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굼실이 > 끊임없이 의심하기, 부정하기

 

  

게으름의 극치를 달리다, 이제서야 지난 금요일 강의 내용 정리를 했네요. 책 읽으면서 다시 한 번 재현에 대해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이번주 금요일 강의가 기다려져요^^ 

 

 "재현"이란 무엇인가 _채운
100115
상상마당
 

첫 번째 실마리, 영화 '아바타' 속에서 등장한 이상적인 시공간에 대해 생각해보자.
두 번째 실마리,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 가지고 있는 개념, 인과를 찾아가는 방식은 상당히 자의적이지 않나?

도대체 개념이란 무엇인가? 개념이란 우리가 지금 여기서 실천하며 살아가는 방식이라 볼 수 있다. 가령 "저런 비인간적인 행동을 하다니!" 란 말에는 이미 인간이란 개념이 포함되어 있다. 즉, 의도치 않게 우리는 매 순간 자신의 개념을 생활화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말씀.

푸코는 자신을 일컬어 '회의주의자'라고 했다. 인간이란 자신이 가진, 자기가 살고 있는 시대가 만든 개념의 틀 안에서만 살 수 있기에. 즉 볼 수 있는 것만 보는 게 우리의 모습이란거다. 고로 절대적이고 보편적인 진리는 없다. 단지 각 개인이 최고로 치는 개념들에 대한 개별적 투쟁으로 인한 진리의 임의적 구성은 가능하다. 

여기서 오늘의 주제 "재현"의 시작이자 끝이 될 한 마디가 나온다. '보편성의 부정'. 자, 이게 바로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 

어린아이들의 일기를 본 적이 있나? 그들의 일기 끝은 언제나 똑같다. '재밌었다'. 그런데 어느날 부터인가 끝이 바뀐다. '-하지 말아야겠다, 다음엔 -해야겠다'. 사실 알고보면 그들의 삶이 매일같이 뭐 그리 재밌고 흥미롭겠는가? 그러나 그들은 언제나 재밌다. 왜냐? 매일의 새로움을 긍정하기에. 즉, 보편성을 거부하는거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그들은 반성한다. 뭔가 일관적인 기준, 잣대를 두고 그에 맞춰나가려 한다. 일종의 사회화가 진행된거다.  

"재현"이란 영어로 REpresentation. 우리말로 번역시에는 3가지로 가능하다. 재현, 표상, 대의. 공통점은 '-대신, -를 위하여'의 의미를 갖는다는 점이다. 무언갈 대신한다니 이보다 무례한 자기 기만이 또 있을까! "재현"의 포인트는 여기서 나온다. 무언갈 직접 드러내지 못하고 언제나 '매개'가 필요하단 점. 재현의 논리에서는 언제나 궁극적이고 불변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걸 기본 가정으로 가지고 간다. 

그래서 우리 흔히들 이렇게 말하지 않나. "미래를 위해서라면 지금은 참아야 해." 재현의 논리에서 중간 과정의 사건은 무시된다. 오로지 이상적인 결과만을 향한 달리기.  

의심하자! 재현의 사유를. 난 지금 미래의 무언갈 위해 지금 여기를 부정하고 놓치고 있진 않은가? 재현의 논리는 유괴범의 사유와 유사하다. 둘러볼 필요 없어! 나만 따라와~ 그러나 유괴범을 따라간 아이의 미래는? 암담하다. 쫌 어려운 말로 재현의 논리를 풀어보자면, 일단 재인식 과정이 필요하다. 이 단계에서 우리는 불변하는 주체와 대상을 설정한다. 이어 상식과 양식의 단계. 이 단계에선 보편적인 게 곧 좋은거다. common is good. 여기서 소수의 의견을 무시하는 사회적인 지배 담론이 태어난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얼 배워야하나? 한 가지 힌트가 장자에 있다. 장자의 이야기에서 곤은 붕새로 날아올라 새로운 관점을 갖고 세상을 내려다본다. 이게 바로 재현의 사유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그러나 우리는 새가 아니다. 땅을 밟고 사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그 후에 다시 인세로 돌아오는 장자의 결론 또한 배워야 하는 것이다.

