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큐레이터, 예술가를 말하다 - 큐레이터 캐서린 쿠가 사랑한 20세기 미술의 영웅들
캐서린 쿠 지음, 에이비스 버먼 엮음, 김영준 옮김 / 아트북스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케서린 쿠.
그녀는 도대체 누구이길래 이렇게 방대한 책의 주인공이 되었는가?
어떤 <전설의> 큐레이터이길래, 큐레이터를 소재로 예술가를 말하는 것을 인정하는 책이 탄생한 것인가?
 
간략히 그녀의 소개를 하자면 이렇다.
그녀는 1904년 7월 15일 캐서린 울프라는 이름으로 미주리 주 세인트 루이스에서 태어났다. 
시카고로 이주한 후 5년 뒤인 1909년, 그녀는 불행히 소아마비에 걸리고 말았다. 그리고 다리가 마비되어 걸을 수 없었다.
그 당시 그녀의 가족은 유럽으로 세계여행 중이었고, 세계 대전의 발발으로 미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 후로 10년 동안 그녀는 깁스를 해야만 했으며 점차 나아졌으나 휠체어 생활을 해야만 했다.
그 당시에는 장애인을 위한 교육기관이 없었으므로 캐서린은 집에서 교육을 받아야만 했는데, 이것이 그녀가 <바라보는일> 즉. 그림을 관찰하는 일에 흥미를 느끼게 된 결정적 이유가 된다.
그녀는 오랫동안 병마와 싸웠던 사실에 대해서 숨기고 싶어했다고 한다.
지금에서야 어떤 장애에도 불구하고 홀로 성공한 사람을 칭찬하고 존경하지만, 그 당시에는 꼭 그렇지도 않았던 것 같다.
그녀는 89세의 나이로 작고하셨고, 그 동안 그녀가 틈틈히 써둔 수기나 회고록 등을 바탕으로 이 책이 탄생하였다.
 
그녀와 우정을 나누었던 여러 작가들에 대한 이야기, 그 작가들이 먼저 죽음을 맞음으로서 그녀가 느낀 고통, 그리고 그들과의 추억들.
그녀는 알고 있었을까? 자신의 회고록이 책이 되어 나온다는 것을.
개인적인 것을 밝히기를 극단적으로 꺼려했던 그녀였으므로 어쩌면 굉장히 싫은 내색을 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하지만 이렇게 책이 탄생함으로서 우리는 위대한 화가와 위대한 큐레이터의 작품에의 열정을 알 수 있고, 그들만의 독특한 우정을 알 수 있었다.
그녀 또한 그 점을 굉장히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역
사에 이름을 남긴  예술가들과 우정을 나누는 특별한 기쁨을 누렸고, 그 다양한 만남과 경험을 기록해 둬야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책의 첫 머리에서 그녀는 말한다.
 
불행히도 이 책에 나오는 20세기 작가들의 이름을 나는 하나도 모른다.
내가 아는 작가라고 해 보면 적어도 18-19 세기에 활동한, 지금에 와서는 고전 이라 불리는 사람들 뿐이다.
빈센트 반 고흐, 모네, 마네, 그리고 그 전으로 미켈란젤로, 다빈치... 학창 시절 듣고 배워왔던 이름들이다.
이 책에 나온 작가들은 미국의 역사가 시작되고 나서 알려진 이름들이다.
이름하여 <모던아트>이다. 이 장르의 사람들 이름은 처음 들어보기도 했거니와 왜 이렇게 이름들이 어려운지 모르겠다.
전통적 회화 외에도 조소나 판화, 조각 등을 하는 작가가 많이 소개되어 있기 때문에 더 못 들어본 이름들이 많았다.
화가 로스코와 호퍼, 조각가 브란쿠시, 건축가 미스 반 데어 로에...!
아마도 이들의 이름을 못 들어 본 것은 이들의 이름이 세계사 책에 나오지 않아서 였을 것이다.
이 쯤 되면 나의 짧은 식견이 부끄러워 질 때가 된 듯 하다.
 
그러나 책을 한장 씩 읽으면서 작가의 이름을 알아가고, 그들의 작품을 감상하고, 그들과 케서린 쿠 와의 우정을 읽어나가면서 그들이 개척한 20세기의 문화를 배우고 이해할 수 있었다. 그들의 사생활을 캐서린 쿠가 깊이 알고 있고, 같이 고민을 공유하기도 했기 때문에, 화가들의 작풍이 바뀌는 시점의 사건들을 알려주는 부분들이 매우 좋았다. 그런 것을 쓸 수 있는 큐레이터가 캐서린 쿠 외에 누가 있을까? 그녀 자신도 그녀의 넓은 인맥을 알았기 때문에 자신 외에는 화가의 사생활을 언급할 사람이 없음을 알았을 것이다.그래서 화가들의 족적에 대해 기술을 해 놓아야 된다는 미술사적 소명을 안고 회고록을 집필했으리라. 그녀 덕분에 그녀와 예술인들의 우정을 알 수 있었고, 그들의 기괴한 습관이라든지 창조적 열정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녀의 회고록 덕분에 미국 미술사는 더욱 풍요로운 에피소드로 가득차게 되었고 이것은 화가를 사랑하는 관객의 입장에서 보자면 참으로 뿌듯한 일이다. 존경하는 화가가 잠시 앉아서 휴식을 취한 돌이나, 커피를 먹은 의자 조차 중요시 하며 박물관에 전시하는 것이 서양인 들 아니던가!!
드디어 많은 기대 속에 이 책은 빛을 발하며 출간되었고, 지금은 하늘 나라에 있는 캐서린 쿠도 뿌듯해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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