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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이터스 세트 - 전3권
스콧 웨스터펠드 지음, 박주영.정지현 옮김 / 사피엔스21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드디어 장장 1200여페이지의 모험이 끝나고 <미드나이터스>(사피엔스21.2009)의 시간을 소개할 수 있게 되었다. 올레! 처음엔 고등학생 몇 명의 모험이 뭐 대수겠어? 하면서 시작했는데 어느새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집중하고 있었다. 24시부터 25시까지 비밀의 푸른 시간에 깨어있는 다섯명의 아이들. 세상을 덮쳐오는 다클링(괴물)을 막으며 세상을 지키려는 그들의 시도는 과연 성공할지! 비밀의 시간으로의 여행에 당신을 초대한다.
빅스비 마을에서는 매일 밤 자정이 되면 세상 모든 것이 멈추는 푸른 시간이 1시간동안 지속된다. 이 시간에 깨어있는 존재는 다섯명의 10대뿐. 정확히 자정에 태어난 그들은 스스로를 미드나이터라고 부른다. 보는 자 렉스, 마인드캐스터 멜리사, 수학천재 데스, 하늘을 나는자 조너선, 불꽃을 가져오는 자 제시카. 한편 푸른 시간에만 깨어나는 다클링과 슬리더가 있다. 불꽃을 가져오는 제시카의 능력 때문에 횡포를 부리는 그들을 물리치며 자정의 비밀을 풀어가는 미드나이터들. 어느 날 푸른 시간이 한낮에 나타난다. 밝혀지는 미드나이터스의 과거와 다가오는 세계의 종말. 다섯명의 미드나이터스는 세상의 붕괴를 막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미드나이터스>는 청소년이 주인공인 판타지 소설이다. 아직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성장하는 청소년이 주인공인만큼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좌충우돌 관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특히 마인드캐스터인 멜리사로 인해 드러나는 속마음과 기분 상태는 독자들이 인물들에 쉽게 몰입하도록 도와준다. 또 하나의 특징은 판타지에 충실하면서도 '어딘가에서 있을지도 모를'이란 생각을 갖게 하는 스토리를 가졌단 점이다. '해리포터', '트와일라잇'이 현실에선 불가능한 마법과 환상의 판타지였다면 '미드나이터스'는 수학과 역사를 바탕으로 현실에 기초한 환상을 보여준달까.
무엇보다 방대한 분량의 책을 읽도록 끌고나가는 힘은 적절한 긴장감과 늘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스토리텔링의 힘이다. <미드나이터스>는 큼직한 이야기 덩어리를 배치하고 그 사이에 인물들간의 갈등, 배경 설명이 이어지면서 한치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재미와 흥미만으로 이 책을 평가하기엔 2% 부족함이 있다. 처음에는 서로 불신하던 미드나이터들이 큰 문제 앞에서 마음을 열고 우정을 키워간다. 심술궂은줄만 알았던 제시카의 동생 베스가 언니를 걱정하는 모습에서 진심이 엿보인다. 오랜 시간 서로 함께해오며 서로의 약함을 채워주는 렉스와 멜리사, 풋풋하지만 누구보다 진심어린 마음으로 서로를 위하는 제시카와 조너선의 모습이 아름답다. 자신의 능력을 믿고 열정적으로 일을 해결해나가는 데스의 의지가 보는 이의 손을 불끈쥐도록 만든다.
때론 열 마디 말보다 행동이 큰 감동과 깨우침을 주는 법. <미드나이터스>는 그런 면에서 청소년들의 친구관계에 대한 고민과 새로이 눈뜨는 애정에 대해 친구로서 조언자가 되어줄 수 있는 책이다. 이미 청소년기를 지난 성인들에게는 그 시절의 추억을 되살려줄 것이고.
3권까지 읽기를 마치고, 잠시 열렸던 신비의 25시는 영원히 닫혔다. 그러나 어느 날 밤, 한 번쯤은 나의 꿈에도 모든 게 멈춘 푸른 하늘이 보이지 않을까, 저 멀리 뜀박질을 하는 제시카와 조너선의 흔적을 보며 미소짓게 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