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게 뭔고 하니
권오문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3년 4월
평점 :
절판


산다는 것에 대한 답을 조금은 먼저 살고, 먼저 배우고, 
먼저 떠나간 분들에게 배워 듣는 자리...
역시나 답은 하나였다. "주인된 삶을 살아라!"
모두가 원하는 삶을 살 수는 없어도,
나만이 만족하는 삶은 살 수있다는 것!
그렇게 무에서 유를 창조한 종교지도자 17분의 삶 속에서
책은 이적을 말하지는 않지만 비움으로써 
모든 것을 얻은 선지식분들의 이야기를 수록해놓았다.

특히나 떠남에 있어 모든 것을 내어준 김수환 추기경의 이야기
자연을 스승으로 불도를 터득한 대행 한마음 선원장의 큰 마음
호흡을 통한 내면의 평화를 이야기하는 틱낫한 스님의 가르침은
공간을 넘어, 시간을 넘어 던져주는 오묘한 무엇인가가 있었다.

더불어 기존 종교로서 혹은 신흥종교로서, 
이 땅에 발현한 종교인들 다수에게는 공통적으로
자신을 비우며, 자신을 낮추며, 자신을 끊임없이 내어주는
자세를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비운만큼, 낮아진 만큼, 내어준 자리는 
우연이든, 인연이든, 필연이든 그곳에 
다시 채워주는 누군가로 이어지는 묘법이 있었다.

그렇게 세상에 대한 깨달음을 說하는 자리
그렇게 세상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는 자리
그렇게 세상에 대한 평화를 다짐하는 자리
그렇게 세상에 대한 고요를 답하는 자리는

멀리도 가까이도 아닌 내안에 
불성으로 혹은 영성으로 자리잡고 있었음을 
책은 가르쳐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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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방을 찾아서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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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고 있는 곳이 어디인가?


흔히 말하는 지방이다.발전과는 대비되고, 


정체와는 동의어가 되어버린 '지방'이라는 단어


하지만 작가 신영복 교수는 이것을 전혀 다르게 뜻 풀이하게 된다.


바로 변화의 원류로서의 지방의 재발견이자, 변방의 재명명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답사지를 모두 변방으로 정하고 나아간다.


바로 신영복 교수 자신의 글이 뿌리 내린 곳으로의 여행이다.

 
하지만 그 곳에서 다시 만난 글은 


그의 손을 떠나 역사 속 인물들을 다시 해석하고, 살려내어


우리네 잃어버린 기억을 복원시켜준다. 


더불어 그것은 단지 옛 기억의 재생이 아닌 


부활이라고 명할 정도로 치열하고 또한 애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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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자 : 주진우의 정통시사활극
주진우 지음 / 푸른숲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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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아픔은 나만 느끼는 줄 알았던 시기가 있었다. 
앞이 어두웠고, 끝이 보이지 않았다. 
감정은 들쑥날쑥 말고삐를 놓친 망아지처럼 날뛰었다.
지난 4년의 시간이 그러했다. 
다시 놓친 감정의 고삐를 다잡으려니,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살이 찌고, 혈당수치에 경고등이 들어왔다.
이대로 끝일 수도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때 친구가 찾아왔다. 후배가 찾아왔다.
혼자라고 생각했던 마음에 평안이 찾아왔다.
모든 것을 나눌 수는 없어도 희망이 생겼다.

