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자 : 주진우의 정통시사활극
주진우 지음 / 푸른숲 / 2012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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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아픔은 나만 느끼는 줄 알았던 시기가 있었다. 
앞이 어두웠고, 끝이 보이지 않았다. 
감정은 들쑥날쑥 말고삐를 놓친 망아지처럼 날뛰었다.
지난 4년의 시간이 그러했다. 
다시 놓친 감정의 고삐를 다잡으려니,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살이 찌고, 혈당수치에 경고등이 들어왔다.
이대로 끝일 수도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때 친구가 찾아왔다. 후배가 찾아왔다.
혼자라고 생각했던 마음에 평안이 찾아왔다.
모든 것을 나눌 수는 없어도 희망이 생겼다.

그리고 다시 책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조금씩 걸음을 시작하는 아이처럼
이 전에 보지 못한 세상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역사, 철학, 경제, 심리, 의학, 과학, 미술, 점술 
닥치는 대로 읽는 만큼 생겨나는 목마름이 있었다.
그리고 무엇을 해야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나꼼수를 듣게 되었다.
처음 들어본 정봉주 낙선의원
처음 들어본 주진우 시사인 기자
처음 들어본 김용민 피디
두번즈음 들어본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어쩌면 세상의 루저연합방송일 수도 있는 
그들의 '나는 꼼수다.'를 통해
나는 어느새 트위터를 알게되고
페이스북을 사용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곳에는 참으로 많은 눈물이 있었다.
크레인 위의 김진숙씨와 
고인이 된 22인의 쌍용자동차 해고자분들
아들이 아버지를 살해하고 말았다는 용산참사의 법정이야기
그렇게 보이지 않기보다, 애써 보지 않으려는 
세상의 이야기가 그곳에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참으로 많은 악인이 있었다.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려는 BBK
부정과 부실이 넘치는 4대강
정부위증 다이아 자원외교, 
실정법을 위반한 내곡동사저,
검은머리 외국인에게 넘기려던 인천공항
돈앞에 대기하고 있는 기업을 위한 KTX민영화
그렇게 숨기고, 은폐하려는 
누군가의 맨얼굴에 관한 이야기가 그곳에 있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방송에서 다루지 못한 
주진우 기자만의 감성 버젼 나꼼수이다.

떡검이자 섹검으로 조롱받는 검찰조직
삼성 X파일과 김용철의 양심고백
종교의 사유화에 관한 날선 비판
조중동에 관한 유쾌한 똥침
각하의 생얼에 관한 공공연한 비밀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관한 덧칠되고 왜곡된 진실
친일의 역사와 배신의 현대사

그렇게 주진우기자의 리포팅과 팩트는 
촘촘하게 거짓을 벗겨내고, 진실은 파헤진다.

우려하는 천박한 욕설은 없었다. 
천박한 욕설이 절로 나올 뿐이다.

정의를 외치는 곳에서 부정이 판치고
공정을 외치는 곳에서 왜곡이 벌어지며
청렴을 외치는 곳에서 부패가 일어나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현실 앞에
그는 절망하기 보다 욕이라도 할 것을 권한다.

그리고 스스로가 벽돌 두장만 놓기를 희망한다.
강자에게는 건방지지만, 약자에게는 한없이 겸손하길 
희망하는 주진우 기자의 고백은 그래서 사탄기자라고 불리는
그의 별명을 무색하게 한다. 

책의 말미에 그는 말한다.
우리 모두는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그렇다. 혼자 일때 우리는 너무나 작은 약자였다.
완장 하나에도 움츠려들고, 소송 고발에는 가슴이 떨린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크고 작은 기적들을 경험했다.
희망버스의 뜨거운 참여가 한 사람의 생명과 수천의 가족을 살렸고
무상급식에의 지지가 오세훈의 몰락과 박원순의 당선을 낳았다.

그렇게 작지만 진실된 한 사람 두사람의 짱돌이 모이고, 던져져
어제의 절망이 오늘의 희망이 되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증거들은 이제 주기자의 수첩 속 절망의 과거가 
희망의 미래로 바뀌어 질 수 있음을 소리없이 말하고 있다.

김총수는 그 시간을 이렇게 말한다.
조낸 웨이팅포유! 

12월에 모두 웃자!!!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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