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 시대의 지성 이어령과 ‘인터스텔라’ 김지수의 ‘라스트 인터뷰’
김지수 지음, 이어령 / 열림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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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저의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을 읽고

선생님으로부터 직접 수업을 받아본지가 오래 되었다.

아니 수업을 해본 지도 벌써 시간이 꽤 흘렀다.

선생님으로부터 수업을 받을 때를 떠올려본다.

학생 때가 대부분이고 직장인일 때는 잠시 사안이 있을 때 잠시였다.

그래도 나름 귀를 쫑긋하고 듣던 학생 때 모습이 그립다.

우리나라 이 시대의 대표적인 지성 이어령과 ‘인터스텔라’김지수의‘라스트인터뷰’삶과 죽음에 대한 마지막 인생 수업으로 이 시대의 대표지성 이어령이 마지막으로 들려주는 삶과 죽음에 대한 가장 지혜로운 이야기가 담긴 책으로 대할 수 있어 너무너무 의미 깊은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오랜 암 투병으로 죽음을 옆에 둔 스승은 고난, 행복, 사랑, 용서, 꿈, 돈, 종교, 죽음, 과학, 영성 등의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며, 우리에게 “죽음이 생의 한가운데 있다는 것”을 낮고 울림 있는 목소리로 전달한다.

 

질문자가 선생님 뇌에는 정밀한 필터가 있는 것 같다는 질문에는

“어려운 게 아니라네.

조금만 더 내 머리로 생각하면 돼.”라고

하면서 모든 사람에게는 각각 다른 생각이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우리 신체 기관 중에서 우리가 미처 주목하지 못하는 것 중에 귀와 배꼽에 대해 언급한다.

눈 코 입은 성형수술하면 다 똑같게 할 수 있지만 귀는 절대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한다.

귀의 형태는 들락날락이 비정형이고 랜덤하면서 카오스라고 한다.

사람의 인체 중 모든 게 정돈되어 있는데 귀와 배꼽만이 정돈이 안 돼있다고 한다.

배꼽은 몸의 중심에 있으면서 비어있음으로서 내가 타인의 몸과 연결되어 있었다는 유일한 증거물의 흔적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이 강의 내용 대부분이 마음으로 쏘옥 들어와 나를 울렁거리게 만드는 마치 학생이 신이 나서 꿈을 향해 공부를 더 열심히 하도록 자극하게 하도록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밑줄을 긋고 적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중 몇 가지만 개략적으로 표시해본다.

책을 좋아하다 보니 책에 관한 내용도 궁금했다.

“선생님은 그럼 책을 어떻게 읽으셨나요?” 질문에

“의무감으로 책을 읽지 않았네.

재미없는 데는 뛰어넘고, 눈에 띄고 재미있는 곳만 찾아 읽지.

나비가 꿀을 딸 때처럼.

나비는 이 꽃 저 꽃 가서 따지, 1번 2번 순서대로 돌지 않아.

목장에서 소가 풀 뜯는 걸 봐도 여기저기 드문드문 뜯어.

풀 난 순서대로 가지런히 뜯어 먹지 않는다고.

그런데 책을 무조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는다?

그 책이 법전인가?

원자 주기율 외울 일 있나?

재미없으면 던져버려.

반대로 재미있는 책은 닳도록 읽고 또 읽어.”(41p)

풀을 뜯어먹는 소처럼, 나비가 꿀을 딸 때처럼, 그렇게 책을 읽으라는 말이다.

의무감이나 목적 없이 읽으면 안 된다.

즐겁게 읽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뭔가 얻을 수 있는 그런 책을 찾고 거기에 빠지는 독서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또한 글쓰기에 관한 질문

“선생님의 평생의 interest는 글쓰기, 스토리텔링이었군요.”에 대해

“그렇지. 글을 쓸 때 나는 관심, 관찰, 관계... 평생 이 세 가지 순서를 반복하며 스토리를 만들어왔다네.

관심을 가지면 관찰하게 되고, 관찰을 하면 나와의 관계가 생겨.”였다.

독서와 글쓰기에 관해서 많은 지침을 얻은 시간이었다.

그런데 이 책은 정말 흥미가 넘친다.

어떤 부분을 펼쳐들어도 재미있어서 자꾸 브레이크가 걸린다.

마음에 와 닿는 부분이 나타나면 '맞아, 맞아'하면서 격하게 공감하며 책을 파고들게 만든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어린애가 되게 만든다.

“유한한 인생을 사는 우리는 질문해야 하네.

없어지지 않고 영원히 존재하는 건 무엇인가?

내가 어릴 때부터 남들과 다른 점이 바로 그거였어.

한 번 문제를 붙들면 풀릴 때까지 놓지 않았지.”(87p)

질문을 좋아하여 끝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문제를 붙들며 풀릴 때까지 지혜를 추구하려 했던 여든여덟 살의 스승의 당당한 모습은 너무 의젓하신 이 시대의 어르신이었다.

라스트 인터뷰 중에서

“뒤늦게 깨달은 생의 진실은 무엇인가요?” 질문에

“모든 게 선물이었다는 거죠.

마이 라이프는 기프트였어요.

내 집도 내 자녀도 내 책도, 내 지성도……

분명히 내 것인 줄 알았는데 다 기프트였어.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처음 받았던 가방, 알코올 냄새가 나던 말랑말랑한 지우개처럼.

내가 울면 다가와서 등을 두드려주던 어른들처럼.

내가 벌어서 내 돈으로 산 것이 아니었어요.

우주에서 선물로 받은 이 생명처럼, 내가 내 힘으로 이뤘다고 생각한 게 다 선물이더라고.”(312p)

문득 '선물'의 소중함을 생각해본다.

역시 정성스러움이다.

주는 사람의 마음과 소중함을 받아들이는 따스함을 간직하도록 노력해야겠다.

아울러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자그마한 것이라도 먼저 베푸는 마음을 갖도록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자신이 받았던 빛나는 선물을 돌려주려고 한 스승의 지혜로운 수업이어서 그런지 버릴 것이 하나 없는 알토란같은 내용들이었다.

너무 소중한 이야기 들을 듣는 가운데 가슴이 뭉클거림은 역시 서로가 연결되었음을 느낀다.

바로 우리는 소통한다는 뜻이다.

얼굴을 맞대고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는 최고의 수업시간은 이렇게 해서 나에게도 일생의 최고 행복한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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