개념도 안 잡힌 상태에서 들은 1강의 결론은?
"의심해라. 부정의 정신을 가져라. 부정의 용기를 지녀라." 이 정도 되지 않을까? '개념=보편적, 절대불변의 진리'의 공식을 깨야 한다. 개념은 연속적으로 우리가 깨부셔야 하며, 곧 다시 생성되는 존재이다. 이를 위한 방법은 아마도 2강에서.
coming soon :)

  

오늘의 Q] 재현의 사유는 궁극적인 무엇을 가정한다. 그러나 그게 항상 나쁘기만 한걸까? 가령 학문, 특히 언어학이나 심리학에서는 표상이 되는 절대적 존재가 필요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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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굼실이 > 김형경 작가가 말하는 ... "잘 관계맺기"

 

  

김형경 작가 강연회

091215.Tue.

상암동 누리꿈 스퀘어 (비즈니스빌딩 18층 오마이뉴스 사무실 안)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꽃피는 고래> 등의 소설과 <사람풍경> 등의 에세이로 독자들의 아픈 마음을 살살 다독여주었던 김형경 작가가 최근 심리치유에세이의 완결편인 <좋은 이별>을 가지고 독자들을 찾았다. 출간 이벤트로 진행되는 독자와의 만남 그 첫번째가 15일 저녁 상암동 누리꿈 스퀘어에서 진행되었다. 2시간여동안 김형경 작가가 준비해 온 강연과 작가들과의 질의응답시간이 이어졌다. 즐거움과 따뜻함이 함께했던 시간을 펼쳐볼까.
 




Part1 강연 <사랑과 공격성 & 잘 관계 맺는 법>
#1
eros와 tanatos. 사랑과 공격성. 우리는 사랑은 무조건 좋은 감정, 공격성은 무조건 나쁜 감정으로 취급한다. 그러나 이 두가지는 서로 뗄레야 뗄 수 없는 서로의 그림자다. 어느 하나도 외면해서는 안 되는.

태어난지 3개월에서 3년. 아기는 엄마와 이자관계를 맺으며 사랑과 신뢰를 획득한다.
이후 3년, 즉 6살까지 아기는 아버지와의 삼자관계를 통해 질투와 경쟁심을 배운다.
이렇게 6살까지 아이들은 기본적인 인성을 완성시킨다. 그리고 한 번 굳어진 인성은 쉬이 변하지 않는다.
고로 지금의 우리의 모습은 6살 때의 모습과 크게 변하지 않았단 말씀!

사랑의 여러가지 모습들
- 첫 사랑의 모습만을 자꾸만 갈구하는 사람들은 어린 시절 충분한 애착을 받지 못해 사랑의 원형, 즉 아버지 어머니상을 추구하는 경우일 수 있다.
- 자신의 컴플렉스를 상대에게 투영시키는 경우도 있다. 가령 키가 매우 큰 여자가 키 작은 남자를 선호하는 경우.
- 무의식적으로 서로의 컴플렉스를 가진 대상을 만나기도 한다. 가령 가학적인 여성과 피학적인 남성의 만남.
- 요즘 젊은이들 자기 실현하느라 바빠 사랑은 뒷전이다. 그러나 그건 핑계일 뿐, 혹 친밀함을 쌓는 일에 대한 두려움은 아닐까?

 사랑 왜 못하나? 바로 공격성 때문이다. 이 공격성은 보통 만나고 3개월즈음이 되면서 상대받에 대한 신뢰가 쌓여가면 나오기 시작하는데 이 공격성을 잘 해결하지 못하면 이별로 치닫게 된다. 보통 어린 시절 상처가 있는 사람들은 그 사랑이 깨질까봐 두려움을 표출하지 못하고, 그 감정이 쌓여 어느 순간 폭발해 관계가 깨질 수 있다. 

