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온 여인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푸른 저택에서 행해지는 모든 비밀과 연애 그리고 고독한 몸부림등에서 한편의 치정 드라마 같은 인상도 받지만, 결국 모두가 외로운 영혼의 몸부림으로 느껴진다.

성악을 전공한 신성표는 피아노를 가르치는 교사로 푸른저택에 입주과외로 들어가게 된다. 보통사람이 누리기에 벅찰 만큼 고급스럽게 사는 그 저택의 인물들은 그러나 결코 행복해 보이는 사람이 없다.

보기드문 미인에 차가운 매력을 가진 오부인, 그리고 강사장...

어쩌면 자신과 같은 처지로 잘 통했을지도 모르는 석영희까지... 얽히고 섥힌 관계속에 각기 다른 방식의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결국 신성표가 선택한 사랑은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영희도 치명적인 매력과 위험함을 가진 오여사도 아닌 따뜻한 감성을 가진 여인에게 귀결된다. 어느 시대에나 사랑에는 여러 종류가 있고 사랑을 하는 방식도 여러가지라는 생각을 했다. 소유하지 못하면 자신이 미쳐버리고 마는 것도 결국은 사랑이고, 말하지 못하고 괴로워 하며 스스로에게 상처를 주는 것 또한 사랑이며, 신성표의 동생이 그렇듯, 항상 상처를 받지만 그 또한 사랑일 것이다.

'가을에 온 여인'은 1962 - 1963년 사이에 씌여졌다고 한다. 지금은 잘 쓰지 않는 고상한 단어들과 말투만이 예전에 씌여졌다고 믿게 할 만큼 시간의 괴리가 느껴지지 않는다. 힘든 시기를 거치고 많은 사람들이 가난과 치열하게 싸우는 1960년대에 지금으로 치면 럭셔리한 삶을 살고 있는 푸른저택의 사람들의 풍요로움 속의 공허함이 절절하게 느껴진다.

새벽마다 듣게되는 발소리의 주인공, 그리고 미스터리의 여인 오부인, 그리고 영희의 의문스러운 말투등으로 인물들의 사연이 궁금해 지게 만드는 추리 형식이라는 것도 이체롭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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