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맑스 - 엥겔스가 그린 칼 맑스의 수염 없는 초상
손석춘 지음 / 시대의창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올 해가 칼 맑스의 탄생 200주년이 되는 해라고 한다. 그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고 하지만 그러나 아직도 우리는 그의 영향력에서, 그가 제기한 문제들에서 벗어났다고 하기 힘들다. 그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동지인 프리디히 엥겔스의 음성을 통해 그의 삶을 뒤돌아 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저자가 칼 맑스의 삶을 재조명해 보고 있다. 글을 읽다 보면 느끼게 되지만 저자가 맑스를 아주 많이 알고 있다는 것과 일상에서 지금은 쉽게 접하지 못하는 우리말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밑절미, 곰비임비, 골골샅샅, 애면글면 등 재미있기도 하고 때로는 신기해서 사전을 찾아서 의미를 되새겨 보는 즐거움을 주는 단어들도 많이 등장한다.

아마 맑스를 잘 알고 있는 분들에게는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의 책들이 어렵다고 느꼈던 분들도 이 책은 별로 어렵거나 따분하지 않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칼 맑스의 여러 학문적이고 철학적인 삶 뿐만이 아니라 그와 관련된 아주 깊은 사람들도 등장한다. 그의 어릴 적 벗이자 아내인 예니와 그가 정신적인 교감을 나누지는 못하지만 그의 가족을 헌신적으로 돌본 데무트의 모습. 두 여인의 헌신과 사랑이 있었기에 맑스가 열정적인 삶을 살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어떤 이들은 이러한 모습을 개탄할 지 모른다. 엘겔스도 맑스의 생전에 이런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그만 알고 있었던 비밀이었으리라. 많은 이들이 마치 그를 신처럼 떠받들 때 아마 그는 무척 당황하지 않았을까 싶다.

산업화 초기에 발생한 많은 문제들-현재 우리가 상상하기 힘든 문제들이 많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마 이것은 자본주의가 극도로 팽창한 오늘날에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지만 이것을 해결하기 위한 몸부림, 인간의 노력이 끊임없이 일어날 것을 보게 된다. 엥겔스가 아버지의 위선적인 신앙의 모습으로 깊은 반감을 갖고 집안을 뛰쳐나와 열렬한 청년 헤겔이 되는 과정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어쩌면 노동과 자본은 끊임없이 우리가 부딪쳐야 할 문제일 것이다. 맑스와 엥겔스 두 거인들의 삶과 굴하지 않는 도전정신은 병들어 가는 자본주의를 그래도 연명하게 하지 않나 하는 아이러니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영국에 있는 그의 무덤에는 오늘 날에도 일주일에 수천 명, 일 년에 수십만 명의 관광객들이 관람한다고 하니 그는 아직도 많은 이들을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삶은 잘 모르지만 현재 우리가 누리는 삶과 행복 그리고 노동과 돈 그리고 가치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그의 무덤에 기록된 것처럼 다양한 삶을 치열하게 살다가 무국적자로 타지에 묻힐 수밖에 없었던 그의 삶이 조금은 서글퍼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