 그렇다면 공격성(tanatos)는 어떻게 해결하지? 말로, 글을 써서, 혹은 예술로 승화를 시킨다. 연인들끼리라면 게임을 하거나, 놀이공원에 가서 신나게 놀고 와도 좋다. 섹스도 공격성 표출의 바람직한 방법 중 하나.

 #2
이건 아니잖아~ 잘못된 관계맺기 방식
- 사랑의 거렁뱅이 : 의존만 하는 관계 맺기는 언젠가 파토난다
- 전이의 관계맺기 : 상사는 당신을 미워할 시간과 수고따위 하지 않는다. (누군가를 미워하는데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는지!) 그건 부모상이 상사에게 전이된 감정일 뿐.
- 투사의 관계맺기 : 자기 분노를 애먼 사람에게 쏟는 건 곤란하다. 악플러가 대표적 케이스.
"난 이런 사람 너무 싫어!" → 그거 사실 알고보면 그 무언가가 내 안에 있는거다. 혹은 그렇게 하고 싶은데 못하는 내가. 사람은 결국 다 자기 얘기밖에 못한다.
여기서 중요한 뽀인트!!!! 누가 뭐라든 신경쓸 필요 없다. 그들은 다, 전부 다, 자기 얘기를 할 뿐이니까! 상처받지 말자.
- 나르시시즘의 관계맺기 : 나의 이상형을 비현실적으로 형상화시킨 백마탄 왕자님. 그런 거 없다.
- 환상의 관계맺기 : 대표적 케이스 짝사랑. 복권. 환상의 순간은 즐겁지만 현실의 생활은 점점 멀어져간다.

그럼 어떻게 잘 맺지? 관계!
- 사랑의 부자가 되기 즉, 나를 사랑하고 스스로 행복해하기. 그러면 자연히 사랑도 기부가 된다.
- 자립하기. 특히 엄마와 정신적으로 독립해야 한다. 내면에서 돌고 있는 parents tape 따위 멀리 갖다 버리고 태워버리자.
- 공감하기. 상대의 불안을 이해하고 충고나 판단보다는 그 사람의 편을 들어주는 것만으로 바뀌는 상대를 발견할 수 있을것이다.
- 동일시 단, 이 때의 주의점은 좋은 사람과 관계를 맺고, 그와 동일시를 해야한다는 점. 관계도 이젠 win-win 전략이다.
- 역전이 이해하기.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공통으로 가지는 감정은 결국 내가 그들에게 불러일으키는 감정이다. 즉 내가 나를 만들어가는데로 남이 나를 보게 된다는 걸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이상하게 사람들이 나에게만 부탁을 해. 이상하게 난 운이 좋은 편이야. 그거 다 자기가 만든 자신의 모습이란 사실. 일단 알았다면 실천이 중요!
 

Part2. 질의응답
? 중년의 위기는 어떻게 잘 넘길 수 있나요?
! 젊지 않음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인생의 목표를 가지세요. 어렸을 때의 꿈은 대부분 부모의 결핍이 꿈으로 나타난 경우가 많아요. 진짜 자신의 목표를 세우세요.
? 심리 치료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 심리치료의 과정은 정반합입니다. 정이 원래의 나라면 반의 과정에서 부모탓을 하며 부모안에 갇힌 나를 깨는거죠. 그 과정에서 "야하고 뻔뻔하게"의 모토로 억압을 깨게 됩니다. 그리고 합의 과정이죠. 
? 제가 쓰는 글에서 나의 안 좋은 점들이 보여 남에게 보여주면 피해가 갈까 무서워요.
! 자기 이야기를 쓰면서 자기 치유가 가능한거에요. 그 과정을 넘어야 새로운 글도 쓸 수가 있습니다.
? 거절 당할까봐 다른 사람에게 선뜻 다가가지 못합니다.
! 그 마음 이면에는 거절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거에요. 일단 통찰을 했으니 앞으로는 노력을 하시면 됩니다. 길거리에 지나가는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대시해보세요. 거절당해도 죽지 않는다는 걸 깨닫는거에요. 잘 되면 내가 괜찮은 사람이구나 하는 자신감이 생길 수도 있고요.

