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사랑이었네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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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비전 긴급구호팀장, 오지여행가, 활동가. 씩씩함, 에너지틱. 이쯤이면 누구든 아, 그 사람! 하고 무릎을 칠거다. 어느 조사에서는 가장 닮고 싶은 여자 1위로 뽑혔을 정도로 젊은층에게 어필하는 그녀. 어떤 매력이 사람들로 하여금 그녀를 사랑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걸까? 바로 삶에 대한 끝없는 열정이다.

 

전작 <바람의 딸>시리즈,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등은 모두 그런 류의 책이었다. 에너지가 넘치는 전사로서의 한비야를 보여주는. 사람들은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 오지의 이야기를 보고 어려운 이웃을 만났다. 그 안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한비야와 함께. 그러나 이번 <그건, 사랑이었네>는 조금 다르다. 어떻게?

 

어깨 위 짐이 한풀 내려앉은 느낌이다. 저기 먼 데서 대단한 일을 하고 온 파워우먼이 아니라 옆집 언니, 누나같은 친근함이 느껴진다. 한비야도 사람이구나,라는 걸 느끼게 되는. (심지어 그녀도 우리와 똑같이 시샘하고, 부끄러워하고, 잘난척도 하는 그런 사람이란 걸 알게 된다.)

 

처음 시작부터 참 편하다. 자기의 성이 한씨라 다행이라는 그녀. 뭔 소린가 싶다 계속 읽어보니 웃음이 큭, 하고 터져나온다. 노씨면 노비야, 변씨면 변비야인데 안그래서 얼마나 다행이냐는 그녀의 글. 정말 휴~하고 쉬는 한숨이 느껴진다. '1장 난 내가 마음에 들어'에서는 이렇듯 한비야의 맨얼굴을 만난다. 때론 멋쩍게 웃으며 자기 자랑도 서슴치않는.

 

2장에서는 자신의 신앙 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녀와 같은 신앙을 믿지 않는 나로서는 크게 공감하지는 못한 부분이었다. 그러나 신에게 보이는 열렬한 사랑의 모습만큼은 배우고 싶은 자세였다. 일관적으로 한 대상을 섬기고 바라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 말이다.

 

3장에서는 젊은이들에게 바치는 위로와 용기의 노래다. 여느 책에서처럼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라고 가르치지는 않는다. 다만 나도 여기서 이렇게 노력하며 가고 있으니, 당신들도 당신들의 길을 가라고 말한다. 성공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나를 따라해라 식의 조언이 아니다. 아직 새파랗게 젊은, 갈길을 몰라 헤매는 젊은이들을 동료로 보고 손을 내민다. 그런 목소리이니 젊은이들이 열광하는게 이상한 일만도 아닐거다.

 

마지막 4장에서는 구호활동을 하며 겪었던 여러 일화들을 소개한다. 지하철에서 읽으면서 마음이 짠해지고 눈시울이 붉어지는 그런 이야기들이었다. 가볍게 시작한 이야기가 끝내 감동의 풍랑을 끌고 왔달까.

 

이제 그녀는 새로운 공부를 위해 그동안 발 담궜던 세계를 떠난다. 마음만은 누구보다 젊은 그녀의 앞길에,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길을 헤매는 수많은 젊은이들의 길 앞에 작은 불빛 하나를 더해본다. 그녀 말대로 분명 우리는 어느 날인가 잘했다고 서로의 등을 두들길 수 있을거다. 그 때까지 즐거운 이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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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방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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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가 말한다. ‘글 밖에서 지금 나는 가슴이 쓰라리다’고. 그 여자는 또 말한다. ‘이 순간, 나는 글을 쓰는 게 행복하다’고. 끊임없이 고민하는 그녀 곁으로 한 소녀가 오버랩된다. 묻어두었던 이야기를 꺼내는 열여섯, 열일곱, 열여덟 소녀는 아프다. 글을 쓰는 여자도 고통에 몸부림친다. 애써 피하려한다. 그러나 결국 끄집어낸다. 오랜 시간을 몸 안에 상처로 박혀있던 기억을. 막 끄집어 올려낸 생생한 과거의 이야기와 글쓰기에 대한 처절한 고민이 뒤섞인다. 읽는 이를 어느 장소로 데려간다. 지금은 없을 기억의 공간, <외딴방>(문학동네.1995)으로.

이제 열여섯이 된 소녀는 학교에 가기 위해 공장에도 다녀야 한다. 그러기 위해 엄마 품을 떠나, 고향을 떠나 서울에 던져진다. 아는 이 없는 낯선 곳에서 소녀는 아둥바둥 살아간다. 작은 마음 안에는 언젠가 글을 쓰겠단 결심이 자리잡고 있다.