그리고 다시 책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조금씩 걸음을 시작하는 아이처럼
이 전에 보지 못한 세상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역사, 철학, 경제, 심리, 의학, 과학, 미술, 점술 
닥치는 대로 읽는 만큼 생겨나는 목마름이 있었다.
그리고 무엇을 해야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나꼼수를 듣게 되었다.
처음 들어본 정봉주 낙선의원
처음 들어본 주진우 시사인 기자
처음 들어본 김용민 피디
두번즈음 들어본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어쩌면 세상의 루저연합방송일 수도 있는 
그들의 '나는 꼼수다.'를 통해
나는 어느새 트위터를 알게되고
페이스북을 사용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곳에는 참으로 많은 눈물이 있었다.
크레인 위의 김진숙씨와 
고인이 된 22인의 쌍용자동차 해고자분들
아들이 아버지를 살해하고 말았다는 용산참사의 법정이야기
그렇게 보이지 않기보다, 애써 보지 않으려는 
세상의 이야기가 그곳에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참으로 많은 악인이 있었다.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려는 BBK
부정과 부실이 넘치는 4대강
정부위증 다이아 자원외교, 
실정법을 위반한 내곡동사저,
검은머리 외국인에게 넘기려던 인천공항
돈앞에 대기하고 있는 기업을 위한 KTX민영화
그렇게 숨기고, 은폐하려는 
누군가의 맨얼굴에 관한 이야기가 그곳에 있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방송에서 다루지 못한 
주진우 기자만의 감성 버젼 나꼼수이다.

떡검이자 섹검으로 조롱받는 검찰조직
삼성 X파일과 김용철의 양심고백
종교의 사유화에 관한 날선 비판
조중동에 관한 유쾌한 똥침
각하의 생얼에 관한 공공연한 비밀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관한 덧칠되고 왜곡된 진실
친일의 역사와 배신의 현대사

그렇게 주진우기자의 리포팅과 팩트는 
촘촘하게 거짓을 벗겨내고, 진실은 파헤진다.

우려하는 천박한 욕설은 없었다. 
천박한 욕설이 절로 나올 뿐이다.

정의를 외치는 곳에서 부정이 판치고
공정을 외치는 곳에서 왜곡이 벌어지며
청렴을 외치는 곳에서 부패가 일어나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현실 앞에
그는 절망하기 보다 욕이라도 할 것을 권한다.

그리고 스스로가 벽돌 두장만 놓기를 희망한다.
강자에게는 건방지지만, 약자에게는 한없이 겸손하길 
희망하는 주진우 기자의 고백은 그래서 사탄기자라고 불리는
그의 별명을 무색하게 한다. 

책의 말미에 그는 말한다.
우리 모두는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그렇다. 혼자 일때 우리는 너무나 작은 약자였다.
완장 하나에도 움츠려들고, 소송 고발에는 가슴이 떨린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크고 작은 기적들을 경험했다.
희망버스의 뜨거운 참여가 한 사람의 생명과 수천의 가족을 살렸고
무상급식에의 지지가 오세훈의 몰락과 박원순의 당선을 낳았다.

그렇게 작지만 진실된 한 사람 두사람의 짱돌이 모이고, 던져져
어제의 절망이 오늘의 희망이 되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증거들은 이제 주기자의 수첩 속 절망의 과거가 
희망의 미래로 바뀌어 질 수 있음을 소리없이 말하고 있다.

김총수는 그 시간을 이렇게 말한다.
조낸 웨이팅포유! 

12월에 모두 웃자!!!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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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열전 1 (반양장) - 내 비록 환쟁이라 불릴지라도
유홍준 지음 / 역사비평사 / 2001년 3월
평점 :
절판


"다시 한번 아는 만큼 보인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와 무릎팍도사에 출연하며, 

전국적인 지명도를 얻은 국민 문화유산해설사가 유홍준 교수이다. 하지만, 정작 본인의 業은 미학자이다. 


그렇다면 미학이란 무엇인가?

한자 그대로의 풀이는 아름다움에 관한 학문이다.

하지만 시대별로 장소별로 상대적으로 달리 보여지는 아름다움을 

어떻게 연구할 수 있을까? 


그에 대한 대답이 책속에 숨겨져 있었다.

책은 조선의 화단을 장식했던 4명의 화인을 다룬다.


연담 김명국, 공재 윤두서, 관아재 조영석, 겸재 정선

낯선이도 낯익은 이도 있지만 그들의 대표작은 선연히 떠오른다.


