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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100년 - 오연호가 묻고 법륜 스님이 답하다
법륜.오연호 지음 / 오마이북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새로운 100년을 향한 설계, 통일!
통일? 통일은 무슨 통일, 싶을 만큼 거리 있는 단어다. 통일이 되면 좋은 점, 어려운 점은 대충 다들 안다. 한민족이 되니 땅도 넓어지고 사람도, 자원도 많아져서 좋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울 거라 꺼려한다. 경제적으로 곤란해지는데 누가 반기겠나. 그러니 통일은 취업, 인생 문제에 밀려날 뿐이다.
그런데 그 통일이 정말 좋다고, 경제적으로도 획기적으로 좋은 일이니 얼른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뜬금없는, 아니 쌩뚱맞은 책이 나왔다. 저자는 스님이다. 법륜 스님. 그는 <엄마 수업>, <스님의 주례사> 책과 청춘콘서트, ‘안철수의 멘토’ 등으로 유명해졌다. 오랜 기간 통일운동해오며 품은 생각들을 오마이뉴스의 오연호 기자가 인터뷰로 풀어내고 정리하여 책을 냈다.
의아하다. 통일을 말하는 게. 하긴 앞의 책도 마찬가지다. 남자가 엄마 이야기를 하거나 결혼하지 않는 스님이 주례사를 하는 것도 독특하니 말이다. 어쩌면 그래서 더 주목받은지도 모르겠다.
그럼 질문이 든다. 오랜 기간 통일운동을 해온 분이 왜 가정, 연인 이야기를 하는 걸까? 부드러운 이야기로 유명해지고나서 정작 하고 싶은 말을 꺼내는 것일까? 법륜 스님에겐 그 역시도 통일운동의 일부다.
통일은 민족의 문제이고, 시대적 역사적 과제이다. 그걸 풀어가는 사람들은 과연 행복한가? 통일된다면 자연스레 행복해지는가? 북유럽은 복지와 제도가 잘 되어 있는 나라지만 자살률이 매우 높다. (무려 한국만큼이나!) 구조 자체가 행복을 가져다주는 건 아니기에 이러한 문제해결도 통일운동의 맥락에서 볼 수 있다.
헐벗고 굶주리는 친척들이 있다. 그 소식을 듣고 자기의 아픔으로 느끼는 사람들과 아무렇지 않게 자기 밥그릇만 챙기는 사람들. 둘 다 그럴 수 있지만 공감하는 사람들이어야 다른 사람을 돌볼 수 있을 것이다.
법륜 스님은 바쁘다. 하루에 2~3시간 잔다고 한다. 무리하는 거 아니냐는 질문에 누가 굶어 죽었다, 난민이 발생했다, 체포됐다 등의 소식을 들으면 게으를 수 없다고 답한다.
이웃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이웃 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좋은 해결 방안을 찾는다. 그게 바로 통일이다. 통일이 밥 먹여주고, 일자리도 늘려줄 거라고 설득력 있게 시종일관 말한다.
북핵 문제, 세습 문제, 인권 문제 등 민감할 수 있는 사안도 책에서 시원스레 답변해준다. 북한 사람들이 북핵을 포기하지 않는 것은 체제 유지를 하려는 것이고, 그것은 남한이 주한 미군을 통해 국방력을 유지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한다. 인권 문제는 (남한) 보수진영에게는 정치와 구분하여 접근할 것을 요구하고, (남한) 진보진영에게는 무지한 것이라며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라고 말한다.
보수, 진보 양쪽의 의견을 따르기도 하고, 지적도 하고, 제3의 길을 말하기도 한다. 여기도 저기도 속하지 않으니 기존 세력에게 지지받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서로를 통합하는 의견을 말하기에 둘 다 따를 수도 있을 것이다. 또 그게 많은 대중에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통일을 간절하게 염원하는 저자도 무조건적인 통일을 바라는 건 아니다. 통일된 한국이 어떤 사회일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양극화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어쩌면 노동자가 통일을 반대하고 대기업이나 재벌이 통일을 찬성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267쪽)
통일은 나라를 빼앗기고 분단되고 전쟁하고 갈등했던 지난 100년의 상처를 청산하는 계기이자 새로운 100년을 향한 설계를 해나갈 수 있다고 말한다. 남북통일국가의 형성을 1단계로 하고, 한일 경제공동체, 그 이후엔 중국과 러시아 연해주를 연결하여 동북아 경제공동체를 이뤄가자고 말한다.
통일의 문제는 단지 남과 북의 일이 아니다. 당장 중국과 일본, 미국이 영향을 받고 동북아권이 들썩 거리게 되면 세계로 파급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한 넓은 전망이 이 책에 간결하고도 알차게 담겨 있다.
이 책에서 조심스러운 부분이 조금 있다. 북한을 개발하며 자원을 많이 얻고, 일자리가 많이 창출되는 건 좋지만, 난개발이 이뤄지지 않고 남한의 부동산 투기꾼들을 매우 주의하며 경제성장이라는 환상에 빠지지 않으면 좋겠다. 책의 앞부분에서 말한대로 사회주의,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문명을 창출해가는 방향으로 진행되면 참 좋겠다. 그럴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또 통일을 통해 국가 위상이 높아져 세계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조금 더 생각해봐야한다. 세계의 중심이 되고 싶어 그렇다기보다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다보니 (우리가 의도하지 않아도) 그렇게 될 수도 있다는 전망으로 조금 더 부연하고 싶다.
통일 이야기를 쉽고 설득력 있게 전한다. 일단 ‘통일’이란 말을 대중에게 꺼낸 자체가 대단하지 않은가.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읽고 논의와 비판, 고민을 덧붙여가면 어떨까 싶다.
책 맨 뒤에서 오연호 기자는 ‘법륜 스님이 승려만 아니라면 대통령에 도전해볼만 하다’고 하는데 공감된다. 그만큼 역사의식, 사회안목, 자기수행 능력이 잘 어우러져 있고, 그런 사람이 드물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의 이야기를 접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시간이었다. 가능한 모든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서 나와 당신, 우리의 100년을 모색해보는 시간을 보내면 어떨까.