힘겨운 시대 속에서, 참 아프게 살아온 어린 소녀는 결국 공부를 하고 대학에 간다. 그리고 세월이 흐른 후 품고 있던 꿈대로 글을 쓰게 된다. 그러나 그녀의 글 속에 유일하게 존재하지 않는 시간이 있다. 열여섯에서 열여덟. 분명히 존재했지만 글로 펼쳐나올 수 없던 시간. 

이제 그녀는 힘겹게 그 기억을 끄집어낸다. 옹기종기 모여자던 외딴방을. 마냥 즐겁기엔 많은 걸 알고, 또 몰랐던 여고시절의 학우들을. 그리고 3년의 기억을 송두리째 걸어잠그게 했던 장본인, 희재 언니를. 

이 책은 소설도, 자저선도 아니다. 아마 작가 말대로 그 어디쯤 중간의 이야기일거다. 그러나 아프도록 처절한 진실이 곳곳에 박여있다. 작가의 아픔이 그대로 전해져오는. 그래서 몰아쳐 읽을 수 없다. 왠지, 함께 힘들어하지 않으면 여린 소녀가 내 앞에 앉아 그대로 울음을 터트려버릴 것만 같아서. 

오랜 꿈이었던 글쓰기를 업으로 삼으며 작가가 되었으나 이제야 간신히 봉인된 곳을 건드릴 수 있던 여자. 그는 완벽하지 않은 글을 쓰며 끊임없이 고민한다. 나는 왜 쓰는가, 어떻게 써야하는가, 잘 쓰고 있는건가에 대해.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답을 낸다. 

그러나 글을 쓰는 현재에도 그녀는 여전히 절망스럽다. 글로는 그 시간을 있는 그대로 백지 위에 옮겨놓을 수 없기에. 자신이 하고자 했던, 해오고 있는 문학의 한계 앞에서 고개를 숙여버린다. 그 고백은 솔직해서 더 아릿하다. 

[나는 끊임없이 어떤 순간들을 언어로 채집해서 한 장의 사진처럼 가둬놓으려고 하지만, 그럴수록 문학으로선 도저히 가까이 가볼 수 없는 삶이 언어 바깥에서 흐르고 있음을 절망스럽게 느끼곤 한다.] p.67   

질서정연하지 않은 기억 속에서 흔들리다 결국 손을 든다.

[설마 삶을 영화로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삶이 직선으로 줄거리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p.167 

이야기는 이 장소에서 저 장소로, 이 시간에서 저 시간으로 맴돈다. 독자 따위 절대 배려하지 않는다. ‘삶이 직선으로 줄거리를 가질 수’없다면 그걸 옮기는 문학 또한 갈 길 모르고 헤매는 게 맞을지 모른다. 다시 만들어내는 영화와 달리 글쓰기는 생을 글자로 옮겨오는 행위일 뿐이니. 

그럼에도 그녀는 열여섯, 열일곱, 열여덟의 소녀를 500여 페이지 책 속에 살려놓았다. 함께 죽은 척 스러져있던 그 시간의 사람들도. 외딴방을 현재에 되살려놓은 건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앞서 이 책이 독자 따위 절대 배려치 않는다고 썼었다. 그런 책이 어떻게 오랜 시간, 많은 칭찬의 말을 들었는지 궁금했다. 그러나 이제는 조금은 알 것 같다. 때론 존재만으로도 제 역할을 다 하는 책도 있게 마련이다. <외딴방>이 살려낸 건 작가 본인, 이야기 속의 인물들만이 아니다. 바로 그 시대, 우리의 모습을 살려낸거다. 어쩌면 현재 속에서 잊혀져 버렸을지 모를.  

그러니 지금까지 모인 수많은 추천에 하나의 추천을 더해본다. 우리를 알고 싶은 사람에게도, 글 쓰는 행위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에게도. 지난 시대를 기억하는 사람에게, 또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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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인의 용의자
비카스 스와루프 지음, 조영학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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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라이 그룹의 소유자이자, 우타르프라데시 주 내무 장관의 자제분'인 비벡 비키 라이가 피살되었다. 칼럼니스트 아룬 아드바니는 글에서 비키 라이의 살인자를 추적할 거라 결심한다. '비키 라이의 살인자 역시 비키 라이만큼이나 책임을 면하기 힘들'거라면서. 살인이 벌어진 파티 장에서 체포된 용의자는 6명. 관료와 여배우, 원주민, 도둑, 정치가, 미국인이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그들의 뒷조사에 착수하는 아룬 아드바니. 범인을 잡아낼 수 있을까.

 

이야기는 여섯 용의자들의 지난 삶을 추적하며 이어진다. 처음에는 아무 상관도 없는듯한 이야기들 뿐이다. 생뚱맞게  간디의 영혼이 빙의된 관료가 나오고, 부족의 보물인 돌을 찾으러 인도로 떠나는 원주민 청년도 나온다. 우연히 큰 돈을 만지게 된 핸드폰 도둑과 사기 결혼으로 인도에 오게 된 미국인이 비키 라이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지!