  

역시 다양한 책 섭렵과 직접 심리치료를 받은 경험이 어우러져 전문가 못지 않은 멋진 치유의 시간을 선사해준 김형경 작가. 이번 <좋은 이별> 출간 행사로 세 개의 강연이 있다는데 모두 다른 주제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다음 행사에서는 어떤 치유와 재생의 이야기를 들려줄 지 기대된다.

 

 * 역시 김형경 작가님, 이란 생각이 들만큼 유쾌하고 도움되는 이야기도 많이 들은 시간이었어요. 쓰다보니 내용 정리 위주로 되어버렸네요.. 다음에도 이런 좋은 강연 또 열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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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이터스 세트 - 전3권
스콧 웨스터펠드 지음, 박주영.정지현 옮김 / 사피엔스21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드디어 장장 1200여페이지의 모험이 끝나고 <미드나이터스>(사피엔스21.2009)의 시간을 소개할 수 있게 되었다. 올레! 처음엔 고등학생 몇 명의 모험이 뭐 대수겠어? 하면서 시작했는데 어느새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집중하고 있었다. 24시부터 25시까지 비밀의 푸른 시간에 깨어있는 다섯명의 아이들. 세상을 덮쳐오는 다클링(괴물)을 막으며 세상을 지키려는 그들의 시도는 과연 성공할지! 비밀의 시간으로의 여행에 당신을 초대한다.

 

빅스비 마을에서는 매일 밤 자정이 되면 세상 모든 것이 멈추는 푸른 시간이 1시간동안 지속된다. 이 시간에 깨어있는 존재는 다섯명의 10대뿐. 정확히 자정에 태어난 그들은 스스로를 미드나이터라고 부른다. 보는 자 렉스, 마인드캐스터 멜리사, 수학천재 데스, 하늘을 나는자 조너선, 불꽃을 가져오는 자 제시카. 한편 푸른 시간에만 깨어나는 다클링과 슬리더가 있다. 불꽃을 가져오는 제시카의 능력 때문에 횡포를 부리는 그들을 물리치며 자정의 비밀을 풀어가는 미드나이터들. 어느 날 푸른 시간이 한낮에 나타난다. 밝혀지는 미드나이터스의 과거와 다가오는 세계의 종말. 다섯명의 미드나이터스는 세상의 붕괴를 막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미드나이터스>는 청소년이 주인공인 판타지 소설이다. 아직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성장하는 청소년이 주인공인만큼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좌충우돌 관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특히 마인드캐스터인 멜리사로 인해 드러나는 속마음과 기분 상태는 독자들이 인물들에 쉽게 몰입하도록 도와준다. 또 하나의 특징은 판타지에 충실하면서도 '어딘가에서 있을지도 모를'이란 생각을 갖게 하는 스토리를 가졌단 점이다. '해리포터', '트와일라잇'이 현실에선 불가능한 마법과 환상의 판타지였다면 '미드나이터스'는 수학과 역사를 바탕으로 현실에 기초한 환상을 보여준달까.

 

무엇보다 방대한 분량의 책을 읽도록 끌고나가는 힘은 적절한 긴장감과 늘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스토리텔링의 힘이다. <미드나이터스>는 큼직한 이야기 덩어리를 배치하고 그 사이에 인물들간의 갈등, 배경 설명이 이어지면서 한치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재미와 흥미만으로 이 책을 평가하기엔 2% 부족함이 있다. 처음에는 서로 불신하던 미드나이터들이 큰 문제 앞에서 마음을 열고 우정을 키워간다. 심술궂은줄만 알았던 제시카의 동생 베스가 언니를 걱정하는 모습에서 진심이 엿보인다. 오랜 시간 서로 함께해오며 서로의 약함을 채워주는 렉스와 멜리사, 풋풋하지만 누구보다 진심어린 마음으로 서로를 위하는 제시카와 조너선의 모습이 아름답다. 자신의 능력을 믿고 열정적으로 일을 해결해나가는 데스의 의지가 보는 이의 손을 불끈쥐도록 만든다.

