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 브로드 1
팻 콘로이 지음, 안진환 외 옮김 / 생각의나무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미국이 사랑하는 대가大家  팻 콘로이의 작품이다.

대가라는 말을 들었을 때에는 아직 팻 콘로이가 지은 책이나 영화화된 작품을 본 적이 없어서 생소한 느낌이었다.

흔히 작품을 광고하기 위해 내세우는 작가에 대한 예찬론일까 싶은 생각이 들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의 방대함에 한 번 기가 질렸고, 그 줄기를 타고 흐르는 유려하고 세밀한 묘사적 문체를 읽은 순간 이 분이 대중적인 글 쓰기를 목표로 삼은 사람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단 번에 들었다.

 

<사우스 브로드>로 내가 처음 만난 팻 콘로이는 순수문학을 지향하며 삶에 대한 작가의 통찰력을 중시하는 작가였다.

그는 삶의 아주 많은 부분을 소설 속으로 끌어 온다.

친구들과의 우정과 사랑, 가족간의 미묘한 증오와 애정, 학교에서 만나는 선생님, 종교인, 이웃들 등 소설이 마치 인생의 전부를 끌어가는 것 처럼 방대한 배경을 제시한다.

보통 소설을 쓴다면 한 명의 인물과 그가 겪는 한 두 가지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 마련이다.

그렇지 않고 이것 저것 사건을 끌어 놓는다면 쓰기도 어렵거니와 독자가 집중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팻 콘로이는 이런 저런 사건을 끌어다 놓으면서도 그가 그렇게 집필한 이유를 독자가 알게 한다.

생각해보면, 내가 어떤 사건에 휘말린다고 해서 내 인생이 갑자기 그 사건을 중심으로 흐르는 것은 아니다.

내가 원하지 않게 비가 갑자기 올 수 있고, 자동차가 나에게 클랙션을 울려댈 수 있고, 내 친구는 내가 한창 고민일 때 배탈이 날 수도 있고, 내가 고민에 휩싸이고 있을 즈음 미국에선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었을 수도 있고, 어머니는 플라이팬에 계란을 부치고 있을지도 모른다.그는 그런 인생의 엉뚱한 불확실성을 독자에게 선사한다.

인과 응보의 법칙이 아닌 무작위적인 법칙에 의해 흘러가는 삶..

그가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 중의 하나가 이것이라 믿는다.

 

인생을 관조하는 묘미를 선사하고, 인생의 기구함과 삶의 여정을 노래하는 이 책을 보며 오랜만에 명작을 한 편 읽은 느낌이다.

어렸을 때에는 위대한 개츠비, 제인 에어, 서부전선 이상없다, 죄와 벌 등 세계 문학의 고전이라는 책들을 전집으로 많이 읽었었는데 나이가 들고 나서는 그럴 기회가 많이 없었다.

사실 그래서인지 읽는 데 시간도 많이 걸렸고 순전히 재미를 추구하는 추리 소설이나 연애 소설 보다는 재미가 없었다.

짤막 짤막한 문장과 한 두명의 주인공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단지 몇 명의 배경 인물.. 구조는 단순하지만 그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흥미진진한, 그런 소설들에 길들여져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엔 그런 소설에서 느낄 수 없었던 아주 많은 등장인물들과 ^^ 그들 각각의 깊이있는 인생을 만날 수 있었다.

깊어가는 가을, 삶을 바라보고자 하는 책 한 권쯤 좋지 않을까.

덤으로 이 책은 1,2 권 한 질의 색깔이 주황색- 파랑색인데 정말 이뻐서 책장에 꽂아 놓고 싶은 생각이 200% 드는 책이니, 재밌게 읽고 책장에 예쁘게 꽂아 놓으면 볼 때마다 즐겁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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