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한지 몇주 지나다보니 박쥐에 대한 인기와 관심이 조금 시들해졌지만, 아직까지도 화제의 영화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게다가 '박찬욱' 이라는 네임 밸류가 있으니 그 인기는 아마 오래도록 지속되리라고 본다. 개인적으로 박쥐란 영화를 보지는 않았다. 주위에서 혹평이 너무 많았던 탓도 있었지만, 책을 통해 만나면 된다는 생각에서였다. 경험상 책이 영화보다 재미있는 경우가 많으니까 이번 경우도 그러리라 생각한다. 영화와 비슷한 설정과 줄거리라고 생각되지만, 확실히 책으로 만나본 박쥐도 파격적이었다. 신부라는 직업을 가진. 선의 상징인 남자가 왜 하필이면 이유없이, 정체불명의 피를 수혈받아 뱀파이어가 되어야 했을까? 그리고 뱀파이어가 되어서 사랑? 아니 불륜을 저지르게 된 사연은 무엇일까? 나는 이 점을 작가가 전해주는, 모든 사람 속에 있는 선과 악의 공존이라고 보고싶다. 누구나 생각하는 소위 착한 직업을 가졌다고해서 그가 평생 뼛속까지 착할리는 없는 것이다. 한번쯤 상상으로 꿈꾸던 악의 기운은 적절한 시기와 환경을 만나면 현실이 되는 것이다. 태주도 마찬가지다. 착하고 순한 어리숙한 남편의 아내로 보이고, 또 그 삶을 살아왔더라도 우연한, 아니 어쩌면 일생에 꼭 있을 기회를 만나면 바뀌는 것이다. 누가 그녀를 욕할 수 있으리! 물론 후반에 너무 변해버린 그녀의 모습은 조금 씁쓸한 감을 남겼지만 그래도 난 왠지 그녀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안쓰러운 기분마저 들었으니까... 소설이 원작이되어 영화화된 경우가 요즘 많은 것 같다. 이 책도 그럴것이란 생각으로 보았는데, 영화를 소설로 만든 책이라고 한다. 박찬욱 감독의 생각이 그대로 녹아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 같다. 평소 그의 팬이라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책 앞쪽에 그의 싸인이 너무 인상깊었다. 영화를 보지 않고 책만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영화를 보면 (물론 안 본 사람도 얼굴은 알지만) 그 장면과 상상이 모두 주인공의 얼굴에 맞춰져서 상상된다. 그러나 책만 보면 그 장면을 더욱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는 점이 매력인 것 같다. 영화와 책을 모두 보고 비교해보는 것도 좋겠지만 말이다. 영화를 좋아하는 분과 박찬욱 감독의 팬들이라면 한번 읽어보길 권한다. 박쥐란 영화에 대한 관심이 꺼지기 전에 말이다. 뭐든 시대에 맞게 생활하면 더 행복한 법이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