된 미술작품에 담긴 그 시대의 사회상과 역사는 물론이고, 작품 속에 담긴 세세한 자연 및 인간군상에 대해서도 조금 더 세세하게 살펴볼 수 있도록 하는 심미안도 갖도록 해야겠다는 자신감도 갖게 되었다.

저자의 책 말미의 글이 요즘 우리 모두에게 생각해보아야 할 화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세상도 교회도 또 한 번의 '거대한 전환' 앞에 서 있다.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혼미한 내일이다.

우리는 지금 어디쯤 있는 것일까.

팬데믹 선언 직후 곳곳에서 피어나던 인문학적 성찰은 온데간데없고 어느새 전염병의 '종식'과 '박멸'만이 모든 담론을 집어삼킨 듯하다.

'어떻게'라는 방법이 '어떤 세상'이라는 철학을 압도한 모양새다.”(27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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