 

때론 열 마디 말보다 행동이 큰 감동과 깨우침을 주는 법. <미드나이터스>는 그런 면에서 청소년들의 친구관계에 대한 고민과 새로이 눈뜨는 애정에 대해 친구로서 조언자가 되어줄 수 있는 책이다. 이미 청소년기를 지난 성인들에게는 그 시절의 추억을 되살려줄 것이고.

 

3권까지 읽기를 마치고, 잠시 열렸던 신비의 25시는 영원히 닫혔다. 그러나 어느 날 밤, 한 번쯤은 나의 꿈에도 모든 게 멈춘 푸른 하늘이 보이지 않을까, 저 멀리 뜀박질을 하는 제시카와 조너선의 흔적을 보며 미소짓게 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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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질문 - What is Your Wish?
오나리 유코 글 그림, 임은정 옮김 / 프로메테우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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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사랑에는 한 가지 법칙밖에 없다.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스탕달'

사랑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방법엔 무엇이 있을까. 고가의 명품을 선물하는 일? 서프라이즈 이벤트? 경험에 비추어봤을 때 그런 일이 가져온 행복은 강렬하지만 짧았다. 오히려 오래도록 기억에 남고, 행복의 여운을 남겼던 기억은 '말'이었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한 번쯤 연인에게 묻고 싶어진다. 나를 사랑하느냐고. 여러가지 방법으로 상대방을 시험한다. '만약 ...했더라도 나를 사랑했을 것 같아?'라고 묻는다. 듣고 싶은 대답은 한 마디 뿐이다. 그렇다는 긍정. 어떤 상황에서도 널 사랑하겠단 다짐의 말. 그러나 사랑을 확인하려는 여자들의 작은 소망은 이를 귀찮아하는 남자들의 건성인 대답에 상처로 남곤 한다. (물론 반대 경우도 있다.) 기억해야할 한 가지는 말 한 마디가 상대방 뿐 아니라 자신까지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는 사실이다.

 

<행복한 질문>은 강아지를 의인화해 연인의 모습을 그려낸 어른을 위한 동화다. 여자 강아지는 '있잖아, 만약...'이라며 남자 강아지에게 질문을 던진다. 집요하게 이어지는 그녀(여자 강아지)의 질문에 그(남자 강아지)는 매번 친절하게 답한다. 거창한 말이 아니다.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마음이면 충분하다. '있잖아, 만약 내가 아주 작은 벌레가 된다면?' '으~ 징그러워' 같은 상처가 될 말은 하지 않는다. '비용이 반으로 줄었으니 여행을 가자! 다치면 안되니까 살며시 입 맞추는 연습을 해야겠다' 조금의 상상력과 배려에 그녀의 얼굴은 붉게 물든다.

 

질문하는 마음은 두려움에 기인한다. 이 사람이 나를 버리면 어떡하지? 정말 나를 사랑하고 있는걸까? 질문자들은 연인의 대답을 통해 사랑을 확인받고 싶어한다. 반면 대답해야하는 자는 점점 지쳐간다. 처음 한 두번은 애교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계속 확인하려한다면 믿음은 줄어들고 그 자리는 불신과 상대에 대한 짜증으로 채워질 것이다. 어떻게 조율해야 두 사람 모두에게 만족스러울 수 있을까?

 

그 대답이 <행복한 질문>에 있다. 상대의 첫 질문에 성실히 대답하기. 조금 덜 두려운 사람이 조금 더 두려운 사람에게 작은 친절을 베풀기. '사랑의 법칙 :사랑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기'는 생각보다 쉬운 일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친절한 한 마디 말에 마법의 힘이 깃들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표현하기.