김명국의 달마도, 윤두서의 자화상, 정선의 금강전도와 인왕제색도 

남은 조영석만이 잘 떠오르지 않을 뿐이다.


하지만 그들의 삶을 읽으면서, 각각의 대표작에 얽힌 

내막과 과거에 보이지 않던 구체적인 이미지가 다시 보인다.


연담 김명국

흔히 취화선으로 불리는 사람은 조선 후기 오언 장승업이다. 노비출신의 천재화가였던 그였지만 그 못지않게 300년을 거슬러 조선의 취화선으로 불린 사람은 연담 김명국이었다. 공히 신분의 미천함으로 뭇사람들의 화공으로 다작을 해야했던, 그는 천품의 실력에도 불구하고 그림의 격에서 많은 차이가 난다. 하지만 취기에 섞인 그의 필력은 때로 달마도와 같이 수작을 넘어, 걸작을 그려내기도 했다. 대담한 먹선과 생략의 기법 그리고 부리부리한 눈과 얼굴!

수맥을 차단한다는 달마대사의 효험이란 바로 그의 그림으로 부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다.


공재 윤두서

당쟁의 시대 조선 중기를 살아갔던 양반 문인의 울분은 어떠했을까? 몇년 전 서해안 답사길의 마지막으로 해남을 찾아갔다. 묘한 끌림이 있었는지, 길 한 켠에 보이는 윤두서 고택을 지나칠 수 없었다.  하지만 사람 하나 없는 적막함만이 있는 그 곳!  

거인이 있었다는 징표는 어디에도 없었다. 

다만 뒷 편 양지바른 곳에 있었던 그의 묘소만이 

그의 발자취를 증명하는 듯 커다랗게 세워져 있었다.

그래서일까? 생전에 그의 삶은 해남 윤씨의 종손으로서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가졌다. 

유복한 집안 그러나 정치적으로는 

남인의 몰락이 가져왔던 폐족의 신세

그러나 그는 한 사람의 유학자로서 학문에서 일가를 이룸과 동시에

그림에 있어서도 남다른 노력으로 대성하게 된다.

특히나 그가 스스로를 그린 자화상은 극사실적 세필의 묘사와 

사대부로서의 강건한 품격을 드러내는 걸작으로 밖에 

표현할 수가 없다. 그렇게 시대의 걸작이 때로 개인의 불운을 먹고 태어났음을 공재의 삶으로 책은 생생히 이야기 해준다.


관아재 조영석

처음 듣는 이름이다. 하지만 당대의 화인으로서 그는 오늘날 최고의  인물사진작가로 불리어질만한 초상화가였다. 다만 그의 그림은 양반 문인으로서의 꼬장꼬장한 자존심으로 인해 쉬이 그려지지 않았다. 사농공상의 편협한 직업관은 그렇게 화인에 대한 천대로 이어져 그의 뛰어난 실력을 감상하기 위한 진본은 오늘날 쉽게 접하기 힘들다. 그러나 그가 조선의 화단에 끼친 최고의 영향력은 바로 정선의 진경산수화 이전에 바로 조선의 인물을 그림에 넣기 시작했다는 점 과 김홍도의 풍속화 이전에 그가 바라본 조선의 민중을 그렸다는 점이다. 놀라운 발견이었다. 흔히 조선 영정조 시대의 천재화가 김홍도와 신윤복의 등장에 이르러서야, 조선의 그림이 그려졌다고 생각했지만, 뿌리 없는 식물이 없듯이, 그러한 진경 문화에는 이렇듯 알려지지 않은 선인이 있었다.


겸재 정선

이 책은 제목의 부제로 '내 비록 환쟁이라 불릴지라도'를 붙였다.