 

이야기에 살이 붙기 시작한다. 그들이 겪은 일과 비키 라이의 연관점이 교묘하게 드러난다. 비키 라이 따위 거들떠도 보지 않던 여배우가 제 발로 그를 찾아온다. 행방불명된 원주민 부족의 돌은 어느새 비키 라이의 집에 있다. 도둑 청년의 사랑하는 그녀의 오빠는 비키 라이였다. 

 

드디어 문제의 파티 날. 용의자들이 각자의 목적을 갖고 비키 라이의 집으로 찾아온다. 하나씩 가진 총과 동기. 그리고 빵! 도대체 누가 범인일까. 어떻게 죽일 수 있었던 걸까. 속보는 계속 다른 말을 하며 비키 라이의 살인자를 찾아나간다. 독자가 '음, 역시 그랬군.' 하고 고개를 끄덕일즘이면 다른 속보가 새로운 범인을 내놓는다. 진실은 어디에...?

 

책을 읽으며 선과 악을 구분할 수 없었다. 이거야말로 악당의 짓이라 생각한 순간 다른 사건이 터진다. 절대 선도, 절대 악도 이야기 속엔 없다. 다만 그 순간을 살아가기 위해 버둥대는 사람들의 모습을 만날 뿐이다. 오만하며 처절한 삶에 대한 집착을. 이는 결론에서도 마찬가지다. 책을 덮는 순간 독자들은 의아할 것이다. 무너진 옳고 그름의 잣대에.

 

비카스 스와루프의 날카로운 풍자와 해학적인 웃음은 여전하다. 두꺼운 페이지가 무색하도록 손을 놓을 수 없게 하는 매력도 말이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함께 추천한다. 당신의 여름밤을 책임지고 서늘하게 만들어줄 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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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관타나모 다이어리
마비쉬 룩사나 칸 지음, 이원 옮김 / 바오밥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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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내가 관타나모란 말을 처음 들은 건 범죄 수사물인 미국 드라마를 통해서였다. 당연히 미국적인 관점에서의 관타나모를 접할 수밖에 없었고, 악질 범죄자들이 있는 감옥 정도로밖에 알지 못했다. 그러나 <나의 관타나모 다이어리>(바오밥.2009)가 들려준 관타나모의 실상은 내가 생각하던 이미지와 달랐다. '그 곳에는 누군가의 아버지이고 아들인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을 파괴하는 사람들, 그들을 도우려는 사람들 또한 있었다.

 

로스쿨 여대생인 마비쉬 룩사나 칸은 관타나모 수감자들을 변호하기 위한 단체 데커트 로펌에서 통역 일을 시작한다. 정부의 여러 관문을 넘은 뒤, 드디어 처음으로 관타나모에 가게 된 날,그녀 또한 평범한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 않았다. 악랄한 범죄자를 만나리라 생각했던 것. 그러나 그녀가 처음으로 만난 수감자는 신사적이고 온화한 의사였다. 그리고 일을 계속하는 동안 만난 수많은 수감자들. 무자비한 범죄자로 가득차 있을 줄 알았던 관타나모에는 평범한 사람들이 가득했다. 아무런 죄도 짓지 않은 채 돈과 정치의 희생자가 되어 팔려온 사람들.

 

관타나모에는 이런 죄없는 수감자들을 대하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 하나는 그들을 무자비하게 폭행하고 공포를 주는 일부 군인들과 이유없이 그들을 관타나모에 묶어두는 일부 미국 정치인들. 또 다른 하나는 데커트 로펌같은 변호단체이다. 이들의 목적은 죄가 없이 붙잡혀와 고통받는 사람들을 고향으로 돌려보내는 것이다. 이런 일에 대해 한 변호인은 말한다. '나는 더 이상 현실과 유리된 법률적 원칙이 아니라, 고통을 겪고 있는 현실 속의 사람들을 위해 싸우'는 것이라고, ' 인간의 고통에 관한 사건'을 다루는 것이라고 말이다.

 

도대체 왜 이 많은 사람들이 고향에서 한밤중에 자다가 붙잡혀 나온걸까? 자신이 짓지도 않은 죄를 들어가며, 짐승만도 못한 취급을 받으며 수년, 수십년을 관타나모에 갇혀있어야 하는걸까? 아프가니스탄의 뿌리 깊은 분쟁의 역사 때문이다. 종족, 종교, 이념, 정치적 차이에서 빗어지는 한 나라안의 다양한 적대감. 거기에 미국이 쏟아부은 보상금이란 정책이 더해져 수없이 많은 거짓신고와 체포, 그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이 생겨난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잘못은 관타나모란 장소, 그 곳을 책임지는 사람들의 태도다. 그들은 무조건 신고대로 사람을 잡아온 후에 수감자들의 모든 권리, 자유, 명예를 빼앗고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게 한다. 그들의 죄에 대해 밝히려하지도 않고, 심지어 죄가 없음을 알면서도 그들을 돌려보내지 않는다. 이기와 오만으로 가득찬 세계다. 그 곳은 사람들을 파괴한다. 그렇기에 수많은 목소리가 '관타나모는 사라져야 한다'고 외치는 것이다.

