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트포드 이야기 1, 2]의 서평을 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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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트포드 이야기 1 - 내 고향 미트포드 - 상
잰 캐론 지음, 김세미 옮김 / 문예출판사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빠름이 대세인 시대다. 모든 것이 휙휙 지나가고 변한다. 사람들은 빨리빨리를 외치며, 같은 시간에 두세 가지 일을 정신없이 하느라 바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그런 세상이다. 그래서일까, 요즘 사람들은 느림에 환호한다. 슬로우 푸드, 한적한 여행, 편안한 여유를 즐기는 스파 등. 누구나 한 번쯤 꿈꾼다. 조용한 동네에서 적당히 아담한 까페 하나 하면서 살고싶다는.
그런데 여기 그런 마을이 있다. 한적하고 외진 동네. 도시와 같은 번잡하고 바쁨은 온데간데 없이 고요하면서 활기차고 아름다운 한 동네다. 미국의 어느 마을, 미트포드의 이야기다.
총 1000명도 안되는 사람이 사는 크지 않은 마을인 미트포드, 이야기를 꾸려가는 건 성공회 신부 팀이다. 잔잔한 마을 이야기답게 주인공 팀도 예순 살의 당뇨병에 배도 살짝 나온 느긋한 할아버지다. 비서하면 떠오르는 젊고 쫙 빠진 미모의 여성 대신에 팀보다 두 살 아래인 에마가 그를 돕는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나오는 사람들도 나이 지긋한 중년, 노년의 사람들이다. 그래서일까, 소설은 지루할만치 잔잔하다.
그런데 이 작은 마을에 무슨 일이 그렇게 끝도 없이 일어나는걸까! 이 일이 해결될 듯 하면 다른 일이 터지고, 다른 일이 끝날 즈음이면 또 다른 일이 독자들을 기다린다.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올망졸망한 사건들은 미트포드란 특별할 것 없는 동네를 흥미진진하게 꾸며준다. 읽는 이들은 자기도 모르는 새 별다를 것 없는 그들의 일상에 매혹되어버린다.
하나씩 등장하는 인물들을 찾고 기억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처음엔 팀 신부, 비서 에마, 이런 저런 이름들이 오가는 가운데 어쩌다 팀의 인생에 껴들어온 개 바나바, 수의사 친구 할, 사과 농장의 우아한 주인 미스 새디, 마을의 의사 하피, 바나바에 이어 팀의 삶에 들어온 소년 둘리. 그에게 기적같이 찾아온 가정부 퓨니와 사랑 신시아도 빼놓을 수 없겠다.
사실 이 외에도 등장하는 수많은 이름들은 처음에는 물 흐르듯 흘러가는 독서의 즐거움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름 찾기에만 집착하지 않고 읽어나가다 보면 어느 새 그 인물 하나하나가 마치 그림처럼 머릿 속에 떠오르는 것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책 앞 장의 마을 지도를 보고 있자면 팀 신부의 산책로가 한 폭의 수채화처럼 그려질지도.
대단한 스토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긴장감이 느껴지지도 않는다. 그래서인지 책장 넘어가는 속도가 막 빨라짐을 느낀다거나 잠깐이라도 손을 뗄 수 없을만큼 매력을 느끼진 못했다. 그럼에도 왠지 한 번 더 책을 들여다보게 되는 마력이 있다. 아마 바쁜 일상에서의 위안을 평화로움 가득한 책 속 미트포드 마을에서나마 느끼고 싶은 욕심인지도 모르겠다.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만 달려나가느라 급급한 요즘 사람들에게 일요일 오후의 한가로운 여유를 만끽하게 해 줄 책이 아닐까. 이 책을 읽을 땐 왠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 한 잔과 달달한 도넛 한 개가 필요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요즘 소설들은 강한 주제, 어필할 수 있는 주제를 가지고 정신없이 몰아치는 경향이 강한데 이 이야기는 정말 한 마을의 일상적이지만 특별한 이야기들을 담아 한가롭게 여유를 즐기듯 편안히 읽을 수 있었다. 빠름의 시대에 느림의 미학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스타시커 / 리버보이 (팀 보울러)
길버트 그레이프 (피터 헤지스)
: 거대한 사건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일상적이고 소소한 일들을 풀어놓음으로써 지금 현재 우리의 모습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이야기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너무 바쁜 삶에 치여 정신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주말이면 피곤함에 쩔어 티비 앞에서 멍하니 시간을 때우는 사람들에게 그 대신 이 책과 주말을 보내보라고 권하고 싶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그 청년이 얼마나 자랑스럽게, 미트포드야말로 세상에서 최고라는 듯이 말했는지 아직도 잊히지 않아요. 물론 사실이 그렇긴 하지만." 미스 새디가 기쁜 듯이 말했다.
: 자신이 사는 곳에 대해 이렇게까지 기쁘고 충만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한 사람일까! 란 생각이 드는 구절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