앞서의 인물들이 신분의 고하로 인해, 때로 붓을 꺾기도 했지만, 유일하게 정선은 양반이라는 출신을 넘어, 화인 정선으로 평생을 살았다. 때로 관직에 나가, 정무를 보기도 했지만, 언제나 그에게 그림은 평생의 業이자 취미로 그에 곁을 지켰다. 그래서일까? 그는 숱한 작품을 그렸으며, 특히나 금강산과 한강에 대해서는 유독 많은 작품을  남겼다. 더구나 그의 화격은 나이가 들수록 진중해지며, 완숙을 넘어 명인으로서, 조선회화사에 불멸의 이름을 남기게 되었다. 바로 진경산수화의 개척이자 절정기를 겸재 정선이 이루어낸 것이다. 특히나 금강산에 대한 작품들은 우리 산수에 대한 그의 사랑이자 철학의 부산물이었다. 오늘날 전해오는 금강전도에 있어, 20년의 시점이 지나서 그려졌다는 사실은 더더욱 그러한 점을 반증한다.

더불어 그의 그림에서는 사대부의 엄정한 도덕관이 반영되기보다, 유머와 위트가 곳곳에 숨겨져 있음이 발견된다. 실로 유쾌한 화인 정선이었다. 그래서인지 그는 80세를 넘어 장수를 했으며, 80세를 넘어서도 그림을 그렸다. 인왕제색도는 그의 나이 76세에 그린 걸작이었다. 


작년 10월에 서울 성북동 간송 미술관에 갔었다. 2시간여의 관람 하지만 대부분을 신윤복의 미인도와 풍속화첩의 화려한 색감에만 빠져 시간을 보내었다. 나머지 화가들은 다만 눈대중으로 끝났다.


2011년 10월에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 갔었다. 관람종료시간을 1시간 앞두고, 회화실을 30분도 안되어 지나쳤다.


이 책을 읽으면서 참으로 많은 아쉬움 그리고 죄송함이 든다. 

하나의 그림을 위해, 그들이 쏟았던 땀과 정성에 

오늘의 우리는 얼마만큼의 노력을 기울였나?


북적이는 미술관과 박물관에서 단지 가벼운 

쑥덕거림과 끄떡거림으로 화답하지는 않았는지...

책은 그렇게 아름다움에 관한 조선 화인들의 삶과 작품 

그리고 그들에 대한 우리의 예의를 가르쳐주는 작은 교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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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 6
허영만 지음 / 월드김영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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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칠기삼 [運七技三] 이라는 말이 있다.
노력보다는 운이 일의 성패에 더욱 작용한다는 의미이다.
초원의 유일한 지배자를 가리는 쿠이텐전투
여기서 자무카는 이 말을 절실히 깨닫게 된다.

창과 칼의 대결이라 불릴 둘의 대결에서
예리한 창과 같이 상대의 허점을 파고드는 자무카에게
칭기즈칸은 여전히 덜 벼리된 칼과 같았다. 
속수무책 연전연패의 수난 속에 칭기즈칸은 고립되어져간다.

하지만 그에게는 지식이 아닌 
지혜로써 축적된 경험이 있었다.
천둥과 번개를 미리 인지하고, 
그 기회를 전황에 이용하는 찰나의 판단력!

그렇게 최악의 조건을 행운으로 만들어버린 
칭기즈칸에게 자무카는 패배하게 된다.

하지만 초원의 유일무이한 지도자가 되어가는 길이 
그에게 열리는 순간 그는 화살에 맞는다.

일리아드에서의 아킬레우스의 죽음처럼 
목구멍을 뚫은 칭기즈칸의 화살은 치명적이다.

그러나 영웅의 인생은 여기서 남과 다른 비범함을 보인다.
마유주 한잔을 들이키고, 하루를 꼬박 자고나서,
자신의 죽음으로 방심한 적을 괴멸시킨다.
그리고 자신을 쏜 적장에 대해 회유를 말한다.

여기까지가 6권의 이야기이다.
조금은 엉뚱한 전개는 때로 판타지처럼 읽혀지기도 한다.
하지만 세계제국을 이뤄낸 영웅의 이야기는
이제 초원을 넘어 유라시아 전체를 향한 역사가 
되어갈 준비를 마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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