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관타나모 다이어리
마비쉬 룩사나 칸 지음, 이원 옮김 / 바오밥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내가 관타나모란 말을 처음 들은 건 범죄 수사물인 미국 드라마를 통해서였다. 당연히 미국적인 관점에서의 관타나모를 접할 수밖에 없었고, 악질 범죄자들이 있는 감옥 정도로밖에 알지 못했다. 그러나 <나의 관타나모 다이어리>(바오밥.2009)가 들려준 관타나모의 실상은 내가 생각하던 이미지와 달랐다. '그 곳에는 누군가의 아버지이고 아들인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을 파괴하는 사람들, 그들을 도우려는 사람들 또한 있었다.

 

로스쿨 여대생인 마비쉬 룩사나 칸은 관타나모 수감자들을 변호하기 위한 단체 데커트 로펌에서 통역 일을 시작한다. 정부의 여러 관문을 넘은 뒤, 드디어 처음으로 관타나모에 가게 된 날,그녀 또한 평범한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 않았다. 악랄한 범죄자를 만나리라 생각했던 것. 그러나 그녀가 처음으로 만난 수감자는 신사적이고 온화한 의사였다. 그리고 일을 계속하는 동안 만난 수많은 수감자들. 무자비한 범죄자로 가득차 있을 줄 알았던 관타나모에는 평범한 사람들이 가득했다. 아무런 죄도 짓지 않은 채 돈과 정치의 희생자가 되어 팔려온 사람들.

 

관타나모에는 이런 죄없는 수감자들을 대하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 하나는 그들을 무자비하게 폭행하고 공포를 주는 일부 군인들과 이유없이 그들을 관타나모에 묶어두는 일부 미국 정치인들. 또 다른 하나는 데커트 로펌같은 변호단체이다. 이들의 목적은 죄가 없이 붙잡혀와 고통받는 사람들을 고향으로 돌려보내는 것이다. 이런 일에 대해 한 변호인은 말한다. '나는 더 이상 현실과 유리된 법률적 원칙이 아니라, 고통을 겪고 있는 현실 속의 사람들을 위해 싸우'는 것이라고, ' 인간의 고통에 관한 사건'을 다루는 것이라고 말이다.

 

도대체 왜 이 많은 사람들이 고향에서 한밤중에 자다가 붙잡혀 나온걸까? 자신이 짓지도 않은 죄를 들어가며, 짐승만도 못한 취급을 받으며 수년, 수십년을 관타나모에 갇혀있어야 하는걸까? 아프가니스탄의 뿌리 깊은 분쟁의 역사 때문이다. 종족, 종교, 이념, 정치적 차이에서 빗어지는 한 나라안의 다양한 적대감. 거기에 미국이 쏟아부은 보상금이란 정책이 더해져 수없이 많은 거짓신고와 체포, 그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이 생겨난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잘못은 관타나모란 장소, 그 곳을 책임지는 사람들의 태도다. 그들은 무조건 신고대로 사람을 잡아온 후에 수감자들의 모든 권리, 자유, 명예를 빼앗고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게 한다. 그들의 죄에 대해 밝히려하지도 않고, 심지어 죄가 없음을 알면서도 그들을 돌려보내지 않는다. 이기와 오만으로 가득찬 세계다. 그 곳은 사람들을 파괴한다. 그렇기에 수많은 목소리가 '관타나모는 사라져야 한다'고 외치는 것이다.

 

<나의 관타나모 다이어리>는 그저 변호 통역 일을 하며 한 여대생이 만난 몇 명의 수감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책일 뿐이다. 그러나 그 안에는 미국이란 거대한 나라가 약하디 약한 개개인에게 퍼붓는 무자비한 행위에 대한 고발이 담겨있다. 우리와 똑같은 한 명의 사람이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모습이 담겨있다. 얻는 것 없이 그들을 도우려는 착한 마음이 여전히 살아있음을 보여준다. 이 기록은 우리를 분노케 하고 슬프게 한다. 그러나 그 안에는 희망과 웃음 또한 살아있다. 세상을 넓게 바라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