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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ND-Jim Morrisom
로맹 르나르 글 그림, 정미애 옮김 / 솔출판사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짐 모리슨? 누구지? 모르는 사람이다.
도어즈? 들어본 것도 같은데, 역시 잘 모른다.
노래를 들어보면 '이 노래가 이 사람들 노래였구나' 싶을진 몰라도, 딱히 떠오르는 노래는 없다.
이번에 만화책 [The End]를 통해 짐 모리슨과 도어즈를 알게 되었다.
짐은 마약을 했고, 공개적으로 외설적인 행동을 했다. 소위 말하는 반항아...?
그에 대해 얼핏 들어서 안 좋은 선입견이 있었다면 이 책을 보지 않았을 것 같다.
짐의 삶이 그려진 책으로 처음 만나서 다행이다.
덕분에 그의 고민과 행동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다. (이해는 할 수 있었다)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를 노래화한 'The End'의 가사를 보자.
"아버지? 그래, 아들아. 당신을 죽이고 싶어요"
"어머니? 당신과... 밤새도록 당신과 하고 싶어요"
"어머니를 범하고 아버지를 죽이고 섹스하고 죽이고..."
"날 이해해줄 사람 누구 없소?"
처음 보는 순간 완전 황당했다.
죽이고, 섹스한다는 말조차 놀라운데 대상이 부모다. 세상에 이런 노래가!
이 노래가 불려질 당시는 19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 초반이다.
소련-사회주의와 미국-자본주의의 냉전 시대로 베트남 전쟁이 한참이고,
흑인 인종 차별 문제, 페미니즘 등이 부각되며 미국 사회를 달구었을 때다.
당시 미국 젊은이들은 요동치는 시대에서 어떤 고민과 행동을 취했을까?
그 중 짐 모리슨이라는 한 청년의 선택과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다.
"난 언제나 권력에 저항하는 모든 것에 끌렸다. 권력과 타협하는 자 역시 저항의 대상이었다.
완고한 질서를 무너뜨리고 전복하자고 부추기는 생각들을 좋아했다."
당시 시대 배경과 짐 모리슨의 고민을 겹쳐 생각하니
그의 삶 뿐만 아니라, 20세기 중후반의 미국 문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짐 모리슨은 노래 부르는 것보다 시를 쓰고, 영화 만드는데 관심이 있었다.
그러던 중 레이 만자렉을 만나 가수로 데뷔하게 된다.
많은 앨범이 팔려 부도 얻게 된다.
하지만 돈 때문에 도어즈가 결정적인 위기를 맞는다.
짐이 없는 사이에 다른 멤버들이 'Light my fire'를 광고 음악으로 팔아버린 것이다.
모리슨은 상업적으로 자신의 음악이 팔려가는 걸 힘들어했다.
멤버들에게 되돌릴 것을 요구했지만, 그렇게 되진 않았다.
그룹 초기에는 만장일치로 모든 일을 처리하는 등 유대관계가 돈독했지만, 이 일로 휘청하게 됐다.
이러한 행동들을 보며 단순히 겉멋든 사람은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의 문제의식과 카리스마에 자기 절제 능력이 더해졌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창조성과 절제력은 공존할 수 없는 것일까?
만화책 [The End]의 아쉬움은 짧다는 거다. 너무 간결하게 정리된 느낌이다.
좀 더 길게 풀어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도어즈의 노래나 한 곡 들으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