 

사랑해서 불안하고, 행복한 연인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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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거나 혹은 버리거나 in 부에노스아이레스
정은선 지음 / 예담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이게 여행기야, 소설이야?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전에 한참 책을 뜯어봤다. 얼핏 내용을 훑어보니 여행기 같지는 않은데, 곳곳에 박혀있는 사진이며 여행지 소개글은 여지없는 여행 에세이의 느낌이고. 결국 읽지도 않은 책 분석하기는 이쯤에서 마치고 책에 몰입했다. 허우대 멀쩡한 돈 잘쓰는 카사노바, 막장 드라마 때려치우고 도망가는 드라마작가,  한때 잘나갔지만 이제는 감이 떨어진 사진작가. 쫓기듯 도망 온 중년의 사내. 이거 영 끌리지 않는 인물들의 조합인데? 나와 이 책의 첫 만남은 이렇게 떨떠름하게 시작했다. (읽어보니 영화 한편을 보고 있는 듯한 재밌는 이야기였다! 실제로 책이 나오자마자 영화화가 결정되었다고!!)

 

이런저런 사연을 가진 사람들은 마지막으로 놓지 못한 걸 버리려고, 새로 시작할 무언가를 찾으려고 서울과 정반대인 세상의 끝, 부에노아이레스를 찾는다. 부에노아이레스는 역시 밤의 문화지~ 라면서, 손님은 왕이라는 고전적인 진리를 무시한 채 여왕으로 군림하신 OJ여사님의 하숙집으로 몰려든다.

 

그냥 그런 이야기인가보다 싶었는데,  읽다보니 웃음도 나고, 공감도 된다. 쯧, 하고 혀 한 번 차주다가 어어? 그럼 안 되지~ 아이구, 이렇게 했어야 하는데, 라며 완전 이야기 속에 빠져든 내가 보인다. 헛 참. 욕하면서 드라마 보다가 어느새 팬이 되어 매 방영시간마다 TV앞에서 진치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찾거나 혹은 버리거나 in 부에노아이레스>(예담.2009)는 한 편의 드라마처럼 나를 휘어잡았다. 뒷 얘기 궁금하지? 라고 속삭이며 책에서 손을 떼지 못하게 막았다. 윽, 당했다!

 

재밌는 드라마들이 으레 그렇듯, 각기 사연있는 사람들이 OJ여사와 아들 아리엘의 도움(?)으로 자신의 숨겨진 좋은 점을 찾고, 피하기만 하던 상황을 다시 마주치며 해피 엔딩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다. 그런데 읽다보면 이게 묘~하게도 단순한 픽션은 아닐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럼 그렇지! 에필로그에서 저자가 밝히길, 실제로 그녀가 부에노아이레스에 갔을 때 묵었던 민수네란 민박집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풀어낸 스토리라고 한다.

 

<찾거나 혹은 버리거나>는 재밌다. 9일간의 부에노아이레스에서의 몇 가지 에피소드들이 왔다갔다하면서 이 다음은 어떻게 될까? 하는 기대감을 준다. 더해서 보는 즐거움이 있다. 지은이가 실제 부에노아이레스를 여행하며 찍었을 그 곳의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을 구경하는. 마지막으로 공감할 수 있다. 사랑, 일, 사람에 배신당해 세계의 끝을 찾아온 사람들은 허물없이 열려있는 세상에서 자신들이 잊고 있던 마음들을 찾는다. 후회하지만 또 도전하고, 고생 속에서 깨달음을 얻고,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 힘을 키운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나도 잘 살아갈 수 있을거란 희망이 생긴다.

 

책을 읽으며 배경이 된, 민수네 민박집에 꼭 한번 들러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부에노아이레스의 거침없는 자연 속에도 푹 빠지고 싶었다. OJ여사의 걸쭉한 입담에 놀아나보고 싶었다. 그러나 이젠 안다. 정말 중요한 건 그 장소, 상황, 사람이 아니란 걸. 부에노아이레스는 어디도 될 수 있고, OJ여사는 우리가 만나는 누구도 될 수 있다. 마음, 옹색하게 닫힌 내 마음을 조금 열면 나에게도 해피엔딩은 온다. 나는 무얼 찾고 무얼 버려야 할까? 그 물음에서부터 여행을 시작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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