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언제나 네 편이야
하코자키 유키에 지음, 고향옥 옮김, 세키 아야코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내 마음속에 기분의 문이 있어. 똑똑똑 문을 두드렸지. 나는 지금 어떤 기분일까?'
이렇게 시작하는 아주 얄팍한 책 한 권을 만났다. 첫 페이지에서 마지막 페이지까지 불과 10분도 걸리지 않는 책. 그러나 그 잠깐 사이에 나의 마음은 몇 년 전 나를 만나고 돌아왔다. 내 마음이 굳게 닫혀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었던 그 시절의 나를.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땐 해묵은 마음의 빗장이 삐거덕 열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똑똑똑. 수많은 기분 중 처음으로 뛰어 들어온 녀석은 즐거움. 우리의 삶을 가장 빛나게 해주는 감정이다. 그러나 복숭아빛 얼굴의 즐거움이 항상 그 자리를 지키는 건 아니다. 친구와 싸워 분한 마음,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 슬픈 마음, 후회하는 마음이 찾아온다. 그러나 그 기분도 잠시. 행복, 기쁨, 용기, 자신감, 안심이 우리를 감싼다. 고마운 기분들이다.

그러다 불쑥 찾아드는 불안. 일단 찾아오면 나락으로 떨어질 때까지 늘어만 간다. 게다가 귀찮음, 무기력함, 피곤을 불러온다. 결국 모든 걸 뒤로 하고 문을 꽝! 닫아버린다. 그리고는 그 문 안에 웅크려버린다. 옆에 붙어있는 건 외로움뿐. 닫혀진 문 안으로는 어떤 감정도 들어오지 못한다. 모든 기분에 무뎌지며 아무것도 믿지 않게 된 그 순간!

다행히 기분의 문이 소리를 낸다. 밖은 온통 화로 가득차있다. 저 많은 화를 어쩐담! 여전히 난 몰라, 라며 모른 척 하는 순간 문이 부서지고 화가 들이닥친다. 그제서야 깨닫는다. 아, 어떤 감정도 피하면 안되는구나. 좋은 느낌도, 나쁜 느낌도 모두. 그리고 조금씩 화를 풀어내고 두려움을 내어놓는다. 나쁜 덩어리가 점점 작아지면서 나를 소중히 하는 마음이 얼굴을 반짝 내민다. 내가 나라 좋아. 그 말을 입 밖에 내자 내 주위가 하늘을 날 듯 가벼워진다.

우리는 수많은 불안에 시달리며, 자신을 잃어가고 있다. 행복하고 밝은 기분보다는 지치고 무력한 표정으로 살아간다. 어쩔 수 없다고 스스로를 타일르면서. 그러나 언제나 2%쯤 부족한 감정이 마음 한 구석에 숨어있다. 화내고 싶고 울고도 싶지만 현실을 살아가기 위해선 매일같이 괜찮은 척을 하며 살아간다. 그런 우리들에게 저자는 말한다. '지금 너는 두려워하고 있는거야. 누군가 그 기분을 받아주면 좋아질거야.' 라고. 그 상대는 믿음직한 주위 사람, 애완동물, 자연, 노트에 쏟아내는 글... 무엇도 될 수 있다.

그리고 솔직하게, 내키는대로 표현하기. 그 과정을 통해 스스로를 사랑하기. 말은 쉽지만 자신을 오롯이 사랑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꾸준히 자기 안의 목소리를 듣고 토닥여주고 인정해줘야 하는 일. 그러나 그 마음이 충분히 꽃 필 때 우리는 어떤 힘든 기분도 굳건히 받아들일 수 있는 진짜 강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지금 난...... 어떤 기분이지?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이 그 시작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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