 

<나의 관타나모 다이어리>는 그저 변호 통역 일을 하며 한 여대생이 만난 몇 명의 수감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책일 뿐이다. 그러나 그 안에는 미국이란 거대한 나라가 약하디 약한 개개인에게 퍼붓는 무자비한 행위에 대한 고발이 담겨있다. 우리와 똑같은 한 명의 사람이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모습이 담겨있다. 얻는 것 없이 그들을 도우려는 착한 마음이 여전히 살아있음을 보여준다. 이 기록은 우리를 분노케 하고 슬프게 한다. 그러나 그 안에는 희망과 웃음 또한 살아있다. 세상을 넓게 바라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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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언제나 네 편이야
하코자키 유키에 지음, 고향옥 옮김, 세키 아야코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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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마음속에 기분의 문이 있어. 똑똑똑 문을 두드렸지. 나는 지금 어떤 기분일까?'
이렇게 시작하는 아주 얄팍한 책 한 권을 만났다. 첫 페이지에서 마지막 페이지까지 불과 10분도 걸리지 않는 책. 그러나 그 잠깐 사이에 나의 마음은 몇 년 전 나를 만나고 돌아왔다. 내 마음이 굳게 닫혀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었던 그 시절의 나를.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땐 해묵은 마음의 빗장이 삐거덕 열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똑똑똑. 수많은 기분 중 처음으로 뛰어 들어온 녀석은 즐거움. 우리의 삶을 가장 빛나게 해주는 감정이다. 그러나 복숭아빛 얼굴의 즐거움이 항상 그 자리를 지키는 건 아니다. 친구와 싸워 분한 마음,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 슬픈 마음, 후회하는 마음이 찾아온다. 그러나 그 기분도 잠시. 행복, 기쁨, 용기, 자신감, 안심이 우리를 감싼다. 고마운 기분들이다.

그러다 불쑥 찾아드는 불안. 일단 찾아오면 나락으로 떨어질 때까지 늘어만 간다. 게다가 귀찮음, 무기력함, 피곤을 불러온다. 결국 모든 걸 뒤로 하고 문을 꽝! 닫아버린다. 그리고는 그 문 안에 웅크려버린다. 옆에 붙어있는 건 외로움뿐. 닫혀진 문 안으로는 어떤 감정도 들어오지 못한다. 모든 기분에 무뎌지며 아무것도 믿지 않게 된 그 순간!

다행히 기분의 문이 소리를 낸다. 밖은 온통 화로 가득차있다. 저 많은 화를 어쩐담! 여전히 난 몰라, 라며 모른 척 하는 순간 문이 부서지고 화가 들이닥친다. 그제서야 깨닫는다. 아, 어떤 감정도 피하면 안되는구나. 좋은 느낌도, 나쁜 느낌도 모두. 그리고 조금씩 화를 풀어내고 두려움을 내어놓는다. 나쁜 덩어리가 점점 작아지면서 나를 소중히 하는 마음이 얼굴을 반짝 내민다. 내가 나라 좋아. 그 말을 입 밖에 내자 내 주위가 하늘을 날 듯 가벼워진다.

우리는 수많은 불안에 시달리며, 자신을 잃어가고 있다. 행복하고 밝은 기분보다는 지치고 무력한 표정으로 살아간다. 어쩔 수 없다고 스스로를 타일르면서. 그러나 언제나 2%쯤 부족한 감정이 마음 한 구석에 숨어있다. 화내고 싶고 울고도 싶지만 현실을 살아가기 위해선 매일같이 괜찮은 척을 하며 살아간다. 그런 우리들에게 저자는 말한다. '지금 너는 두려워하고 있는거야. 누군가 그 기분을 받아주면 좋아질거야.' 라고. 그 상대는 믿음직한 주위 사람, 애완동물, 자연, 노트에 쏟아내는 글... 무엇도 될 수 있다.

그리고 솔직하게, 내키는대로 표현하기. 그 과정을 통해 스스로를 사랑하기. 말은 쉽지만 자신을 오롯이 사랑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꾸준히 자기 안의 목소리를 듣고 토닥여주고 인정해줘야 하는 일. 그러나 그 마음이 충분히 꽃 필 때 우리는 어떤 힘든 기분도 굳건히 받아들일 수 있는 진짜 강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지금 난...... 어떤 기분이지?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이 그 시작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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