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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2 - 시대를 일깨운 역사의 웅대한 산
한승원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역사의 큰 산 다산을 처음 알게 된 날은 아직 어렸던 시절, 초등학생용 목민심서를 손에 든 날로 기억한다. 그 이후로 새로 알게 된 바 없이 지내온 오늘까지 다산이란 인물은 목민관의 대표자로만 기억될 뿐이었다. 그리고 꽤 오랜 시간 다산이란 큰 산 속에서 헤매던 한승원 작가의 다산을 만났다. 처음엔 다소 비틀거리고 헤매기도 했으나 산을 잘 타고 내려왔다.
새로이 만난 다산은 그저 초야에 묻혀 글이나 쓴 학자는 아니었다. 현실적 감각을 지닌 정치인이기도 했고, 좋은 벗을 많이 둔 부러운 영감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마비된 손에 붓을 묶어 쓰는 지독한 글쟁이였고, 끊임없이 생각하는 사고쟁이였다.
다산과 부인 홍씨의 60주년 회혼일. 예쁘게 단장한 부인을 맞으러 나가야 할 차에 다산은 정신을 놓는다. 그리고 오락가락하는 정신 속에 지난 삶이 스쳐간다. 벼슬길에 올라 이레저레 겪은 일들이 스쳐 지나가고, 정조와의 꿈같은 시간들이 스친다. 천주교에 입문해 새로운 공부에 눈이 먼 시기도 지나고, 함께 해온 벗들이 떠나가 적이 되는 시간들을 맞이한다.
그리고 운명의 유배길. 누가 알았으랴, 그 길이 18년간 돌아올 수 없는 막힌 길이 되어버릴줄이야. 입으로 거절한 천주교이지만 마음과 머리만은 잊지 못해 하늘의 뜻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그에게 인덕인지 하늘의 점지어줌인지 좋은 벗들과 제자들과 사람이 따른다. 시작은 비루하고 고생길이었으나, 그의 유배생활은 때론 마치 신선놀음 같은 날도 있었으니. 그 안에서 그의 뜻과 생각이 거문고 살을 타고 세상으로 날아간다.
다산이란 인물만으로도 넘치는 책이지만,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저자 한승원에 있다. 오랜 시간 헤맨 끝의 빛인가, 사귐의 정인가. 깔끔하게 끊어내는 이야기들은 아쉬운 듯 자연스레 다음 이야기로 넘어간다. 오랜 연구의 노고물이라는 점이 책장을 넘길 때마다 훅,하니 느껴져 온다.
다산의 삶 뿐 아니라 그의 벗들과 제자들과 정조와의 담화에서 나타나는 사상들이 책 속에 오롯이 녹아있다. 다산, 그에게서 직접 이야기를 듣는 듯한 잔잔함 깨우침이 느껴진다. 시대를 앞서간 위대한 큰 산이란 말이 아쉽지 않게 그의 생각들은 조선시대에 머무르지 않는다. 지금의 우리가 들어도 고개를 끄덕일만한 생각들. 그럼 배움의 시간이었기에 다산이란 책 읽기가 그리 오래 걸렸는지 모를 일이다.
그 큰 산을 다 걸어 나왔다지만 아직도 안개 뿌연 산허리 어디쯤이 보이는 듯 하다. 작중 다산의 한마디로 마쳐야겠다. "사람들이 모두 취해 있을지라도 나 홀로 깨어 있어야 한다." 시대가 안아주지 못한 그의 생각들을 이제는 우리가 하나하나 마음에 담아두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